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기로에 선 의료기기 산업 (1);국내산업 현황

전자의료기기 산업을 둘러싼 시장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보호막속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국내 전자의료기기 생산업체가 WTO체제의 출범에 따라 이제부터는 내수시장을 놓고 GE, 지멘스, 도시바 등 세계적인 업체들과 시장쟁탈전을 벌여야 한다. 또한 그동안 시장규모가 작아 전자의료기기 산업에 관심조차 두지 않던 대기업들이 정부의 의료기기산업 육성정책에 부응, 시장참여를 본격화하고 있다. 본지에서는 기로에 선 전자의료기기 산업을 6회에 걸쳐 점검해 본다. <편집자>

전세계적으로 생산되는 전자의료기기는 모두 6천여종(75만여 품목)이고 이중 2천4백여종이 우리나라에서도 생산되지만 연 1만대 이상을 생산하는 품목이 없을 정도로 대표적인 소량다품종 산업이 바로 전자의료기기 산업이다.

전자의료기기 세계 총생산규모는 93년 1백95억달러, 94년 2백8억달러, 95년 2백17억달러였다. 올해는 2백27억달러로 추정되며 오는 2000년경에 3백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전자의료기기 생산규모는 93년 1억2천7백만달러, 94년 1억4천6백만달러, 95년 1억6천8백만달러, 올해는 1억8천8백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매년 두자릿수 성장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하다.

전자의료기기 세계시장 점유율은 미국 45%, 일본 22%, 유럽 20%, 기타 국가 7%,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가 4%를 차지하며 우리나라는 2%를 점유하고 있다.

생산액을 기준으로 한 시장점유율(95년 기준)은 미국 45%, 유럽 26%, 일본 22%로 이들 3개국이 세계 전자의료기기 시장 및 생산액의 85∼9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시장점유율은 0.8%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의료기기관련 수출은 매년 증가하고 있으나 소수 중저가 제품에 국한되는 상황이다.

전자의료기기산업협의회 및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자의료기기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20.6% 늘어난 3천8백14만7천달러. 반면 수입은 지난해보다 2.7% 늘어난 2억6천8백47억7천만달러에 그쳐 전자의료기기 무역수지가 점차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전자의료기기 수출이 늘어나고 수입은 줄어드는 것은 컬러 초음파 영상진단기, 리모트 방식의 X선 촬영장치, 전산화 단층촬영장치(CT), 자기공명 영상진단장치(MRI) 등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해 왔던 첨단 전자의료기기의 대부분이 국산화돼 수입대체가 서서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서울대, 연세대, KAIST, KIST 등이 주도가 돼 과학기술처의 특정과제 연구, 통상산업부의 공업발전기금, 정부의 G7프로젝트 등을 통해 본격적인 궤도에 진입한 기술개발은 국내 전자의료기기 업체들의 영세한 규모를 감안할 때 비교적 활발히 진행돼온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최근 들어 업체 및 부설연구소의 개발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비교적 활발한 연구개발(R&D) 투자에도 불구하고 상품화에 성공한 기술이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이 다소 아쉽다.

특히 매출액 대비 R&D 투자는 미국이 7.1%로 가장 높고 일본과 유럽이 각각 5.2%인 반면 우리나라는 2.3%에 불과하다. 전체 종업원대비 기술개발인력의 비중도 미국(18.3%)이 우리나라(3.4%)보다 5배 정도 높아 선진국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실제로 지난해 기술개발 및 시설투자액은 삼성GE의료기기가 1백억원으로 가장 많고 메디슨 87억원, 중외메디칼 15억원, 동아엑스선기계 11억원, 세인전자 10억원 등이었으나 기타 대다수 전자의료기기 업체들은 극히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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