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볼륨게임

승용차 내수시장 경쟁이 가열되면서 완성차업계에 「선출고(속칭 마에가리 출고)」가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선출고란 완성차업체들이 영업소의 판매능력을 감안하지 않고 밀어내기 식으로 출고한 뒤 이를 판매실적으로 잡는 것으로 완성차업계가 판매실적을 대외적으로 발표할 때 실제보다 부풀리기 위해 사용하는 수법이다.

실제로 한 승용차업체의 경우 지난달 20일까지는 하루 출고량이 평균 1천대 안팎에 그쳤으나 29일에는 5천대로 늘어나고 30일에는 1만대 이상으로 급증했으며 또 다른 완성차업체는 1∼5일까지는 하루 평균 출고량이 4백여대에 불과했으나 26∼28일에는 2천대를 넘어서는 등 선출고가 월말에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완성차업계에 선출고가 성행하는 것은 자동차 판매대수와 등록대수의 차이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예를 들어 지난 2월의 승용차 내수판매량은 8만1백26대(지프형 포함)인 데 비해 같은 달에 신규 등록된 차량은 6만8천1백대였고 4월에는 8만2천6백대가 판매됐으나 등록된 차량은 8만5천4백대에 불과했다.

물론 차량을 구입한 후 신규 등록할 때까지는 10일의 유예기간이 있다. 따라서 판매대수와 등록대수의 차이 전량을 선출고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선출고가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는지는 미뤄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처럼 선출고가 성행함에 따라 일부 영업사원들은 완성차를 장기간 무등록 상태로 보유할 때 물게 되는 과태료와 주차료 등의 부담을 덜기 위해 신차를 중고차시장에 넘기기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승용차 업계가 매달 발표하는 판매 차량의 10% 정도는 선출고 또는 서류상으로만 출고된 차로 봐도 무방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만큼 선출고가 성행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선출고는 한동안 가전업계에서도 성행했었다. 모든 것을 양으로만 따지던 시절 시장점유율을 조금이라도 올리기 위해 선택했던 고육지책이었다. 그러나 90년대에 접어들면서 양으로 승부하는 볼륨게임에서 질로 승부하는 밸류게임으로 전환되면서 이러한 폐단도 사라졌다.

완성차업계도 세계화를 지향하는 기업답게 우물안 개구리식의 구습에서 탈피, 전향적인 사고방식으로 재무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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