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중고 컴퓨터의 처리

정보화의 물결 속에서 우리 사회는 「컴퓨터」라는 문명의 이기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컴퓨터 기술에 인간이 지니고 있는 인식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컴퓨터 아노미」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만큼 컴퓨터과학의 기술은 급진전하고 있다.

컴퓨터에 대한 인식도 변하고 있다. 단지 사무용기기로 인식되던 컴퓨터가 일반 가정에 보급됨으로써 정보습득의 창구로 변했고 이젠 없어서는 안될 가전으로까지 그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자녀들의 교육용으로, 생활의 정보창구로, 나아가 재택근무용으로까지 확대된 컴퓨터는 생활 깊숙히 침투한 TV, 냉장고, 세탁기와 같이 이젠 방 한켠을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보급이 확대된 컴퓨터의 최대문제는 「처리」이다. 286에서 386, 486, 펜티엄으로 발전한 컴퓨터기술의 진전에 따라 구형 컴퓨터 처리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폐가전이 환경문제로 등장하면서 각 메이커가 이의 처리를 위한 묘안짜내기에 골몰한 적이 있다. 특히 냉장고와 에어컨의 프레온가스가 오존층을 파괴하는 주범이라는 지적에 따라 이들 제품의 회수, 처리문제를 놓고 사회 각층이 열띤 논란을 벌인 적도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폐컴퓨터 처리도 상당한 문제가 되고 있다. 산업폐기물로 분류되는 컴퓨터의 각종 부품들이 우리 강산을 오염시키는 무서운 존재로 대두될 날도 머지 않았다. 따라서 이에 대비한 폐기방안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폐컴퓨터의 처리방안으로 가장 우선해야 할 점은 바로 재활용이다. 정보화가 급진전하고 컴퓨터의 보급이 일반화했다고 하더라도 아직까지 컴퓨터를 소유하지 못한 사람이나 사회복지단체가 많다. 또 우리나라보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후진국에는 아직 컴퓨터의 실체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중고 컴퓨터의 해외수출을 생각해봐야 한다. 버리면 산업쓰레기이고 모으면 자원이 되는 것이 바로 중고 컴퓨터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아직 중고 컴퓨터 폐해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일 만큼 여유가 없다. 정부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폐컴퓨터 수거를 서두른다면 몰라도 개인적으로 이를 수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이를 수거, 재활용할 수 있는 단체 및 업체의 솔선수범이 기대되고 있다. 앞으로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은 더욱 늘어날 것이고 성능이 향상된 제품이 계속 출시되면서 대체수요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 경우 기존 구형 컴퓨터의 처리는 심각한 환경문제로 대두될 것이고 신제품을 판매한 업체는 서비스 차원에서 중고 컴퓨터를 수거해 주는 방안도 곧 마련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수거된 중고컴퓨터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대책 또한 병행되어야 한다. 최근 국방부에서 2백80여대의 중고 컴퓨터를 수거 사회복지단체에 기증한다는 사실을 신문지상에 알렸을 때 각종 복지단체 및 재외 한인동포회에서 기증받고 싶다는 의사를 타진, 모든 업무가 마비되는 상황에 처한 적도 있다. 돌이켜보면 아직까지 정보화에 뒤처진 음지의 사람들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이제 우리사회도 가전제품에 이어 중고 컴퓨터의 처리문제에 신경을 써야 할 때가 됐다. 역으로 그만큼 정보화가 이루어졌다는 반가운 느낌이기도 하다.

<崔永照 서울컴퓨터유지, 수리조합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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