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힉스 감독은 「샤인」이 실화에 기초한 음악영화임을 밝히고 있다. 이 영화는 호주 출신의 천재적인 피아니스트 데이빗 헬프갓(제이프 러시 분)을 다루고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 데이빗 헬프갓이라는 인물은 1947년 호주 출신이다. 이 영화에 의하면 그는 음악에 한맺힌 아버지로부터 결코 경쟁에 져서는 안된다는 1등에 대한 강박관념을 끊임없이 주입받으며 자란다.
그러나 아버지가 지켜보는 경연대회에서마다 그는 2등상밖에는 받지 못해 아버지로부터 심한 질책을 받는다. 영국 왕립음악원 입학자격을 획득했으나 아버지의 반대 때문에 집을 떠나지 못했던 그는 그를 아끼는 주위사람들의 권유로 마침내 유학을 떠난다. 훌륭한 선생 밑에서 평소의 소망이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을 배워 연주한 데이빗 헬프갓은 경연대회에서 마침내 영예의 1등상을 받게 되지만, 집을 떠날 때 아버지가 그에게 들씌운 「평생 저주받을 것」이라는 말처럼 미쳐버린다.
「샤인」은 두가지 주제가 절묘하게 결합돼 있는 영화다. 그 하나는 표면적 주제이며 그럴 때 이 영화는 저주받은 예술가, 저주받았다고 여겨지기에 더 경이로운 예술가를 표현한다. 아울러 이 주제를 통해 관객이 경험하게 되는 것은 감동이다. 그 감동이 연주자의 영혼을 박살내버리는 라흐마니노프 제3번 때문에 온 것인지, 아니면 영혼을 박살내버릴 정도로 혼신을 기울여 연주해내는 데이빗 헬프갓 때문에 온 것인지 그 헛갈리는 이유에 대해 생각이 미치는 순간, 배가가 되는 기쁨을 관객은 경험하게 된다.
아울러 관객은 데이빗 헬프갓이 미쳤기 때문에 그 연주가 경이로운 것인지, 너무도 열정적이어서 미친 상태로밖에는 연주할 수 없는 것인지에 대해 좀처럼 판단이 안 서는 즐거움을 경험하게 된다.
또 하나는 이면적 주제이며 그럴 때 이 영화는 아버지로부터 성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한 남자를 표현한다. 아울러 이 주제를 통해 관객이 경험하게 되는 것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잔인함이다. 『너는 행운아다. 내 아버지는 내가 저금해서 산 바이올린을 부수고 음악을 하지 못하게 했다』라면서 어린 데이빗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강조하는 아버지가 얼마나 잔인한 것인지 관객이 알게 되는 것은 영화가 한참 진행되고 난 뒤의 일이다. 아울러 관객은 데이빗 헬프갓이 미친 것인지, 그의 아버지가 미친 것인지, 장면에는 나오지 않는 데이빗의 아버지의 아버지가 미친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야 하는 속깊은 즐거움까지를 맛보게 된다. 「샤인」은 아버지로부터 성인으로 인정받지 못한 아들의 아야기이며, 영원히 부권을 행사하려 한 아버지 때문에 갖게 된 아들의 정신분열증에 관한 영화다. 영화속의 연주가 실존인물증에 데이빗 헬프갓의 실연이어서 관객의 마음을 거듭 즐겁게 해주는 오랜만에 보는 좋은 영화다.
<채명식,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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