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PC유통업체 부도 도미노 이렇게 극복하라 (3)

「1백40억원에서 1천5백억원으로」 지난달 29일 부도를 내고 쓰러진 세양정보통신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에 비해 무려 10배가 넘게 성장하는 대 기록(?)을 세웠다.

경이적인 매출액 성장은 신기술이나 히트상품을 개발한 전도 유망한 기업체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최근 컴퓨터유통업체들이 자의적인 외형 부풀리기의 소산의 일종이기도 하다.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던 세양정보통신의 매출액은 결국 거품이 되어 터지고 말았다.

세양정보통신 뿐 만이 아니다. 최근 잇따라 부도를 내고 쓰러진 중견 컴퓨터유통업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부도직전까지 매출액면에서 고도의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이에 맞춰 경영적자도 눈덩이 처럼 불고 있었다.

컴퓨터유통업체들은 「적자 누적」이라는 내부병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에도 이를 근원적으로 치유하기 위한 영업전략을 구사하기보다는 당장의 자금대출과 무담보거래를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외부 덩치늘리기에 치중해왔다. 관련업계에서 공룡의 멸망(?)은 시간문제였을 뿐 필연의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던 것도 이때문이다.

유통업체들의 외형부풀리기는 비단 부도를 낸 업체만의 문제라기보다는 현재 컴퓨터유통업계의 현안이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연쇄부도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8일 부도처리된 한국 IPC는 지난 95년말에 설립된 이후 1년만에 1천8백억원대의 매출액 규모로 성장했다.

「마이지니」에 이어 「헬리우스」를 출시했고 지난해말 펜티엄 프로급까지 대대적으로 제품을 출시하는 등 공격적인 마켓팅을 구사했다. 그러나 이같은 성장은 소비자들의 수요확대를 기반으로 한 매출액 달성이 아니라 매출목표달성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제살깎기식 밀어내기 방식영업을 추진해 온 결과라는데 문제가 있었다.

지난해 중순부터 전자상가에 떠돌기 시작한 한국IPC의 부도설은 「마이지니」와 「헬리우스」제품의 대대적인 덤핑공세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난해 말 한국IPC는 심화된 누적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몸부림을 쳐왔던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싱가포르에서 공수를 받아온 PC를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기 위해 성원정보기술과 주문자상표부착(OEM)방식으로 제품생산을 추진하는 동시에 멀티그램을 끌어들이기도 했다. 멀티그램의 어음배서를 확보한 한국IPC는 엄청난 누적적자액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대출을 받았으며 수많은 거래업체로부터 대대적인 물품공급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결국 한국IPC의 외형부풀리기는 일시적으로 성공하는 듯 했으나 적자경영기조에는 변함이 없어 거대한 공룡으로 커진 후에 쓰러지게 됐다.

지난달 29일 멸망한 멀티그램의 경우 한 컴퓨터유통업체의 외형부풀리기 작전에 말려든 결과로 치부된다. 상가에 부도설이 파다하게 퍼진 이후에 3백억원대의 어음배서를 하게 된 것 자체가 불가사의한 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정보력이 미흡했거나 일부 기업인이 개인영리를 취했던 같다.

한국IPC와 멀티그램에 이어 이달 12일 부도를 낸 아프로만은 세양정보통신을 모델로 지난해말부터 대대적인 외형 부풀리기에 나서려다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기업사 뒷면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지난 95년 매출액 규모가 4백억원이던 아프로만은 지난해 5백억원 규모로 성장하는데 그쳤으나 올해 목표를 1천5백억원으로 책정하고 대대적인 매출액 확대를 꾀하고 있었다.

지난해말부터 「맞춤 컴퓨터공장」이라는 사업을 전개해 전국 9백여 조립PC업체들과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연간 광고액을 지난해 3억원에서 30억원으로 확대하는 한편 금강기획과 광고제작 협력계약을, 탤런트인 김소연씨와는 전속계약을 각각 체결하기도 했다.

아프로만의 전국 직영 및 지사매장은 지난해말까지 39개로 1개매장당 매출액은 15억원규모인데 올해에는 매장당 50억원규모를 목표로 정했는데 이는 매장수요로는 도저히 달성할 수 없는 수치로 분석된다.

이는 아프로만의 올해 사업계획이 덤핑과 꺽기라는 파행적인 유통방식을 채택할 것임을 시사해주고 있다.

아프로만에 이어 하루만인 13일 부도가난 세양정보통신은 외형 부풀리기에 나서다 쓰러진 대표적인 유통업체이다. 95년도에 1백40억원에서 지난해 1천5백원의 매출액을 올리는 등 외형적으로 가장 「잘 나가는(?)업체」였으나 속의 멍에는 점점 깊어가고 있었다.

지난해 5백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한 한국소프트정보통신 역시 올해 1천8백억원의 매출액 달성을 목표로 거품식 성장확대를 기했다.

CD대여점과 멀티방 등 새로운 방식의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긴 했으나 한국소프트정보통신은 거품성장에 따른 누적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이달 14일자로 최종 부도가 났다.

연쇄부도를 맞은 유통업체들이 왜 외형부풀리기에 나섰을까. 하나는 자금과 제품공급거래를 원할하게 하려던 것으로 분석된다.

컴퓨터업계에서 대외적인 기업의 공신력은 곧 「매출액」이라는 논리가 보편적이다. 매출액을 늘려야 자금 대출을 쉽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제조업체로부터 제품을 수월하게 공급받을 수 있다.

한컴서비스의 박상현 사장은 『최근 컴퓨터유통업체들이 매출액 확대에 주력하고 있으나 소비자들의 수요를 기반으로 하지 않은 매출액 확대는 자칫 덤핑으로 흐르기 쉽다』며 『불필요한 외형부풀리기보다는 소비자의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유통품목선정과 비용줄이기 등을 통해 흑자경영을 최대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근 유통업체들의 잇단부도로 유통구조가 전면 재조정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이같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직접적인 부도여파를 피해간 몇개 업체가 있다.

뉴텍컴퓨터는 생산 및 유통의 철저한 분리, 유통단계 축소, 적절한 광고, 대고객 위주의 판매정책 등을 구사하고 기존 대형 유통업체와의 의존도를 최소화하면서 중견 컴퓨터업체로서는 드물게 부도피해가 거의 없는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매출액규모는 지난 95년에 비해 지난해에 30%성장에 머물렀으나 지속적인 흑자노선을 추구해 온 뉴텍컴퓨터는 소비자수요 확대에 따른 매출액 달성을 제일의 목표로 생산과 유통을 철저히 분리시켜 운영하고 있다. 회사는 제품생산에만 전념하고 유통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전국 2백80여개 대리점들의 몫으로 돌렸다. 덕분에 각 대리점에 과도한 할당량을 부과하는 「밀어내기」 방법을 사용하고 제품을 할당받은 대리점들은 어음만기일전에 이를 처분하기 위해 「꺾기」 또는 「덤핑」을 감행하는 비정상적인 유통방법을 배제할 수 있었다.

뉴텍컴퓨터는 또 소속 대리점들의 창고에 재고가 쌓이지 않도록 공급 물량을 적절히 조절하고 있다. 과도한 재고물량이 쌓이게 되면 당연히 덤핑행위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대리점이 주문한 물량과 판매물량에 대해서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이를 위해 팩스나 PC통신을 통해 대리점이 주문한 제품은 24시간 이내에 본사에서 직접 운송하는 방법을 취한다.

또한 각 대리점들이 능력 이상의 어음을 발행하는 등 무리한 경영을 하지 않도록 통제하기 위해 3년전부터 90일어음 대신 30일어음만을 발행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돌아올 어음 규모를 각 대리점이 정확히 파악해 방만한 경영을 하지 않도록 견제하기 위한 노력이다.

지난 95년 설립돼 한글과컴퓨터의 판매법인인 출발한 한컴서비스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컴퓨터유통사업에 참여하면서 매출액 늘리기를 자제하고 흑자경영을 최우선과제로 삼고 있다.

지난해 2백20억을 매출을 올린 한컴서비스는 올해 4백억의 매출을 잡고 있는데 주로 사업분야를 고객지원, 유통사업, OEM, 유통, 네트웍사업 등 7개로 분류해 추진하고 각 사업분야의 매출액규모를 포트폴리오 방식으로 책정하고 있다.

한컴과서비스는 이같은 사업방식에 따라 대형유통업체아 거래규모를 점차 늘려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적인 부도 피해를 피해갈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컴퓨터 관련 대형 유통업체인 삼테크는 사업다각화, 전문대리점 위주의 영업정책을 통해 일련의 부도사태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삼테크도 이번 부도사태로 잇따른 어음피해가 발생했으나 유통업체와의 실제 거래물량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에 그쳐 주목되고 있다. 삼테크의 정락 이사는 『일반 메모리에 편중돼 있던 반도체 사업구조를 지난 해 초부터 비메모리 사업으로 대폭 전환했고 용산 대형 유통점에 의존했던 과거 관행을 탈피, 아이템 다양화 및 기업체, 전문대리점 위주의 영업으로 전환해 부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며 사전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외형매출을 늘리기 위해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밀어내기」를 단행하는 등의 편법유통보다는 상도의에 어긋나지 않는 정상유통만을 고집해야 건강한 기업될 수 있다』고 덧붙혔다.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컴퓨터유통업체들의 부도라는 직격탄을 피해가는 방법은 무리한 매출액 늘리기를 자제해 어음순환율을 줄이는 한편 소비자들의 수요를 기반으로 하는 유통품목을 선정하고 소액이나마 흑자위주의 마케팅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겠다.

<신영복 최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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