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시장은 지난 96년 몇가지 진기록을 남겼다. 먼저 세계 HDD 업체들의 생산량이 사상 처음으로 연간 1억2천만개를 넘어섰다.
이같은 수치는 지난해 재고판매량을 포함한 전세계 PC판매량 1억1천만대를 약간 상회하는 것으로 금액으로는 2백48억달러(20조9천5백억원)에 달하는 것이다.
시장조사 기관인 IDC에 따르면 지난 96년 HDD 생산규모는 1억1천6백85만대로 전년대비 27.9% 늘어났다. <표참조>
또 다른 시장조사 기관인 미국의 데이터퀘스트는 세계 HDD시장이 휴렛패커드(HP)의 사업중단과 시게이트의 코너페리페럴 인수, 퀀텀의 마쓰시타 전량 위탁생산, 마이크로폴리스 생산중단 등 급속한 시장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오는 2000년까지 연평균 19% 정도의 고속성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시장점유율과 관련, IDC는 최근 집계한 「96년 예상점유율 보고서」에서 시게이트가 총 2천9백52만개의 HDD를 생산해 1위를 차지할 것이며 그 뒤를 2천3백93만개(22.44%)를 생산한 퀀텀이 바짝 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림참조>
또 웨스턴 디지털은 1천9백79만개를 판매해 전년보다 시장점유율이 5%포인트나 높아진 18.56%를 차지하고 IBM은 1천1백90만개(11.16%), 맥스터는 5백88만개(5.51%)를 각각 판매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밖에 도시바와 후지쯔가 각각 4.64%와 4.31%를 각각 공급할 것이며 한국의 삼성전자는 2백43만개를 판매해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인 2.27%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대용량화가 급진전해 불과 1년만에 기억용량이 두배 이상 증가했다는 점도 지난해 HDD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기록 중의 하나다.
관련업계는 일반적으로 HDD 기록용량이 2배로 증가하는데 걸리는 기간이 통상 1년 6개월이었지만 지난해에는 6개월이나 단축돼 12개월만에 1에서 2로 주력제품이 넘어갔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IDC의 자료에 따르면 2∼3에 이르는 대용량 제품이 지난해 1천1백67만개 판매됐으며 올해는 수요가 급신장해 3배 이상 늘어난 3천7백14만개가 팔려나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시장전망은 최근 급진전하고 있는 HDD 대용량화를 반영한 것으로 지난해말 보급형 기억장치 평균용량이 2를 처음 넘어섰던 것이 올해 말에는 4~5로 2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해준다.
국내에서도 삼성, 맥스터, 퀀텀, 시게이트 등 주요 HDD 공급업체들이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2 이상의 대용량 제품군을 주력제품으로 전면에 포진해 저가-대용량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HDD업계가 대용량화 경쟁에 박차를 가하고 나선 것은 동일한 폼 팩터에 많은 용량의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는지 여부가 제품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이기 때문이다. 즉 플래터가 HDD 원가의 30% 가량을 차지해 고밀도화를 실현하지 못하면 가격경쟁력을 잃는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처럼 HDD 대용량화가 급진전함에 따라 지난해 2 , 4분기부터 1.2 제품을 빠르게 대체해 온 1.6 제품은 불과 4~5개월만에 후속모델인 2 제품군에 시장주도권을 내놓게 됐다.
지난해 HDD 시장의 또하나 주목할 만한 변화는 처리속도가 크게 개선된 제품이 집중 출시됐다는 점이다.
업계는 지난해 말부터 평균 탐색속도(Average Seek Time)가 10 이내인 초고속 HDD를 잇따라 내놓았으며 이같은 현상은 올해에도 계속돼 6~7급 제품이 대거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10대 이하의 고속제품 시장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는 기업은 시게이트와 퀀텀 등 외산 HDD 공급사로 지난해 말 현재 24개 모델과 9개 모델을 각각 국내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HDD 공급업체들이 10대 이하의 초고속 제품을 집중 출시하고 있는 것은 최근 각종 디지털 영상물과 사운드, 비디오 등을 처리하는 고급 멀티미디어 사용자들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장상황이 급속히 변화하면서 HDD 업체의 마케팅전략 또한 급변하고 있다. HDD업계의 영업전략 중 두드러진 변화는 인터넷 및 클라이언트 서버 시장을 겨냥한 고성능, 대용량 제품 비중을 크게 늘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서버용 기억장치는 데스크톱으로 사용되는 제품과는 달리 네트워크에 연결돼 시스템을 통합관리하고 수십명의 사용자들이 데이터를 수시로 저장, 처리하기 때문에 시스템 안정성이 뛰어나고 고속처리 기능이 필수적이다. 이들 제품은 가격대가 비교적 높고 마진이 높기 때문에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삼성, 퀀텀, 시게이트, 맥스터 등 주요 HDD 공급업체들이 기억용량을 4에서 9로 크게 늘리고 데이터 전송속도를 초당 30~40MB로 개선한 고성능 신제품을 개발, 서버용 제품으로 출시해 치열한 시장경쟁을 벌이고 있다.
HDD 업체들은 최근 고성능 펜티엄 PC와 저가형 워크스테이션을 플랫폼으로 구성한 인터넷 서버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인트라넷을 구축하는 업체도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내년에는 서버용 HDD 수요가 올해보다 두배 이상 크게 늘어나 금액대비 전체 HDD 시장의 15%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 HDD업계가 대용량, 초고속 제품을 앞세워 치열한 시장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일본을 제치고 선두기업인 미국을 바짝 추격하고 나서 기억장치 분야의 새로운 강국으로 급부상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맥스터, 태일정밀 등 한국기업 3개사는 일제히 HDD 분야에서 출사표를 던져 관련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국내 기억장치 업체들은 올해 HDD 1천5백만대를 생산해 전세계 수요의 14%를 공급하는 것을 비롯해 CD롬 드라이브는 1천1백50만대로 21%, FDD는 7백20만대로 13%의 시장점유율을 각각 차지해 종합 기억장치 업체로 세계 시장에서 자리를 굳힐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백43만대를 판매한데 이어 올해에는 세계 수요의 4.4%에 해당하는 6백50만대의 HDD를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또 2000년까지 생산규모를 2천4백70만대로 늘려 시장점유율 10.2%, 세계 4위의 HDD 메이커로 부상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지난 94년 현대전자에 전격 인수된 맥스터는 지난 96년 6백만개를 생산해 당초 목표량에 크게 미달했지만 싱가포르 및 중국내 현지공장을 대대적으로 증설해 오는 2000년까지 연간 4천만개 제품을 생산하는 세계 2위의 HDD 공급업체로 자리를 굳힌다는 전략을 추진중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억장치 생산업체들이 예정대로 생산시설을 증산할 경우 2000년께는 전세계 HDD 수요의 30%에 달하는 6천5백만대를 생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HDD 공급사들이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먼저 국내 HDD 공급사들은 급속한 대용량화 추세에 비해 가격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는 HDD제품 특성에 적절한 대응책을 제시하지 못해 해외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자산업진흥회가 분석한 올해의 정보기기 수출 전망에 따르면 국내 업체는 올해 HDD 분야에서 수출물량이 전년보다 39.8% 감소한 6천6백만달러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돼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와 함께 국내 기억장치 업체들은 유통구조에도 허점이 드러나 역수입품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95년 한햇동안 역수입된 삼성전자의 HDD는 8만2천9백여대로 정상유통 물량 31만대의 27%에 이른다.
지난 96년 상반기에는 역수입된 물량이 3만6천대로 전년보다 다소 감소했지만 연말까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여 가격정책의 허술함과 유통구조 개선 등의 대응책 마련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남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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