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보는 방식은 우선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자꾸 크게 넓혀가며 보거나 자꾸 작게 들여다 보는 법이 있다.어느 경우든 그곳에선 세계가 발견되며 그 세계는 무한히 크고 신비하다.
중력이 빛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눈에 보이는 별과 실제 별의 위치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낸 아인슈타인은 전자의 경우에 해당하고,역청 우라늄광에서 폴로늄과 라듐을 최초로 분리해낸 피에르와 마리 퀴리 같은 이는 후자의 경우에 해당할 것이다.
곤충학자 앙리 파브르와 같은 이도 세계를 자꾸 작게 들여다 보기를 좋아했던 것 같다. 우리가 일상으로 바라보고 사는 산과 계곡과 들판에 코를 대고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세계와우주가 펼쳐진다는 것이다.그리고 색다른 영화 <마이크로코스모스>를 만들어낸 끌로드 누리드사니와 마리 페레누도 세상을 작게 들여다봄으로써 큰 우주를 만나는 기쁨을 찾는 사람들이다.이들은 공교롭게도 피에로 & 마리 퀴리대학 동창들이다.
이들의 생애와 연구 성과들을 조금이라도 관심있게 들여다 본다면 우리는 그동안 얼마나 세상을 근시안적으로만 살아왔는지를 금방 알게 된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나 평생동안 볼수 있는 것과 볼 수 없는 것들은 무엇인가.
영화 <마이크로 코스모스>는 쉽게 볼 수 없었던 동물 및 곤충의 세계를 편안한 의자에 앉아 있는 우리에게 한 시간 여 동안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이 영화가 사실 보다 더 사실적이고 TV에서 방영되는 「동물의 세계」보다 훨씬 아름다운 것은 카메라와 음악과 효과음들이 매우 영화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영화이지 기록필름이나 자료필름이 아닌 것이다.
이 영화가 주는 감상도 전적으로 영화적인 것이다. 벌레와 곤충들밖엔 안 나오지만 그들은영화의 주인공다운 인격을 가진다. 그들은 연기를 통해 관객을 웃기고 울리고 놀라게 한다. 소금쟁이에겐 빗방울 하나가 미사일보다 더 위협적이다. 달팽이의 사랑에 숨조차 쉴 수가 없다. 말똥구리의 감동엔 저절로 박수가 터진다.
필자로서는 뤽 베송의 <아틀란티스> 이후로 가장 인상깊은 대사 없는 영화였는데, 비록 대화는 없더라도 이 영화는 끊임없이 인간의 무지와 오만함을 질타하고 지구의 주인이 인간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웅변한다.
어떤 이는 이 영화 속의 모기 탄생 과정을 보고 모기에게 물릴 지언정 죽이지는 못하겠다고 말했다는데, 과연 그 장면은 압권이었다. 만일 보딧첼리가 그 장면을 보았더라면 비너스의 탄생이라는 그림은 세상에 태어나지않았을 지도 모른다.
<구효서 소설가>
많이 본 뉴스
-
1
켐트로닉스, 반도체 유리기판·웨이퍼 재생 시동…“인수한 제이쓰리와 시너지 창출”
-
2
'대세는 슬림' 삼성, 폴드7도 얇게 만든다
-
3
“美 트럼프 행정부, TSMC에 '인텔과 협업' 압박”
-
4
온순한 혹등고래가 사람을 통째로 삼킨 사연 [숏폼]
-
5
"불쾌하거나 불편하거나"...日 동물원, 남자 혼자 입장 금지한 까닭
-
6
트럼프 취임 후 첫 한미 장관급 회담..韓은 관세·美는 조선·에너지 협력 요청
-
7
삼성·SK 하이닉스 '모바일 HBM' 패키징 격돌
-
8
바이오헬스 인재 양성 요람…바이오판 '반도체 아카데미' 문 연다
-
9
아모레퍼시픽, 'CES 화제' 뷰티 기기 내달 출시…“신제품 출시·글로벌 판매 채널 확대”
-
10
“시조새보다 2000만년 빨라”… 中서 쥐라기시대 화석 발견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