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방송] 방송-통신융합으로 달라지는 미국 전자산업

지난해 디지털 위성방송 열풍에 휩싸였던 미국의 전자산업은 올해에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 디지털TV의 움직임이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지난해 초에 새 통신법이 마련돼 방송 및 통신에 대한 대폭적인 규제완화가 이뤄짐에 따라 지난 한해 밑바닥을 다져온 미국내 전자업계가 디지털TV와 방송의 부가통신, 통신의 방송서비스에 힘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새 통신법 통과에 이어 특히 지난해 11월에 이뤄진 가전, 방송, 컴퓨터 업계의 차세대 디지털TV 규격안 합의는 미국 전자산업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디지털TV에 대한 규격안은 지난 9년 동안 가전, 영화, 컴퓨터, 방송사간 첨예한 논쟁을 거듭했던 대목이어서 이번 합의는 전자산업의 발전을 의미하고 있다.

미연방통신위원회(FCC)는 합의가 이뤄진 디지털TV 규격안에 대해 지난해 12월 승인, 발표하는 한편, 올 상반기중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할 계획이다. 오는 4월 디지털 지상파방송용의 주파수를 할당할 계획이어서 미국내 전자산업의 활성화에 일조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대형 방송사들이 오는 98년 봄부터 디지털방송을 개시할 계획인데, 가전, 컴퓨터 兩업계는 이미 수신기 개발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문제는 디지털TV의 주파수 할당방법이다. FCC는 주파수 경매를 모색하고 있다. 경매가 이뤄질 경우 FCC측은 1백억달러의 수입발생을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해 말의 규격합의도 업체간 연합결성을 통한 주파수 무료획득을 배경으로 이뤄냈던 방송사들은 강력한 로비활동을 통해 무료 주파수 분배를 요구하고 있다.

결국 방송사들의 요구대로 주파수의 무료분배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만 FCC측이 다른 안건으로 방송사들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 이의 하나가 폭력 및 성적 프로그램 등 내용에 따라 시청을 제한하는 V(Violence)칩 문제다.

FCC는 TV 및 세트톱박스에 프로그램 시청거부의 기능을 부가하는 V칩 규격을 설정중이다. 이에 대응해 미국 방송계는 독자적으로 프로그램 내용을 조사하고 프로그램에 등급을 매기는 방법을 발안해 조만간 시작할 예정이지만 일부에서는 프로그램의 내용판단이 충분치 않다는 반대의견이 급속히 번지고 있다. 미국 방송계에서는 디지털TV의 주파수 경매와 더불어 프로그램 등급방법에 대한 문제가 올해 해결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디지털TV와 더불어 지금까지 금지돼온 통신과 방송의 업계간 상호진출이 지난 96년 통신법 제정에 의해 해제됨에 따라 부가통신에 입을 쏟고 있는 케이블TV업계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조시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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