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지난 21일 용인위성관제소에서 CAS(Conditional Access System) 시연회를 가졌다. 이에 따라 디지털 위성방송 본방송을 위한 기술적인 지원체제는 사실상 완결됐다.
이번에 ETRI가 개발한 CAS는 무료, 기본, 유료채널은 물론 PPV(Pay Per View)까지 동시에 지원하며 스마트 카드에 의한 다양한 서비스를 구현하고 있다. 특히 선진국과 기술격차 없이 이뤄졌다는 점은 세트톱박스 등 연관산업의 대외적인 기술경쟁력 확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TRI측은 무궁화위성방송 유료서비스 조기활성화는 물론이고 앞으로 주문형비디오(VOD), 디지털라디오(DAB), 고품위TV(HDTV) 등 차세대 방송의 유료서비스에 대한 응용, 양방향 멀티미디어 서비스의 유료화에 대비한 기술력 확보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CAS가 개발 완료됐다할지라도 앞으로도 많은 처리과정을 거쳐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일차적인 문제가 신뢰도검증 및 국내표준으로의 채택문제이다. 특히 신뢰도검증 문제는 가장 먼저 선행돼야 할 과제이다.
ETRI측은 자체 개발한 CAS 시스템이 DTH(Direct To Home) 방식으로 5백만 가입자를 커버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현재는 단지 몇 대를 대상으로 한 기능적 차원의 테스트베드(Test Bed) 수준에 그치고 있는 상태이다.
이를 운용할 위성방송사업자나 한국통신(KT), 수신기업체 모두 인정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신뢰도가 먼저 검증돼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한 구체적인 협의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ETRI가 다음달 초 실시할 수신기 정합성시험은 제한적인 범위가 아닌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정합시험으로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합시험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고 가정할 때에도 이에 대한 표준화 과정도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ETRI는 지난해 11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 표준안을 상정하고 최근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간 상태이다.
정보통신부가 정책적인 의지를 갖고 단일 표준안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으나 CAS 구현의 주체인 방송사업자들이 복수 표준안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어 이에 대한 조율이 필요하다.
현재까지는 방송사업자나 가전업체들 모두 중복투자 방지, 수신기 호환성 확보, 차세대 유료서비스 표준화 제정이라는 전제아래 단일 표준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이전까지의 진행과정을 볼 때 불협화음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모든 송신시스템별 유료서비스 기능을 운영할 수 있는, CAS를 위한 별도의 독립적인조직(CAS운영센터)에 대한 논의도 하루 빨리 진행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운영업자에 대한 논의가 빨리 이뤄져야 위성방송사업자 선정 이후의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될 것이다.
<조시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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