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테크관련 주식이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증권시장. 이 가운데 유달리 높은 시세를 기록하면서 전체 주가하락세를 그나마 억제하고 있는 주식이 있으니, 바로 인텔주식이다.
지난 7월 17일 발표된 2.4분기 결산에서 인텔은 총매출이 전년동기대비 19%, 이 기간 순이익은 18% 늘어났다. IBM 등 전자관련업체들의 감익이 눈에띄게 나타나는 최근 상황에서, 인텔의 순익은 10억달러를 넘어서는 최고치를기록한 것이다. 그 원인으로 무엇보다 먼저 손꼽을 수 있는 것이 MPU(마이크로프로세서)의 호조다. 인텔은 현재 펜티엄과 펜티엄프로 등으로 세계 MPU시장의 약 80%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일본 대형반도체업체의 한 간부는 최근 멀티미디어프로세서를 발매하면서이렇게 말했다. 『이제 새삼스럽게 MPU분야에서 인텔의 아성을 깨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멀티미디어기기용의 프로세서분야사업은 한번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얼핏 들으면 MPU의 거장 인텔을 상대로 한 선전포고처럼 들릴지 모르나,이 업체를 비롯한 일본 업체들의 최근 제품개발 추이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반도체제품으로는 이례적으로 TV광고를 냈던 도시바의 멀티미디어프로세서Mpact. 화상, 음성처리기능 등 여러가지 기능을 수행하는 반도체칩으로 멀티미디어PC에 채용될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펜티엄과의 동반 채용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인텔도 현재 화상 음성처리 등 프로세서의 멀티미디어기능 확충을 강력히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도시바 측은 『멀티미디어기능이라는 것이 어떤 일정수준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펜티엄만으로는 이 빠른 추세를 따라 잡을수 없다』며, Mpact의 역할을 강조한다.
일부 업계관계자들은 펜티엄이 더욱 발전되면 「Mpact의 역할은 없어질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으나, 이는 시간이 지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다.
아무튼 도시바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멀티미디어칩은 인텔과의 공존을 기본 전략으로 하고 있다.
도시바는 물론 현재와 같은 인텔지배시대가 이어지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맘모스는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데는 그리 인색치않다. 즉 강자 인텔과의 공존노선이 당분간은 취할 수 밖에 없는 유일한 선택이라고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인텔과의 공존전략은 NEC로서도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되고 있다. NEC는 현재 자사가 독자개발한 RISC(명령어축약형컴퓨팅)프로세서와 인텔과경쟁을 벌이고 있는 美 밉스 테크놀로지스社의 RISC칩을 출시해 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텔이 PC이외의 제품에 사용하는 프로세서를 발표하자,곧 이 제품에 대응하는 주변LSI를 발매하기 시작했다.
전쟁 중에 적에게 무기를 지원해 주는 것과 같은 행위이지만, 「고객이 원할 때 필요한 제품을 갖추지 못하는 것은 사업을 포기하는 행위」라는 현실을 받아 들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 NEC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부문은 칩을많이 출하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전략이다. 인텔로부터의 독립 등을 운운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현재의 메모리불황은 따지고 보면 인텔 한 회사의 잘못된 PC수요예측이 원인이 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PC수요를 잘못 계산해 PC주기판용 D램재고를 많이 안게 된 인텔이 스폿시장에 이 제품을 대량방출한 때부터 불황기미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인텔의 움직임이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이런 구조는 전체 업계에 있어 상당히 위험한 것이라는 것을 많은 관련업체들이 모르는 바는 아니다. 인텔의 펜티엄이 현재 PC용 반도체시장만을 장악하고 있는것이 아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인텔의 펜티엄이 다른 반도체업체의 기술개발사업을 좌지우지한다는데 있다.
멀티미디어시장의 기간제품이 당분간 PC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는 일정기간 반도체시장이 인텔중심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멀티미디어시장을 노리는 반도체시장에서 인텔타파라는 전략을 고집하는 것은 위험하다.
히타치제작소는 美 주요 반도체업체인 VLSI테크놀로지에 32비트RISC칩 SH시리즈의 최첨단 기술을 공개할 방침이다. 이 제품의 생산업체를 확대해 사용자를 최대한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히타치는 기본적으로 『인텔이수용하기 어려운 틈새시장을 개척한다』는 방침을 세워 놓고 있다. 히타치도인텔과의 정면대결은 피한다는 것이다.
미국 MPU업체들은 최근 인텔의 가격인하공세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자극받은 일본업체들은 「자존심보다는 사업이 우선」이라는 논리 속에서, 인텔과의 공존 또는 정면충돌만이라도 피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로서는 MPU세계시장의 1위자리를 포기할 수 밖에 없는 많은 반도체업체들이 인텔과의 공존공영의 길을 택하고 있다. 이같은 전략이 현 상황에서는 가장 안전한 선택이기 때문일 것이다.
<심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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