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밴드 월플라워스(Wallflowers)는 다른 신인들보다 유리한 점이 있다. 밴드의핵심이자 보컬과 기타를 담당하는 제이콥 딜런이 20세기 팝음악사의 한 장을 장식한 포크싱어 밥 딜런의 아들이라는 점이다.
연예인 2세로 부모와 같은 길을 걷는다면 맨손으로 시작하는 이들보다 훨씬 쉬울 것이 자명하다.하지만 밥 딜런의 음악과 이미지가 당시의 쉽고 빠른 음악들과 야합하기 힘들었던 것처럼 제이콥도 부귀영화에 자신을 길들이지는 않았다.
제이콥이 밴드 월플라워스라를 결성한 것은 90년대에 들어서였고 데뷔작은 운이 따르지 않는 여느 신인 밴드들의 작품처럼 쉽게 잊혀져 갔다. 월플라워스는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밥딜런의 근황이 소개될 때, 양념처럼 끼어들었을 뿐 모든 사람들이 익히 알고있는 이름으로금방 부상된 것은 아니었다.
제이콥은 아버지의 명성을 피해다녔다고 알려져 있는데 제이콥이 아버지 밥의 예명인 딜런을그대로 물려받은 것을 보면 아버지의 그늘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제 제이콥을 비롯한 월플라워스는 밥 딜런을 극복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지난해 발표한 앨범 「Bringing Down The Horses」가 해를 넘기면서 서서히 인기를 모아 마침내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게 된 것이다.
밥 딜런의 음악에 영향을 받은 뮤지션들을 흔히 딜런스 차일드(Dylan’s Child)라고 하는데 딜런의 진짜아들임에도 불구하고 제이콥과 월플라워스의 음악세계는 딜런의 적자라기 보다는 가지치기 과정에서 등장한 것으로 보는 것이 옳겠다.
차라리 딜런과 완전히 분리해 놓고 처음부터 차근차근 짚어보는 것이 이 앨범을 이해하는 방법이다. 월플라워스의 음악은 물론 록이 주메뉴이지만 그 위에 포크,블루스 등이 가미된 것이다. 거기에 장르나누기로는 설명되지 않는 편안함이 있다.
밥 딜런이 데뷔하던 시절,그는 음치에 가까운 어정쩡한 목소리에 의식있는 주제를 다뤄 음악팬들에게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지금은 그런 것이 흔한 개성이 되었는데 제이콥의 보컬실력은 아버지보다 훨씬 좋고 노련미마저 느껴진다.
앨범수록곡 중에서도 해먼드 올갠의 따뜻함이 기타사운드와 어울리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월플라워스는 이제 밥 딜런의 아들 운운하는 이유에서보다 실력으로 우뚝 설 수 있게됐다. 파티장에 가서 춤 한 번 신청받지 못하는 운나쁜 아가씨들을 「벽의꽃(Wallflowers)」이라고 일컫는데 이제 월플라워스는 대중들로부터 많은 춤신청을 받게됐고 활짝 만개하는 호시절을 맞이한 것 같다.
<박미아, 팝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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