[화요특집] 휴대용시대 필수품 「전지」

정보시대가 개막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전지다. 장난감에서부터 첨단제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휴대형 전자제품에는 전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전지는 사용시간에 한계가 있다. 휴대폰이나 노트북PC, 휴대형 카세트 등 휴대형 제품을 사용하다가 전지가 떨어져 낭패를 보거나 사용을 중지하고 가방속에 집어넣어야만 했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전지를 바리바리 싸가지고 다니면서 쓸 수도 없는 일이다. 휴대하기 편하도록 가볍고 부피도 작으면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전지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전지의 역사는 상당히 길다. 역사상으로는 1800년 개발된 볼타전지가 최초의 전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2천여년 전의 한 유적지에서 항아리에 톱밥 및 황산 등을 층층이 넣은 만든 항아리전지가 발견되고 있다. 인류가 전지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최소한 2천여년 전의 일인 것이다.

요즈음 사용하는 전지 가운데 가장 오래된 전지는 양극활물질로 이산화망간(MnO₂)을 사용하고 음극재료로 아연(Zn)을 쓰고 전해액으로 NH₄Cl과 ZnCl₂를 혼합한 중성염수용액을 사용한 망간전지다.

이 전지는 1868년 개발돼 1880년에 상용화된 것으로 이후 외장재질 및 봉구방법이나 양, 음극활물질의 개선을 통해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는데 소비전력이 적은 용도에서 가격대비 사용시간 특성이 우수해 현재도 1차전지 생산량의 60% 가량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지난 47년 양극활물질과 음극활물질은 망간전지의 것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전해액을 약산성에서 강알칼리성(KOH)으로 바꿔 이온전도도를 증가시킨 전지가 개발됐는데 이것이 바로 요즘에 사용하고 있는 알칼리건전지다.

이는 공칭전압이 1.5V로 망간전지와 호환이 가능하면서 에너지밀도는 망간전지보다 리터(ℓ)당 1백20Wh가 높은 3백20Wh/ℓ로 사용시간이 망간전지보다 3배나 길며 방전특성도 우수해 망간전지를 급속히 대체해 나가고 있다.

카메라용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는 리튬 1차전지는 지난 60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중심으로 우주개발용 전원으로 연구가 시작된 제품으로 음극활물질로는 리튬(Li)을 공통으로 사용하나 양극활물질로는 플루오르화흑연이나 이산화망간 등 다양한 물질을 사용하고 있고 전해질도 유기전해질 및 고체전해질을 두루 사용, 상당히 많은 종류의 제품이 상품화돼 나오고 있다.

재충전이 가능한 2차전지 가운데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전지는 니켈카드뮴(NCd)전지. 1901년 에디슨이 발명한 니켈철축전지를 개선한 융그너의 니켈카드뮴전지가 효시로 48년 밀폐형 니켈카드뮴 축전지로 개선돼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니켈카드뮴전지는 5백회 이상의 재충전이 가능하고 신뢰성이 좋은 반면 완전히 방전시키지 않고 충전을 하면 용량이 줄어드는 메모리효과가 치명적인 단점이 되고 있으며 음극재료로 사용한 카드뮴이 인체에 유해한 공해물질이라 환경문제로 점차 니켈수소(Ni-MH)전지 및 리튬이온(Li-ion)전지 등 최근 상품화된 차세대 전지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니켈수소전지는 니켈카드뮴전지보다 용량이 2배 이상 높고 급속충전이 가능하며 메모리효과를 크게 줄인 제품이고, 리튬이온전지는 공칭전압이 3.6V로 높고 에너지 밀도가 니켈카드뮴전지에 비해 체적당 2배, 중량당 약 1.5배 높다.

이들 제품은 같은 에너지를 축적할 경우 체적면에서 3분의 2, 무게는 2분의 1 정도를 줄일 수 있는 등 휴대형 전자제품의 소형, 경량화에 유리해 향후 2차전지 시장에서 주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일본 노무라증권의 발표에 따르면 각종 휴대기기에 사용되는 전지 수요량은 지난 95년 총 2억4천4백9만개에서 지난해 2억7천1백66만개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3억5백16만개로 늘어나고 오는 2000년에는 4억4천1백84만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소형 2차전지 수요가 많은 휴대폰, 노트북PC, 캠코더 등 「3C제품」은 95년 6천9백39만대에서 작년에 8천8백58만대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1억1천2백80만대, 내년에는 1억5천78만대, 99년에는 1억9천10만대로 늘어나는 등 오는 2000년까지 연평균 25.8%의 높은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니켈카드뮴, 니켈수소, 리튬이온전지 등 소형 2차전지의 수요도 지난 95년 3천1백만셀(4백30억엔) 규모에서 작년에는 1억4백만셀(1천30억엔)로 늘어 무려 2백35.5%, 금액으로는 1백39.5%의 높은 신장률을 보인 데 이어 올해는 1억8천5백만셀(1천5백40억엔)로 77.9% 신장하고 98년에는 3억2백만셀(2천2백50억엔)로 63.2%의 신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99년에는 4억3천만셀(2천8백70억엔)로 42.4%, 2000년에는 5억6천1백만셀(3천1백80억엔)로 30.5% 성장하는 등 오는 2000년까지 연평균 89.9%의 높은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지별 수요는 일본 중앙리서치센터가 작년말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니켈수소전지 수요는 95년 3억1백만셀(99백15억엔)에서 지난해 3억2천1백만셀(8백50억엔) 규모로 7% 늘어난 데 이어 오는 2001년에는 5억2천만셀(1천3백40만엔)로 확대되고, 리튬이온전지는 지난 95년 3천만셀(3백60억엔)에서 지난해에는 1억2천만셀(1천4백10억엔)로 4배가 늘어났으며 오는 2001년에는 7억7천만셀(7천3백90만엔)로 95년 대비 무려 25배(금액으로는 20배)나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각 조사기관에서 조사, 발표한 니켈수소전지 및 리튬이온전지에 대한 시장전망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실제 증가추세가 예상치를 크게 웃돌고 있기 때문으로 향후 실제 시장 역시 최근의 전망치보다도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전지시장은 지난해 총 4천2백11억원 규모를 형성한 가운데 1차전지는 1천4백95억원, 연축전지를 포함한 2차전지는 2천7백16억원 규모로 전년대비 44.9%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약 5천억원 규모로 늘어나고 오는 2000년에는 6천3백8억원으로 연평균 10.95%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가운데 니켈수소전지와 리튬이온전지는 지난해 각각 2백97억원과 2백90억원 규모를 형성한 데 이어 올해는 4백83억원 및 4백30억원 규모로 늘어나고 오는 2000년에는 5백50억원과 7백29억원으로 각각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국내외에서 첨단 2차전지 시장이 급팽창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각 전지업체들의 첨단전지를 둘러싼 경쟁도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 세계 2차전지시장에서는 소니, 산요, 도시바, 마쓰시타 등의 일본업체들이 니켈카드뮴, 니켈수소, 리튬이온전지로 대별되는 소형 2차전지 시장의 70% 가량을 장악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 각광받고 있는 리튬이온전지 시장에서는 거의 독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이들 일본업체는 지난해 총 2천3백50만셀 정도로 추정되는 리튬이온전지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각 업체들의 시장점유율 확대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폭적인 생산량 확대 계획을 세우고 있어 올해는 리튬이온전지 생산능력이 3천만셀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리튬이온전지 시장의 60% 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소니는 작년말 리튬이온전지 생산능력을 월 6백만셀에서 7백50만셀로 대폭 확대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중에 1천만셀로 늘린다는 계획 아래 생산라인 증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산요도 월 5백만셀을 생산하고 있고 마쓰시타는 올 여름을 기해 현재 월 4백만셀 규모의 리튬이온전지 생산량을 6백만셀로 늘리고 오는 99년초까지 2천만셀로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A&T, 히타치막셀, 일본전지, 일본몰리에너지 등 후발업체들도 올해안에 대폭적인 생산량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이처럼 리튬이온전지가 세계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자 당초에는 안전성을 문제로 상품화를 미뤄왔던 미국이나 유럽의 전지업체들도 리튬이온전지 상품화에 열을 올리고 있어 리튬이온전지를 둘러싼 세계 전지업체들간 「전지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국내 업체들의 첨단전지 상품화 노력도 최근 들어 급진전되고 있다.

올초 로케트전기가 니켈수소전지 양산을 시작한 데 이어 LG화학이 일본 도시바로부터 니켈수소전지 기술 및 양산라인을 도입, 올해안에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태일정밀은 최근 리튬이온전지 시험생산량을 월 6만셀에서 15만셀 규모로 확대한 데 이어 오는 9월에는 월 30만셀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양산라인을 도입, 설치하고 연말부터는 월 50만셀 규모로 본격 양산에 나선다는 계획으로 있어 국내업체 가운데는 가장 빨리 리튬이온전지를 상품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서통이 올해안에 리튬이온전지 양산에 나선다는 계획으로 양산라인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삼성전관, LG화학 등도 리튬이온전지 시험 생산라인을 도입하고 있고 리튬이온폴리머전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한일베일런스도 공장건설에 나서는 한편 연내에 양산라인을 도입, 설치하고 내년부터는 본격 가동에 나선다는 계획으로 있어 내년중에는 리튬이온폴리머전지도 국내에서 상품화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정부에서도 첨단 2차전지 기술개발을 중기 거점사업으로 지정, 향후 5년간 총 8백60여억원의 자금을 지원키로 하는 등 전지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 이처럼 첨단의 소형 2차전지 시장이 날로 커지고 있는데다 국내업체 가운데도 올해 하반기부터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업체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전지생산에 필요한 드라이룸 및 카본, 전해액 등의 각종 장비 및 소재를 국내에 공급하려는 업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휴대형 전자제품의 성능 및 무게, 가격 등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전지의 첨단화가 가속되고 있는 가운데 리튬이온전지나 리튬이온폴리머전지 등 최첨단의 고성능 전지의 국산화시대도 머지 않은 것 같다.

<김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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