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컴퓨터재활용 단체 잇따른 설립 의미

최근들어 컴퓨터 재활용 관련 민간단체들이 잇따라 설립되고 있고 몇개 기업들이 이와 별도로 단체결성 움직임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25일 50여개 컴퓨터 유통사업자들은 「한국중고컴퓨터협회」를 결성하기로 하고 발기인 대회 및 총회를 개최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으며 지난 29일에는 컴퓨터관련 업계 및 학계인사들이 주축이 된 사단법인 「컴퓨터재활용협회」가 발기인대회를 열었다.

이에 앞서 지난달 초에는 전국 중고PC 유통사업자들이 모여 「한국컴퓨터재활용조합」을 결성하기로 하고 이달 중순께 중소기업협동중앙회를 통해 조합설립 등록을 하는 등 구체적인 실무작업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다 일부 컴퓨터 유통업체들이 협력점 및 대리점 등 자체 유통망을 중심으로 공동의 이익을 대변할 단체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로 나갈 경우 연말까지 적어도 5개 이상의 중고컴퓨터 관련단체가 설립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들어 컴퓨터 재활용 관련단체들이 잇따라 설립되고 있는 것은 최근 정보통신부가 중고PC 유통과 컴퓨터 재활용사업에 대한 자금 및 판로확대 지원책을 발표하고 환경부 등 주무부처에서도 이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데서 비롯하고 있다.

또한 중고컴퓨터 및 폐컴퓨터의 예상물량이 연간 1백50만대로 해마다 크게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면서 이 분야의 사업기반이 점차 확대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컴퓨터 재활용 단체의 잇따른 설립에 대해 업계관계자들은 일단 컴퓨터재활용에 대한 인식이 널리 확산되고 있고 사업전개가 다양하게 펼쳐질 것이라는데 기대감을 갖고 있다.

각 단체의 정관에서 발표한 사업및 활동내역을 보면 공통적으로 폐컴퓨터를 수리해 재생하고 이를 다시 유통가에 저가로 공급하기로 했으며 재생이 불가능한 폐쓰레기는 부품별로 분리해 금, 은, 주석 등 재활용 자원을 추출한다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들 단체들의 발표대로 이같은 사업이 대대적으로 펼쳐지면 국내 폐쓰레기 및 중고컴퓨터의 재활용도는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단체 난립에 따라 최근 컴퓨터업계의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컴퓨터재활용 사업이 자칫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각 단체들이 정부지원금을 유치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임으로써 정부지원책이 분산되고 재활용 사업이 난립형태로 추진되면서 사업효율성이 극히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 가운데에는 특히 폐컴퓨터처리 한 분야만도 광물자원 추출기술 등 특허권이 적용될 만한 첨단 기술력 확보가 전제조건이 되고 있는 만큼 여러단체가 개개별로 추진할 경우 사업전개가 아예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컴퓨터재활용 조합 결성을 추진하고 있는 CC마트 이병승 사장은 『최근 단체난립의 현상이 우려돼 조합을 타 단체와 합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상황에 따라서는 조합결성을 포기하고 협력관계방식으로 재활용 사업을 별도로 추진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보통신부 한 관계자는 『최근 컴퓨터재활용 사업에 대해 각 부처별 정부지원방안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정부는 그러나 특정 단체나 기업에 이같은 정부지원을 펼치지 않을 것이며 각 단체들이 통합해 하나의 단일창구를 만들어야 정부지원책과 컴퓨터재활용 사업전개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신영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