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반도체업계, 메모리사업 집중투자로 불황타개 모색

메모리반도체 불황기운이 한층 심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반도체업체들이 불황타개의 실마리를 풀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다.

대형종합전기업체의 경우, 반도체사업부문은 수익기여도면에서 막둥이자리를 탈피해 장남격으로 승격된지 이미 오래다. 따라서 이제 각 업체들의 반도체사업부문은 단순히 현상유지만으로는 그 역할을 충분히 하는 것으로 볼 수없다.

D램반도체 시황이 악화되면서 많은 업체들이 이 분야에 투자를 가능한 한억제하고, 그 대신 성장세를 유지해 온 로직IC, 플래시메모리 등 非D램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그 결과 플래시메모리 등의 가격도하락하기 시작했고, 이같은 현상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전문가들은 시장 여건이 나빠졌다고 해서 그 분야사업을 무조건 축소하고,당장 성장세를 유지하는 분야를 찾아 투자를 강화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급속히 시황이 악화되고 있는 메모리분야의 의존도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현시점에서 이 분야를 한층 강화해 나가는 것도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는 여건마련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美日반도체협정문제가 막바지에 다달았던 지난 7월 31일, 협상장소인 캐나다 밴쿠버에서 약 1천5백km 남쪽에 위치한 美 캘리포니아州에서는 일본 후지쯔, 미국의 텍사스 인스트루먼츠(TI)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한국의 현대전자 등의 주요 반도체업체 기술자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회합을 가졌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PC등에 사용하는 차세대 초고속메모리의 규격을 통일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의 목표는 현재의 첨단 D램보다 2배-5배이상 데이터전송속도가 빠른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들 업체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미 올해 초 컨소시엄을 결성, 규격통일작업을 추진해 왔다. 컨소시엄 핵심기업의 하나인 후지쯔의 한 관계자는 『규격이 마무리되면 올해안에라도 칩 시제품을 제작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컨소시엄이 추진하는 새 메모리는 「싱크링크」다. 데이터 전송속도는 초당 5백MB-1.6GB급이 목표. 현재 고속 대용량제품으로 인정받고있는 싱크로너스 D램보다 무려 5배이상 향상되는 것이다.

美 인텔의 펜티엄의 등장으로 PC의 심장부인 MPU의 데이터전송속도가 메모리의 전송속도를 앞지른 것이다. 이번 메모리시장 불황은 저속메모리의 수요부진이 공급과잉을 초래해 파생됐다고 볼 수 있는데, 그 원인제공을 한 것이MPU의 전송속도향상이었다. 여기에 차세대 펜티엄프로의 등장 및 화상, 음성처리 등 멀티미디어기능의 확대로, D램이 성능면에서 이들 기능이 요구하는수준을 쫓아가는 데에 급급했던 것도 한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싱크링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컨소시엄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프로젝트에 가장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업체는, 미일반도체협상에서가장 강경한 자세를 보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로 알려지고 있다. 마이크론은메모리전문업체로, 종합전기업체들에 비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마이크론은 차세대 메모리분야에서 주도권을 쥐는 것으로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한다는 전략으로 다른 분야에 눈을 돌리지 않은 채 메모리분야개발에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초 이 컨소시엄은 주요업체들은 참여하지 않은 2진연합이라는 모양새를보였다. 그러나 최근 NEC가 가능성이 있는 모든 기술개발 프로젝트에 일단참여한다는 방침아래, 이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NEC가 이같은 방침을 세운 이유는 3, 4년 단위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는 D램시장의 특성상, 기술개발여하에 따라서는 약자가 강자로 부상할 가능성이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1M시대에 가장 많은 수익을 올렸던 도시바는 16M시대에 돌입하면서, NEC, 삼성전자, 히타치제작소 등에 밀려났고, 후지쯔, 미쓰비시 등에도쫓기는 처지가 됐다.

10년전까지 일본업체의 메모리의존도는 현재의 한국과 비슷한 70-80%정도로 매우 높았다. 그러나 지난 85년 메모리반도체불황 당시 큰 타격을 입은일본업체들이 메모리의존체제 탈피를 공통과제로 삼은 결과, 현재 일본의 반도체메모리비율은 40%정도로 줄어들었다. 여기에 최근 메모리불황을 이유로메모리분야 투자를 더욱 억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어, 이 비중은 더욱낮아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 일본업체들은 더 이상의 메모리분야 투자축소는 자재해야할것으로 보고 있다. 미쓰비시의 한 고위간부는 『메모리는 수익성이 높아 수익을 올릴 때는 확실히 벌 수 있다. 따라서 최소한 지금의 수준은 유지해야한다』고 단언한다. NEC관계자도 『메모리비율은 시장이 결정하는 것으로 더이상의 축소는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메모리사업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사업이다. 따라서 이 분야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분명하고 적극적인 사업계획을 세워 놓을 필요가 있다. 차세대메모리가 실용화단계에 들어서면 양산기술이 경쟁의 핵심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이때 기술축적을 많이한 업체가 유리한 것은 당연하다.

싱크링크가 향후 D램분야의 승자가 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싱크링크 이외의 프로젝트도 여기저기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21세기 반도체시장의 승자는 현재의 강자가 아닐 수도 있다. 기술개발여하에 따라서는 예상하지 못한 업체가 그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충분히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현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를 올바로 판단해야 한다. 즉 승부의 갈림길이 바로 지금인 것이다.

현 상황은 사실상 메모리생산 축소가 필요한 상황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전체적인 메모리사업축소가 능사는 아니다.

오히려 지금 메모리사업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21세기 반도체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심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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