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젼 역사의 신기원이 열린다. TV에 대한 개념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디지털TV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디지털TV는 디지털신호로 압축된 방송신호를 받아 수신기에 내장이나 외장한 디코더가 복원해 영상을 보여주는 TV다.
전과정이 디지털신호로 처리돼 아날로그TV처럼 전파 간섭이 발생하지 않아 화질이 선명하며 컴팩트디스크(CD)의 음질을 구현할 수 있다.
또 동일한 주파수 대역에서 아날로그 방식보다 6∼8배나 많은 채널을 확보할 수 있어 이론적으로 나라마다 1백여개까지 TV방송채널을 운영할 수 있다. 또 데이터방송을 비롯해 홈쇼핑, 주문형비디오(VOD), 영상회의 등 각종 부가통신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이른바 대화형(인터랙티브)TV시대를 여는 게 바로 디지털TV인 것이다.
디지털TV는 컬러TV와 PC의 등장 이후 전자업계 최대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 파급효과를 생각하면 디지털TV의 등장은 흑백에서 컬러로의 전환 이상의 사건이 될 것이라고 흥분하는 전문가도 있다.
디지털TV가 새삼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미국 정부가 지난해말 디지털TV기술표준규격을 확정한 이후다.
미국이 세계 방송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현실에서 98년의 방송 도입은 디지털TV시대가 예상보다 빨리 열릴 것임을 예고한다.
유럽과 일본도 곧 관련 규격을 확정할 계획이며 이같은 청사진은 남아프리카, 남미 등지로도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오는 2000년에 시험 방송을 거쳐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디지털TV방송을 개시할 예정이어서 디지털TV방송은 금세기 안에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TV업체들의 행보가 더욱 빨라지게 됐다.
현재 세계적으로 TV수요는 연간 1억대.
「이 물량이 모두 디지털TV로 바뀐다면」.
한계보급율에 직면하면서 사업이 점차 힘들어지고 있는 TV업체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상상만으로도 흐믓하다.
그런데 애초 계획보다 이르게 디지털TV방송의 도입되면서 현 아날로그TV는 앞으로 15년 안에 무대 밖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TV제조업체로서는 디지털TV의 개발이 신규 시장 창출의 의미를 넘어 생존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국내외 TV업체들은 이르면 내년부터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할 디지털TV시대를 향한 경주에 이미 들어갔다.
소니, 미쓰비시, 샤프, 히타치 등 일본TV업체와 필립스, 톰슨 등 유럽TV업체들은 저마다 경쟁업체보다 먼저 디지털TV를 출시, 시장을 선점하겠다며 최근 독자적으로 또는 다른 업체와 함께 디지털TV의 핵심 부품인 칩세트를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국내 가전사도 방송계, 국책연구기관 등과 함께 디지털TV용 반도체(ASIC)를 개발할 계획이며 저마다 관련 설계기술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가전업체들은 특히 디지털TV의 개발 경쟁에서 뒤지면 앞으로 TV시장에서 설 자리가 없다고 보고 사력을 다해 디지털TV에 개발 역량을 쏟아부을 방침인데 선진 업체와 같은 시기에 제품을 내놓겠다는 목표 아래 최근 저마다 전담팀을 구성하고 나섰다.
그렇지만 국내 가전사는 아직 디지털TV의 개발 방향과 전략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TV의 규격은 미국의 「D(Digital)TV」와 유럽의 「SD(Standard Definition)TV」등 두가지다.
DTV는 지상파TV는 물론 케이블TV, 위성방송과 미래의 고선명TV(HDTV)도 망라한 넒은 의미의 디지털TV다. 반면 SDTV는 지상파TV에 국한돼 있으며 영상및 음성 데이터만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꾸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두 규격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데 어느 쪽을 선택할 지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화면주사방식에 대한 선택도 고민거리다.
화면주사방식은 종전과 같은 「비월주사방식」과 컴퓨터에 적용되는 「순차주사방식」이 있는데 방송계와 컴퓨터업계의 대립으로 인해 두 규격은 당분간 양립하면서 시장 원리에 맡겨질 전망이다. 아무래도 결정권자의 자리에서 비껴 서 있는 국내 가전사로서는 외국 업체의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이다.
또 현재 추진중인 디지털TV용 반도체의 공동 개발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도 넘어야할 과제다. 자칫 이 작업이 늦어져 제품의 개발 일정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국내 가전사들은 일단 추이를 지켜보면서 디지털TV 개발에 필요한 디지털신호처리기술 등과 같은 요소기술에 대한 개발 역량을 갖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다채널인 디지털TV의 특성상 꼭 필요한 기술이지만 선진 업체에 비해 뒤지고 있는 소프트웨어기술, 이를테면 프로그램가이드(EPG:Electronic Program Guide)설계와 같은 기술을 확보하는 데에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디지털TV는 그 폭발적인 성능 만큼 TV산업은 물론 연관 산업에 막대한 파급효과를 미칠 전망이다.
디지털TV방송을 녹화할 수 있는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램은 그 첫 수혜자가 될 전망이며 주문형 비디오(VOD)와 같은 멀티미디어서비스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신호처리기(DSP), 차세대디스플레이 등 디지털부품시장이 활성화돼 부품산업은 돌파구를 마련하게 됐으며 방송, 컴퓨터, 컨텐트산업 등 연관산업도 디지털TV방송을 계기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또 TV와 PC가 융합된 디지털TV를 놓고 가전업체와 PC업체간의 제휴가 더욱 활발해지고 가전, 컴퓨터, 방송, 정보통신, 컨텐트업체 간의 합종연횡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디지털TV는 세계 전자산업의 구조를 뿌리채 흔들기 위해 마치 태풍처럼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
<신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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