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시장, `빅3체제` 붕괴 조짐

국내 가전제품시장이 LG전자, 삼성전자, 대우전자 등 전자3사의 3각 구도에서 다각구도로 급속히 변화될 전망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전시장은 지난해 역신장한 데 이어 올해에도 신장세가 크게 둔화되면서 수입제품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등 그동안 가전시장을 3등분해온 전자3사의 시장점유율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국내 가전제품시장이 포화기에 진입해 신규수요가 크게 줄어든데다 대형 저가유통업체들의 잇따른 개점과 때맞춰 일본 전자업체들이 동남아와 미국 등지에서 생산한 제품에 대한 저가공세에 대대적으로 나서는 등 대체 수요층을 겨냥한 외산제품의 시장공략이 가속화되면서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다.

컬러TV의 경우 올들어 일본 소니가 대형유통점을 중심으로 29인치 이상 미국산 대형TV에 대한 저가판매를 실시, 단기간에 이들 유통점에서 국산제품 판매량을 추월했는데 소니측은 이같은 판매추이를 정밀 분석한 후 광폭TV 등 새로운 시장을 형성해가고 있는 대형TV시장을 집중 공략할 태세이다. 여기에다 최근 CF광고까지 동원해 대대적인 판촉활동을 벌이고 있는 필립스까지 저가공세에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등 외국 유명브랜드의 국내시장 공략이 본격화됨으로써 올해 주력기종으로 자리잡게 될 29인치 TV를 비롯한 대형TV시장 점유율에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날 조짐이다.

또 컬러TV시장의 이러한 변화는 AV전문업체들의 수입제품 판매확대 등과 맞물려 다른 AV기기쪽으로 확산됨으로써 유명상표를 단 외국산 VCR, 오디오 등의 국내 유입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백색가전의 경우도 그동안 국내시장 타진 차원에서 마케팅을 펼친 미국과 유럽의 유명 브랜드들이 시장수요 대형화 추세를 겨냥해 올해부터는 시장점유율 확대쪽으로 선회, 적극적인 판촉 및 판매공세에 나설 움직임이다. 특히 냉장고와 세탁기의 일부 기종은 국산제품과의 가격차이가 거의 없어 세계적인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한 외국산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눈에띄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 여기에 전자3사가 국내생산을 통한 채산성 악화를 극복하기 위해 저가기종의 생산을 축소하는 대신 해외공장에서 역수입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는 등 더 이상 내수시장에서 출혈경쟁을 벌이지 않을 방침이어서 가전시장 3각구도는 올해를 기점으로 붕괴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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