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주간 97 특집] 전자부품 종합 경연장으로 재도약

국내 유일의 전자부품 및 관련장비 전시회인 「일렉트로 위크(전자주간) 97」이 1일 삼성동 한국종합전시장(KOEX)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한국전자공업협동조합과 경연전람의 공동주최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국내업체 1백76개사, 외국업체 15개국 2백92개사 등 총 16개국 4백68개 업체가 참가, 사상 최대 규모로 펼쳐지며 오는 3일까지 3일간 계속된다.

특히 이번 전시회는 국내 경기가 침체일로에 있고 전자산업의 국제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열리는 것이어서 수출시장 등 판로개척에 크게 일조할 것으로 기대되며 새로운 신제품을 대거 보여줌으로써 사업다각화 등 불황 타개책 마련에 골몰하는 부품업계에 방향을 제시해 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몇 가지 측면에서 매년 열렸던 기존 전시회와는 사뭇 다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선 이번 전시회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국내 전자부품 관련 양대 전시회가 전략적으로 손을 잡았다는 점이다.

그동안 한국전자공업협동조합과 경연전람이 개별적으로 주최해오던 「전자부품 및 생산장비전(KEPES)」과 「PCB 및 전자부품 생산기자재전(NEPCON KOREA)」이 통합돼 「일렉트로 위크(전자주간) 97」이란 이름으로 새롭게 탄생한 것이 바로 이번 전시회다.

KEPES는 지난 86년 일반 전자부품을 중심으로 부품 생산장비 등을 전시하는 전문 전시회로 첫 출범했으며 NEPCON은 85년 이래 PCB와 디스플레이, 반도체 소자 및 관련장비를 집중적으로 다뤄왔다.

1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는 이들 전시회가 나름대로 국내 부품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는 결코 적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전시회는 이같은 공로에도 불구하고 전시회 규모나 업계의 참여도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정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했으며 그 기간 동안 국내 전자부품산업의 규모가 엄청나게 커졌던 점을 감안하면 기대에 못미치는 측면이 적지 않았던 것 또한 사실이다.

전자조합과 경연전람은 이같은 이유 중의 하나를 비슷한 전시회가 분산 개최돼 온 것에서 찾고 있다. 특히 이들 전시회 중 KEPES는 일반부품을 중심으로, NEPKON은 반도체와 PCB를 중심으로 다뤘기 때문에 「반쪽 전시회」라는 인식이 있었으며 이는 전자부품이 모듈화, 고집적화하고 따라서 일반부품과 반도체가 결합, 응용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시대적인 흐름과도 다소 동떨어진 측면이 있었다.

따라서 이번 통합 전시회의 개최는 그동안 시행착오를 거듭해온 전자부품 전시회가 과연 전자부품 전분야를 포함하는 종합 전자부품 전시회로서 확고히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인가를 가늠하는 좋은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시회의 또다른 특징은 전시회 참여규모 면에서 사상 최대라는 점이다.

우선 참가회사 수만 해도 국내업체 1백76개사, 외국업체 15개국 2백92개사 등 총 16개국 4백68개에 이르러 예년에 비해 매머드급이라고 주최측은 자평하고 있다. 참가 외국업체로는 미국 92개사, 일본 98개사, 대만 26개사, 독일 21개사, 영국 18개사, 홍콩 9개사, 중국 5개사, 이탈리아 6개사, 싱가포르와 스위스 각 4개사, 스웨덴 3개사, 프랑스와 캐나다 각 2개사, 이스라엘과 말레이시아 각 1개사 등이다.

주목할 것은 국내업체보다도 외국업체들의 전시회 참가규모가 훨씬 크다는 점이다. 이는 국내 전자산업시장의 규모나 향후 발전가능성에 대해 외국업체들이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는데 이에 비해 국내업체들의 참여열기는 다소 부족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또 전시품목도 반도체, PCB, LCD 등 디스플레이 부품과 통신용 부품 등 최근 각광받는 첨단부품과 관련장비는 물론 AV부품, 가전기기용 부품 등을 망라하고 있어 어느 때보다 다양하다.

특히 정보통신기기 및 관련부품의 출시가 크게 증가, 첨단화가 진전됐다는 평을 받고 있다. 부품으로는 위성방송 수신용 안테나, 노트북PC용 어댑터, 2차전지, 액정표시장치, 광커넥터, 피에조 버저, 통신용 전원모듈, 통신장비용 랙 등이 두드러져 보이고 무선 CCTV시스템, 위성방송 수신기 등의 시스템도 눈에 띈다.

장비는 이번 전시회 출품작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PCB 제조장비를 비롯해 콘덴서, 트랜스 등 일반부품 제조장비, 각종 측정장비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분야를 망라하고 있어 돋보인다는 평가다.

또한 이 기간 중에는 차세대 표면실장용 칩본더 프린팅기술 등 전자부품 관련 기술세미나도 열려 엔지니어들의 활발한 기술교류장으로서의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전시회에서는 활발한 구매, 상담활동과 함께 전자부품 및 생산장비의 세계적인 조류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됨으로써 새로운 사업기회를 제시하는 방향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회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정부가 중소기업 육성을 통해 사업구조조정을 대대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임을 선언한 시점에서 열리는 첫번째 중소기업형 전시회라는 점이다.

이번 전시회는 따라서 국내 전자부품 등 중소 전자산업이 처한 상황을 되짚어보고 특히 기술적 비교를 통해 가능성을 모색할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주변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유일의 전자부품 전시회로 면모를 일신한 이번 「전자주간」이 명실상부하게 한국을 대표하는 전자부품 전문전시회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다소 보완할 점도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단순히 보여주는 전시회에서 참가업체들의 마케팅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전시회로 자리잡도록 홍보기능이 강화돼야 하며 특히 해외바이어를 대폭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내 주요 세트업체들의 구매관련 실무자들이 대거 참관토록 하는 등 세트업체의 정책과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할 경우 중소업체들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첨단 부품기술을 선보이는 장으로서의 특성을 살릴 수 있도록 기술 면에서 선도적인 위치에 있는 종합부품 3사 등 대기업들의 참가를 적극 유도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올해 첫 시험대에 오른 「전자주간」. 발전적으로 통합한 만큼 그 열매가 기대된다.

<이창호 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