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 전선-구조 고도화... `수출 케이블` 깔았다

지난 62년 정부가 대규모 발전소를 건설하는 등 본격적으로 전원개발을 추진하면서 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한 전선사업은 시설투자 비용이 높은 장치산업으로 산업활동과 국민생활에 직결되는 국가기간산업이다.

따라서 지금까지는 국내 총 수요의 40% 정도를 한국통신과 한국전력 등에 납품하는 관납물량이 차지하는 등 경기변화의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았고 이에 따라 내수위주의 산업구조를 보여왔다. 그러나 지난 95년부터 내수시장이 포화상태에 도달함에 따라 국내 전선업계도 새로운 수출시장으로 급부상한 중국,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영역을 넓혀 가는 등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전력케이블 일변도에서 탈피, 최근들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통신케이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다각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한편 2000년대 초고속 정보통신망 시대에 대비, 광케이블에 대한 연구개발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기존 전력케이블 위주의 산업구조로는 조달시장 개방과 국내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아래 알루미늄, 스테인리스강, 광통신시스템 등 비전선분야의 사업을 강화하는 한편 조만간 발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765 초고압 송전선로 공사와 신공항건설, 경부고속전철 수주전도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총 시장 외형이 3조5천억원이 넘는 전선산업을 조명해 본다.

<편집자 주>

<판매경쟁 본격화>

전선 제조업계는 최근 그룹사들의 지분확대와 섬유 등 비전선 투자업체들까지 기업 인수합병 바람을 타고 가세해 설비투자가 늘고 있다. 이와 함께 외형도 커지고 있어 시장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대부분 정보고속화사업과 초고압 케이블사업, 신공항건설 등 사회간접자본분야의 사업참여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미 전담팀을 두고 본격적으로 사업에 착수한 곳도 있다.

국내 전선시장 규모는 지난 88년 사상 최초로 1조원을 돌파했으나 89년부터 주요 대형업체들이 극심한 노사분규를 겪으면서 생산에 차질을 빚어 한때 정체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90년 들어 생산이 정상화되면서 한전, 한국통신 등 관납물량이 늘어나고 일반 제조업의 설비투자 증가 및 사회간접자본 투자확대 등으로 전선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전선업계는 다른 제조업계와는 달리 업체간 경쟁이 미미한 편이었으나 80년대말 이후 계속된 설비투자에 따른 공급능력 확대와 통신망, 전력망 확충이 정체상태를 보이며 내수부문이 감소세를 나타내면서 수주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전선업체들은 수출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 내수지향적 산업구조에서 점차 수출지향적 구조로 전환, 내수산업 이미지를 벗고 있다.

지난 92년 내수침체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전선업계가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면서 수출부문이 전년대비 88.6%의 높은 신장세를 보였으며 특히 통신케이블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중국, 베트남, 파키스탄 등 동남아 지역으로의 수출물량이 크게 확대됐다. 또한 93년에는 경쟁입찰뿐만 아니라 전선조합을 통한 단체수의계약 물량이 91년의 절반정도인 5백억원으로 축소되는 등 관납물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했으며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민수부진도 겹쳐 각 전선업체들은 수출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93년 하반기부터는 국내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진입함에 따라 전선업계 경기도 급속한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해 94년 전선조합을 통한 단체수의계약 물량은 한전의 송배전용 전선구매 물량 증가로 93년에 비해 40%가량 증가한 7백12억원에 이르렀으며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 및 건설부문의 수요증가 등에 따라 민수물량도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수출지향적 산업화>

95년에는 대기업들의 지속적인 설비투자 및 주수요처인 한국전력의 송배전시설투자 확대 등에 힘입어 전력케이블 생산이 91년 이후 최고의 생산증가율을 기록, 전년대비 32.1%의 급증세를 보였다. 수출의 경우 기존 통신선의 증가율은 둔화됐으나 전선중간재인 나동선의 수출이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전선 총생산액은 3조1천2백77억3천만원으로 전년의 2조7천8백55억4천8백만보다 12.3% 늘어났으며 이 가운데 통신선케이블이 5천6백10억8천2백만원, 전력선케이블이 9천43억4천34백만원, 마그네트와이어가 2천6백24억3백만원이었고 기타 절연선 및 케이블이 1조3천9백99억2백만원을 기록했다.

수출은 총 6억2천5백47만7천달러로 95년에 비해 무려 27.7% 증가했다. 이는 동축케이블과 고무절연전선의 수출이 전년에 비해 크게 늘어난데다 광섬유케이블이 전년에 비해 무려 97.3%나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선은 용도와 절연방법이 다양하여 무수히 많은 종류와 규격품이 있다. 전선은 전기선 등 전력용전선을 비롯 전화선 등 통신용전선, 자동차, 전자제품 등 기기나 배선에 사용되는 기기용 전선과 권선, 기타 전선 등으로 구분되는데, 산업발전 초기에는 전력선의 비중이 높다가 점차 설치용 배전수요와 함께 통신용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 그 다음 단계로는 문화생활 욕구의 증가와 컴퓨터, 자동차산업 등의 발달에 힘입어 기기용 전선, 권선 수요가 늘어나는 구조를 보인다.

전선의 종류는 매우 다양해 선진국의 경우 약 3만여종, 국내에서는 약 2만여종의 규격품이 생산되고 있다. 따라서 다품종, 다규격 제품의 생산체제로 업체간 전문생산체제가 미흡하고 원자재의 원가구조상 銅소비 비중이 매우 높아 전기동 가격변동이 업계의 수익구조를 좌우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선산업의 수익구조를 좌우하는 전기동은 대기업은 직접 생산하고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생산한 것을 공급받아 사용하는데 중소업체들의 경우 LG전선 등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LG금속에서 1차 가공, LG전선 및 대한전선에서 2차 가공한 형태로 공급받아 업계 전체가 하나의 고리로 연결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최근들어서는 LG전선, 대한전선, 희성전선 등 빅3 위주의 전선산업 시장에 몇몇 업체들이 후발참여를 선언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들은 진로그룹의 진로인더스트리즈, 삼성그룹의 한일전선 등으로 지난 60년대 농어촌 전화사업 이후 제2의 전선산업 춘추전국시대를 맞게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또한 M&A바람에 따라 태일정밀이 제일전선을 인수해 변경한 (주)동호, 천막제조업체인 한국타포린이 인수한 한국KDK 등도 전선산업에 본격 참여함으로써 내수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치열한 경쟁구도는 역시 최대 수요품목으로 기대되고 있는 초고압케이블과 광케이블 시장 선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전선관련 국책사업이 2000년대까지 총 35조원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가운데는 2000년까지 매년 5백억원의 매출이 기대되는 고속전철사업과 총 6천억∼7천억원 상당의 시장이 예상되는 CATV사업, 7천억 규모로 추정되는 765 송전선로 건설사업 등이 포함되고 신공항건설에도 대규모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전선업계는 과당경쟁도 우려되고 있다.

<광케이블 시장 가열>

이같은 대규모 수요에 따라 후발주자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초고압 사업은 LG전선과 대한전선이 독과점으로 주도하고 있고 광케이블사업은 LG전선, 대한전선, 삼성전자, 대우통신 등 4사가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으나 최근 희성전선을 비롯 진로인더스트리즈, 한일전선, 대성전선, 일진 등 5개 업체가 도전장을 냈다.

국내 광케이블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기존 광케이블 제조업체들이 생산시설을 대폭 확충하는 한편 3~4개 중견업체들도 이 시장에 본격 가세, 국내 광케이블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80년대초 국내서 광케이블이 처음 사용될 당시에는 광섬유 제조기술을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도입했으나 광섬유 생산기술을 위해 집중 투자한 결과 현재 광섬유 제조분야에서 선진국 수준에 상당히 근접해 있다.

특히 광섬유산업은 기술집약적 고투자 장치산업으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손익분기점인 1백만12f/연까지는 물량이 확보돼야 하지만 현재 국내 시장만으로는 적정 물량가 불가능해 수출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는 LG전선을 비롯 삼성전자, 대우통신, 대한전선 등 전선, 통신관련 업체들은 최근 광섬유 및 광케이블 생산능력을 대폭 늘렸거나 올 상반기안으로 확충을 앞두고 있다. 이와 함께 일진, 진로인더스트리즈, 희성전선 등 전선업체들도 신규로 이 시장에 뛰어들기로 하고 생산시설을 갖추는 등 광케이블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업체들의 광케이블 투자가 늘고 있는 것은 한국통신의 초고속통신망 구축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돼 올해 기간망이 구성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케이블TV 2기 사업이 추진되는 데다 PCS서비스에 따른 신규 통신사업자들의 통신망 포설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고, 회선임대사업자의 수요 및 데이콤, 도로공사 등의 통신망 확충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업체들이 앞다투어 이 분야에 진출을 선언하고 나섰다.

더욱이 초고속 통신망사업 2단계 기간인 오는 98년부터 2002년까지는 중형 사업용건물과 인구밀집지역에 대해 통신망이 구축되는 FTTO, FTTC 등이 구축될 것으로 보여 광케이블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G전선의 경우 지난해 구미 인동공장에 광케이블 생산라인을 증설, 올 1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는데 연말까지 총 1백20만f(Fiber )의 광케이블을 생산할 계획이며 케이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 것에 대비해 98년 연산 2백만f, 99년 2백50만f로 생산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생산량이 연산 40만f에 이르나 완공을 앞두고 있는 구미 인동공장 증설이 증설되면 올해말까지 생산량이 60만f에 이를 예정이며 오는 98년말까지 연산 1백20만f 규모로 확대한다.

대우통신은 지난해말 생산라인을 증설, 연산 15∼20만f에서 연산 40만f 규모로 늘리고 올해 내수부문에서 지난해에 비해 2백억원이 증가한 5백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중국에 건립키로 한 광케이블 합작공장을 통해 수출에 주력, 올해 3백억원의 수출을 달성할 계획이다.

한편 일진 및 진로인더스트리즈, 희성전선 등 중견업체들의 신규참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일단 광섬유를 수입해 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광섬유까지 국산화한다는 계획아래 올 상반기부터 생산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공장을 준공한 일진은 올해 60만f를 공급할 계획이며 희성전선은 지난해 10월 일본 쇼화전선과 기술제휴를 맺은데 이어 올 상반기안에 제조설비를 구축, 하반기부터 생산에 들어가 올해 20만f의 광케이블을 생산할 계획이다.

한편 광케이블은 광섬유 제조기술이 핵심인데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광섬유 제조를 위한 원천기술 확보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박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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