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가전3사 내수용 모델 해외생산 확대 배경과 전망

최근 국내 가전업계에서 내수모델을 해외에서 생산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은 국산제품의 채산성이 날로 악화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국산 VCR는 최근 값싼 동남아산 일본제품이 유입되면서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 AV제품보다 외산제품의 유입이 적은 편인 냉장고, 전자레인지, 세탁기 등도 소형, 저가 제품의 경우 판매난에 따른 가격경쟁의 심화로 인해 채산성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마진은 날로 줄어드는데 가전시장은 제품값을 더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요즘 가전업계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가전업체들은 이 문제를 나라 밖에서 생산한 제품을 들여오는 것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해외생산체제가 안정되고 있는 것은 이러한 계획의 실현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내수모델의 해외생산에 따른 이점은 일단 낮은 임가공 비용이다.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지역의 인건비를 보면 국내의 4분의 1∼7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가전제품 제조원가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는 30%에 이르는데 특히 자동화 설비투자의 효과가 작은 저가형 제품에서 해외생산의 이점은 뚜렷하다. 보급형 AV제품의 경우 현지에서 값싼 부품을 조달할 수 있다는 덤까지 있다.

적어도 내수시장의 경쟁상대인 동남아산 일본 가전제품과 같은 가격대에 맞춰도 성공이라는 게 가전업계의 생각이다.

내수모델의 해외생산은 현지공장에도 이득이 된다. 생산물량이 그만큼 늘어나게 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가전업체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고부가가치 제품을 제외한 보급형 내수모델의 생산라인을 동남아공장으로 이전하고 있는 것은 이같은 이점들 때문이다.

이에 비해 국내 가전업체들은 이제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달리 말하면 당장 실효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낮은 임금을 빼면 원자재 확보난과 과다한 물류비용 등은 아직도 내수모델을 해외에서 적극적으로 생산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현지 부품조달은 현지 부품산업이 발달해야 가능한데 동남아국가에서 이러한 나라는 중국이 거의 유일하다시피하다.

백색가전제품의 경우 원자재를 많이 쓰는데 그 부담은 우리나라에서나 현지에서나 비슷한 수준이다.

오히려 국내 생산보다 부담이 큰 경우도 있다. 원자재가 국제시세를 따르기 때문에 가격면에서 차이가 없는데다 이를 가공하는 장치산업 수준은 우리나라가 동남아국가를 훨씬 앞서기 때문이다.

원자재 비용만 놓고 보면 현재 국내에서 생산하는 냉장고가 중국에서 생산한 것보다 유리할 정도다.

물류문제도 마찬가지다. 중국 天津지역에서 생산한 가전제품은 육로를 통해 上海로 오고 상해에서 다시 화물선을 통해 부산에 입항한다. 이 과정에 들어가는 물류비용이 만만치 않다.

또 내수모델과 현지 모델이 전혀 다른 상황에서는 대량생산의 이점은 수그러든다.

그렇지만 이같은 문제점들은 앞으로 해소될 전망이다.

현지 부품산업이 발달하고 있어 부품의 현지 조달체계는 강화될 전망인데다 직항로의 개설로 물류문제도 점차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내수모델과 현지 모델의 차이에 따른 개발비 부담도 부품 표준화와 모듈화 설계기법의 개발로 해결할 수 있다.

가전업체들은 생활문화가 유사하고 물류비용이 적게 드는 동남아공장을 활용하는 게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또 초기에는 오디오와 VCR처럼 현지부품의 조달이 용이한 제품의 해외생산이 활발하지만 점차 백색가전제품에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수모델의 해외생산은 이제 국내 가전업계에 「불가피한 선택」으로 다가오고 있다.

〈신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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