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PC시장에서 자국업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값싸고 성능좋은 외국산 제품에 밀려 시장에서 맥을 못추던 자국업체들의 제품이 이제는 당당히 얼굴을 내놓고 외국산 제품과의 경쟁에서도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로 성장하고 있다.
고객들도 비싼 구형모델의 자국산 PC를 사느냐 아니면 최신 모델의 다양한 외산제품을 사느냐 하는 선택의 문제를 놓고 고민하지는 않는다.
MMX채용 제품 선봬 특히 지난달 인텔의 MMX 멀티미디어 칩이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정식으로 선을 보인 데 이어 8개의 현지 PC업체들이 이 CPU를 기반으로 하면서 영상회의기능까지 채용한 멀티미디어 제품을 대거 선보임에 따라 소비자들로서는 자국산 제품에 대한 선택의 폭이 더욱 넓어지게 됐다.
더구나 중국의 경제발전과 함께 가구소득도 향상됨에 따라 PC의 가정용 수요도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여서 이들 수요확보를 위한 자국업체들의 행보가 그 어느 때보다 바빠지고 있다.
레전드 그룹이나 베이징 파운더 일렉트로닉스, 차이나 그레이트 월(長城) 컴퓨터그룹 등 대형업체에서부터 6천여개나 되는 조립업체에 이르기까지 높은 성능과 가격경쟁력으로 무장한 제품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더구나 공급망이나 서비스도 눈에 띄게 향상돼 이들은 이제 더이상 외국업체들에게 안방시장을 내놓아야 하는 힘없는 주인이 아닌 것이다.
1백66MHz펜티엄PC의 경우 자국업체들의 제품은 1천2백 달러 정도로 외국산 제품보다 20% 정도가 저렴해 가격면에서도 우위에 서 있다. 특히 현재 대형업체들은 시장점유율 면에서도 IBM이나 컴팩컴퓨터, AST리서치 등 일찌감치 중국 PC시장에 터를 잡은 외국업체들과의 격차를 급속히 좁혀가고 있다.
더구나 현재 중국 PC시장이 한창 성장기에 있음을 감안하면 시장판도는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총 21억 달러 어치가 팔린 중국 PC시장은 오는 2000년까지 4년동안 87억 달러로 4배 넘게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고 보면 자국업체들에게 자국시장은 앞으로 더욱 더 많은 성장의 기회를 약속하는 셈이다.
2000년시장 87억달러
중국 자국업체들 중에 가장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인 업체는 역시 레전드그룹. 현지 시장조사업체인 차이나 리서치社에 의하면 지난 95년 9억3천만 달러 규모의 매출로 시장점유율 6위에 그쳤던 레전드는 지난해 80%가 늘어난 14만대를 판매, IBM에 이어 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중국 PC시장의 선발업체였던 AST와의 제휴아래 이 회사가 중국에 26개의 지점과 1천개의 판매 및 서비스망을 설립하는 것을 지원한 바 있는 레전드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관리 및 마케팅부문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 단번에 시장 선두그룹에 가세했다.
또 지난해에는 대만 에이서와의 8백 달러짜리 PC인 「에이서 베이식」 판매계약 체결을 계기로 저가 시장을 공략한 것이 적중, 4, 4분기에는 IBM을 제치고 점유율 1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레전드는 마이크로소프트에 윈도95의 중국어버전을 라이선스받는 것과 관련, 매년 1천2백만 달러를 지불하고 있다. 다른 업체들보다 한발 앞서 해외시장 기술을 중국어화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고, 이는 곧바로 중국시장을 주도하는 데 유리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중국 자국업체들의 이같은 선전은 현지에서 배출되는 고급 기술을 적극 영입하는 전략과도 무관하지 않다.
베이징대학이 운영하는 파운더 일렉트로닉스는 해마다 우수한 베이징대학 졸업자들을 채용, 현재 연구소에만 3백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올해 10만대의 PC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는 이 업체는 앞으로 5년 동안 매년 1백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중소조립업체도 활약 중소 조립업체들의 약진도 간과할 수 없다. 이들은 현재 중국 PC시장에서 4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면서 대형업체 및 외국업체들보다 싼 가격으로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국업체들의 분발에도 불구하고 시장판도는 그 누구도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중국 PC시장의 성장잠재력이 막대한 만큼 누구에게나 기회와 가능성의 문은 열려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IBM이나 컴팩 등 외국업체들이 중국내 생산시설을 잇따라 확대하면서 공세의 고삐를 더욱 조이고 있는 데다 중국이 머잖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게 되면 대만, 한국 등 아시아국가들의 제품이 합법적으로 수입돼 시장경쟁이 더욱 거세질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중국 PC시장 붐의 조성과 함께 외국의 유명 PC브랜드에 익숙해진 중국 소비자들에 대해 자국산 PC품질의 신뢰도를 높이는 일도 자국업체들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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