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디스플레이 산업은 브라운관의 경우 절대 공급 물량이 부족해서 라인가동일 수를 연장하기 위해 업계가 총력을 경주할만큼 대호황이었다. 이 때문에 브라운관업계의 외형 성장세도 두드러졌을 뿐 아니라 투자여력이 확보됨에 따라 세계를 권역별로 묶어 현지 생산거점을 확보하려는 공격적인 해외투자가 활기를 띄었다.
모니터용 브라운관(CDT)의 15인치 이상으로의 대형화가 급진전되고 와이드제품의 도입이 본격화한 것도 특기할 만하며 삼성전자.LG전자.현대전자 등 이른바 "빅 3"가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핵심인 TFT LCD의 생산에 나서거나 공장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어 LCD산업의 "원년"으로 기록된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특히 평판분야에서는 일본업체를 중심으로 대형 벽걸이 TV에 탑재되는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가 등장、 "빅3"를 제외한 브라운관 3사가 이의 연구개발에 적극 나서 새로운 시장판도를 예고하고 있다.
정책적으로는 정부가 TFT를 비롯한 평판분야를 G-7과제로 선정、 2000년까지 집중투자를 통해 지원、 업계의 구조조정을 뒷받침했지만 부처간 갈등으로 FED(전계발광 디스플레이)가 누락되는 등 흠집을 남기기도 했다.
삼성전자.LG전자.오리온전기 등 브라운관 3사의 95년도 브라운관(CRT) 생산량은 총 5천3백50여만개에 달해 사상 처음으로 5천만개를 넘어서면서 세계시장의 30%가량을 점유할 전망이다.
국내업계의 94년도 브라운관 총생산은 4천3백만개、 세계시장 점유율은 약 26%였다. 1년 만에 생산량이 1천만개 가량 늘어난 것이다. 이는 CDT의 폭발적인 수요증가와 중국 및 동남아 지역의 텔레비전용 브라운관(CPT) 호황세에 힘입은 것이다.
기종별로는 국내업계가 15인치 이상 대형제품의 생산확대를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CDT가 1천7백만개에 달해 1천2백만개 수준이었던 94년에 비해 무려 4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며, 주력인 CPT는 3천6백50만개로 전년 대비 13%의 신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업체별로는 올해 2천8백만개를 생산、 지난해보다 27%、 6백만개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삼성전관이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이 회사는 CDT 1천만개、 CPT 1천5백만개의 구성비를 나타낼 것으로 보이는데 이같은 수치는 모두 지난해보다 3백만개씩 증가한 것이다.
LG전자의 경우 CDT 4백60만개와 CPT 1천50만개를 포함해 모두 1천5백여만개의 생산이 예상돼 1천3백만개에 그쳤던 전년동기 대비 15%、 2백여만개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 역시 CDT 및 CPT 모두 지난해보다 1백만개씩 늘어날 전망이다.
오리온전기는 1천50만개의 생산실적을 보일 것으로 예상、 1천만개 수준이었던 지난해에 비해 증가세는 저조하지만 고부가제품인 CDT의 생산은 2백40여만개로, 1백70만개에 불과했던 전년 동기 대비 40%이상의 고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브라운관 업계는 현지공장 완공과 함께 곧바로 증설에 나서는 등 95년에는 더욱 공격적인 세계화 전략을 추진했다. 진출지역 역시 그동안 동남아 및 북미에 치중했던 데서 과감히 탈피、 유럽.남미.아프리카까지 확대해 권역별 생산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관은 올해, 연산 3백만개 수준이었던 말레이시아공장의 2개 라인을 증설해 6백50만개까지 끌어올리고 96년중 추가증설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지난 10월 완공된 2개 라인.3백만개 생산능력의 멕시코공장은 이미 2개 라인의 증설에 돌입、 내년 말에는 생산능력을 6백60만개로 높일 계획이다.
오리온전기는 지난 3.4분기중 처음으로 연산 1백60만개 수준의 베트남 현지공장을 본격 가동했고 11월에는 유럽지역의 교두보 역할을 수행할 연산 1백만개 규모의 프랑스공장도 완공했다.
이 회사는 특히 국내업체 중에서는 최초로 아프리카 남아공화국 진출을 추진해 트랜스발 지역에 20, 21인치 CPT를 연간 1백50만개 생산하는 현지공장을 건설하는 계획에 착수했다.
또 멕시코공장의 경우 14~20인치 CPT를 연간 4백만개 가량 생산하고 관련 금속부품도 4백40만개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며 내년초 착공에 들어 간다.
LG전자는 중국공장이 연산 1백만개 수준이며, 올해 착공해 내년 2월부터 양산에 돌입하는 인도네시아공장은 CPT 2백40만개, CDT 80만개로 출발해 향후 2~3년내에 이를 1천만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오는 2000년까지 인도.미국.멕시코.브라질 등에도 현지공장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업계는 올해 이같은 해외투자 외에도 국내의 공장증설에 일제히 나섰다. 삼성전관이 부산공장내에 7백억원을 투입、 연산 1백20만개 규모의 와이드 브라운관용 라인을 새로 구축했고 LG전자는 2백70억원이 소요되는 구미공장의 와이드 전용 라인을 추진、 96년 상반기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오리온전기는 전략상품인 CDT라인 증설에 나서 구미공장에 7백억원을 투입 연간 2백만개의 CDT전용 라인을 내년까지 도입할 예정이다.
브라운관의 호황과는 달리 TFT LCD는 국내 생산시대를 개막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한해를 보냈다. 샤프 등 일본업체들이 가격인하 공세로 국내업체를 견제、 지난해 1천달러가 넘던 10.4인치 제품이 최근에는 5백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이로 인해 시장진입 초기 점유율 확보에 애를 먹었다.
그나마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인 22인치 제품을 발표、 기술력에서는 일본과 대등한 수준에 도달했음을 입증한 것이 큰 위안이었다.
<이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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