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멀티미터가 사라진다

국산 멀티미터가 사라지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흥창물산, 메텍스, 서미트 등 국내 10여개 멀티미터 생산업체들은 최근 저가의 중국산 멀티미터 득세로 시장경쟁력을 상실, 자체 생산량을 대폭 줄이는 한편 업종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흥창물산의 경우 지난 80년대 말까지 디지털 멀티미터를 주력제품으로 생산해 왔으나 최근에는 중국 현지공장에서 일부 제품만을 생산할 뿐 멀티미터의 생산을 거의 중단한 상태이며 메텍스, 서미트 등도 전류, 전압, 저항 등을 측정하는 순수한 의미의 멀티미터의 생산은 거의 중단한 상태이다.

이처럼 국내 업체가 멀티미터 생산을 중단하는 것은 가격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등에서 유입되고 있는 디지털 멀티미터의 가격은 대당 5달러 정도다. 이 가격으로는 인건비조차 맞추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에는 플루크, 텍트로닉스 등 외국 유명업체들이 오실로스코프와 멀티미터의 기능을 합친 휴대형 스코프미터 판매에 나섬에 따라 국산 제품의 입지가 더욱 축소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최근들어 국내업체들도 기존 디지털 멀티미터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한 다기능 멀티미터를 출시하고 있으나 차별성을 갖지 못해 내수, 해외시장에서 크게 고전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업체들은 학교용외에는 멀티미터 생산을 중단하고 대부분 자동차, 환경용 계측기기 개발 및 생산에 주력하는 한편 수요가 높은 통신, 방송장비 시장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이미 흥창물산은 통신장비 생산업체로 자리매김 했으며 메텍스, 세이프테크놀로지는 생활용 무전기, 신우전자통신은 방송관련 장비사업에 진출한 상태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일본 등에서는 높은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고 생산비의 대부분을 인건비가 차지하는 멀티미터의 생산을 중단했다』며 『앞으로 국내에서도 순수한 의미의 멀티미터 생산은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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