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Kbps 초고속 팩스모뎀 표준화 경쟁 뜨겁다

국내 팩스모뎀업계가 또 한차례 표준화 경쟁에 휘말리게 됐다.

팩스모뎀 세계통신규격 확정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록웰, US로보틱스 등 세계적인 모뎀 칩세트 및 완제품 공급사들이 이달부터 일제히 제품 양산에 돌입하는 등 주도권 경쟁에 본격 돌입했기 때문에 국내시장에도 그 여파가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들 업체는 핵심 부품과 기술력을 앞세워 세계 팩스모뎀 시장의 향방을 사실상 좌우하고 있는 기업으로 세계 통신표준규격 제정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 락웰사는 지난 5일 「K56플러스」란 이름의 56Kbps 팩스모뎀용 칩세트를 공식 발표해 이달부터 국내지사인 락웰코리아를 통해 국산모뎀 생산업체에게 공급할 예정이며, US로보틱스도 지난 11일 발표한 56Kbps 고속팩스모뎀 「x2」을 다음달부터 국내 시판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루센트와 모토로라 등 2~3개 중견 모뎀칩세트 공급사들도 핵심부품 개발을 끝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아직 테스트단계여서 양산시점까지는 2~3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팩스모뎀의 국내공급사들은 33.6Kbps 팩스모뎀 구입자에게 56Kbps 무상교환쿠퐁을 제공하고 서버용 모뎀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PC통신 정보제공업자(ISP)에 대한 지원체계를 강화했으며 대규모 ISP를 신규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막후 교섭을 벌이고 있는 등 고객층을 확대하기 위한 치열한 시장경쟁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락웰코리아측은 삼성, 삼보, 현대, 대우 등 PC업체들과 한솔, 가산, 자네트, 맥, 서한 등 20여개 팩스모뎀 생산업체들이 이미 록웰 칩세트를 사용한 신제품을 개발, 이르면 다음달 중순부터 내수시장에 시판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최근 대형 칩세트 공급사인 미국 AT&T도 자사의 표준을 지원키로 공식 발표했다는 점을 들어 록웰의 K56플러스 규격이 ITU 표준이 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US로보틱스 국내 총판인 대승통신측은 경쟁사인 락웰코리아와는 달리 팩스모뎀 완제품만 판매 중인데 지난해말부터 56Kbps 팩스모뎀 무상 업그레이드 쿠퐁을 제공, 국내 시장의 상당부분을 장악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 2.4분기부터는 시러스로직사도 US로보틱스 호환칩을 공급할 예정이기 때문에 락웰의 독주에 제동을 거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팩스모뎀 및 부품공급사들이 56Kbps 팩스모뎀 시장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세계 통신규격으로 공인받기 위한 전초전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즉 많은 지지세력을 확보해 사실상의 산업표준(디펙토)으로 공인받을 경우 세계 표준제품이라는 엄청난 기득권을 손쉽게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처럼 모뎀업계가 표준전쟁을 벌이게 된 직접적인 요인은 다이얼업모뎀에 대한 표준을 제정하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빨라야 내년말에나 56Kbps 팩스모뎀에 대한 기술규격을 확정지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28.8Kbps 제품까지는 ITU가 기술 표준을 주도해 왔지만 최근 민간기술이 급진전해 ITU가 고속 모뎀규격을 미처 제정하기도 전에 첨단제품을 양산, 산업표준을 만들어 표준규격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들은 『ITU가 표준을 제정하는데 보통 2~3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빨라야 내년말에나 호환성이 보장된 모뎀을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국내 팩스모뎀 생산업체들은 표준제정이 지연된 상태에서 세계적인 팩스모뎀업체들이 주도권 경쟁에 휘말림에 따라 어떤 규격을 채택해야 할지 갈피를 못잡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 삼보, LG-IBM 등 주요 PC메이커들과 한솔, 가산, 자네트, 맥 등 팩스모뎀 생산업계들은 미국 두회사의 주도권 다툼이 단기간에 결론나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이에따라 대부분의 업체가 두가지 규격의 제품을 모두 설계한 후 우세한 제품을 양산하는 눈치전략을 펼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남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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