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새가전 뉴리더 (29);삼성전자 휴먼라이프리서치센터

「인문사회과학」

전자산업과는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전자업체가 있다.

삼성전자가 상품기획센터의 산하에 연구조직으로 운영중인 「휴먼라이프리서치센터(HLRC)」(소장 정용빈 이사)가 바로 그것이다.

이 연구소가 하는 연구하는 주제는 세대별 가치관이나 문화, 그리고 미래의 인간 생활 등이다.

전자업체의 조직 치고는 매우 낯선 일을 하고 있다.

HLRC는 인간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연구보다는 인간과 사회 자체에 대한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소비 행태를 연구하는 「신생활연구소」나 제품디자인을 연구하는 「디자인그룹」 등 상품기획센터안의 다른 연구조직과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

국내외 전자업체로는 사실상 처음 시도되는 인문사회과학연구소인 셈이다.

HLRC는 지난해 7월 개소돼 고작 10개월 남짓됐다. 아직 뚜렷한 성과물이 없는 애송이 연구소다.

그렇지만 현재 추진중이거나 앞으로 전개할 연구프로젝트를 보면 이 연구소가 대학 또는 민간연구소에 못지 않게 의욕적임을 알 수 있다.

진행중인 연구 과제는 「가족여가」 「노인문화」 「자녀의 감성지수(EQ) 증진을 위한 부모교육 프로그램」 등이 있다.

이들 연구의 결과물은 올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심포지엄이나 언론, 학회지 등을 통해 대외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앞으로는 문화인류학, 교육학, 아동학 등의 다양한 전공 인력을 보강해 인간과 사회에 대한 더욱 깊이있는 연구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특히 해외 공동연구를 통해 성숙사회의 문화를 심층적으로 연구할 계획이 관심을 모은다.

HLRC의 연구원은 손영숙 심리학박사 등 3명의 박사 출신 연구원을 비롯해 모두 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 모두 이 연구소가 첫 직장이다.

그만큼 새로운 연구소 환경을 만들어가려는 연구원들의 의욕이 불타오르고 있다고 HLRC에서 연구기획조정의 업무를 맡은 김동대부장(39)은 전했다.

연구원들은 심리학 사회학 소비자학 인간공학 등 각자의 전공 분야에 맞게 연구주제를 정하고 내부에서 연구 과제로 결정되면 본격적인 연구활동에 들어간다.

『연구소를 만들기 전에 국내외 전자업체가 운영하고 있는 유사한 연구소들을 벤치마킹했어요. 국내와 일본 전자업체의 연구소들은 제품 개발과 지나치게 연계됐고 미국 업체의 그것은 실생활과 유리된 게 많았죠. 우리가 지향한 것과 같은 순수한 의미의 인문사회과학연구소 형태를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었어요.』

모델로 삼을 만한 대상이 없어 설립 초기에 어려움이 많았다는 나경자과장(34)의 말이다.

올해로 삼성전자에서 꼭 10년째 근무해온 그는 추진팀이 구성된 지난 95년 11월부터 HLRC의 설립과 운영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HLRC가 하는 일이 제품 개발과 거의 연관이 없다.

다만 연구결과가 축적되면 상품기획자들이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필요한 제품의 개념을 잡아갈 따름이다.

당장 아웃풋이 없기 때문에 HLRC와 같은 연구소는 경영진의 의지가 없이 운영이 거의 불가능하다.

다행스럽게도 삼성전자 경영진은 HLRC를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이는 개소식때 참석한 경영진이 연구소 내부 벽에 부착된 「삼성의 경영이념」과 같은 부착물을 떼라고 지시한 것이나 임원급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가 지원을 아끼자 않는 것에서도 일부 엿보인다.

아예 회사의 규제나 통제를 덜 받기 위해 회사 조직과 동떨어진 강남의 한 곳에 독립 공간을 갖고 있다.

HLRC는 주로 소비행태의 연구에 매달리고 있는 국내 전자업체들의 생활연구소 풍토에 새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신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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