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97 세미콘코리아` 결산

사상최대 규모로 열린 97세미콘코리아(반도체장비, 재료 전시회)가 사흘간의 전시일정을 마치고 5일 성황리에 폐막됐다.

반도체산업의 기술수준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반도체관련 전문전시회인 이번 97세미콘코리아에는 반도체시장 위축에도 불구하고 20여개국에서 5백여 업체가 참여해 총부스 규모만도 8백24개로 지난해에 비해 무려 50% 이상 늘어나 일단 양적으로는 크게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른 참관객 수만도 첫날인 3일 4천여명을 비롯해 총 1만6천명 정도가 다녀간 것으로 행사주최측인 세미(SEMI)코리아는 파악하고 있다.

규모의 확대 못지 않게 전시내용 면에서도 지난해에 비해 향상됐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우선 2백56MD램 이상 제품의 개발 및 생산에 대응할 수 있는 장비들이 컨셉트 형태로 전시됐던 지난해보다 좀더 구체적인 모양과 내용을 갖춰 전시됐고 국산 장비들의 대거 출품도 이번 전시회의 커다란 성과로 꼽혔다.

특히 몇몇 참여 업체들은 일반인들이 좀처럼 보기 힘든 반도체장비를 전시, 시연해 눈길을 끌었다. 국제일렉트릭코리아는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실제 클린룸 설비까지 갖추고 방진복을 입은 엔지니어가 직접 증착로를 작동시켜 보였고, 한국DNS와 한택은 각각 도포 및 현상장비인 스피너와 LCD 검사장비를 즉석에서 구동, 관람객들의 시선을 모았다.

이를 지켜본 관람객들은 『제품 사진이나 카탈로그만 있는 부스보다는 이처럼 실제 장비를 전시해 놓은 곳에 더욱 눈길이 간다』며 『반도체장비의 경우 워낙 덩치가 커 조금 힘들긴 하겠지만 향후 세미콘코리아만큼은 이러한 실물위주의 전시회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이번 세미콘코리아의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는 외국인 내방객이 부쩍 늘었다는 점. 이는 단순히 전시회 관람차 방문한 외국인이 늘었다기보다는 대부분의 출품작이 아직 국내 엔지니어들이 핵심기술을 파악하지 못한 차세대 제품이기 때문에 원활한 구매상담을 위해 각 사별로 본사 엔지니어들을 대거 초빙해 왔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그중에서도 ASM리소그라피와 한국베리안이 각각 발표한 0.02미크론급 DUV용 차세대 장비인 스텝&스캔시스템과 8인치, 12인치 겸용의 이온주입기는 아직 세계적으로도 발표되지 않은 장비로 알려져 특히 이목을 끌었다.

각 분야별 출품작의 특징을 살펴보면 공정장비 분야에서는 AMK가 세정장비가 부착된 첨단 CMP장비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고, 대다수 유력 장비업체들이 3, 4개의 체임버를 부착해 생산성을 높인 제품들을 대거 선보여 본격적인 멀티체임버 시대를 알렸다. 테스터 분야에서는 지난해 말 메가테스트를 인수한 테러다인이 플래시메모리 테스터를, 신우하이테크가 각종 고성능 테스트 및 측정장비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제품이 선보였다.

이번 전시회의 또 하나의 성과로 세미나의 질적 향상을 빼놓을 수 없다. 3백㎜ 기술과 테스트 분야, 그리고 평판디스플레이(FPD) 등 총 8개 분야에 걸쳐 열린 3층 세미나장은 연일 관련업계 기술실무자들의 발길로 붐볐다. 그 가운데서도 FPD분과위 출범은 이번 97세미콘코리아의 최대성과로 꼽힌다.

4일 저녁 서울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만찬을 겸해 열린 FPD분과 출범기념 행사에는 국내는 물론 미국, 일본, 유럽 등지의 업계 및 학계, 단체 관계자 등 1백20여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특히 이날 연사로 나선 스탄 메이어 SEMI 사장은 『FPD분과 출범을 계기로 FPD분야에 대한 활동을 한층 강화해 관심을 표명해 주신 분들에게 보답하겠으며 이와 관련해 한국에서 FPD관련 기술세미나와 표준화작업 및 전시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국내 업체들의 협조를 유도했다.

또 제임스 그리드 SEMI 회장도 특별 인터뷰를 통해 『최근의 반도체시황 위축에도 불구하고 전시회가 이처럼 성황을 이루는 것은 바로 한국 반도체시장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 아니겠느냐』고 설명하고 『반도체재료의 경우 장비와는 달리 반도체가격 하락에 따른 생산량 증가로 오히려 그 성장세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의 경우 조립용 재료가 9천1백만달러, 전공정용이 1억3천만달러 이상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낙관적인 전망을 피력, 관련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이같은 업계의 높은 관심과 참여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시회를 주최한 세미코리아가 부스배정과 전시진행 면에서 10회째를 맞은 전시회로는 걸맞지 않은 미숙함을 드러내 아쉬움을 남겼다.

<김경묵, 유성호, 주상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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