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롤러의 「68000」시리즈 마이크로프로세서(MPU) 개발중단 조치는 지금까지 복합명령어컴퓨팅(CISC)과 명령어축약컴퓨팅(RISC)방식이라는 두 마리토끼를 추구해왔던 모토롤러가 앞으로 파워PC를 주축으로 한 RISC CPU시장에만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는 동시에 CISC시장에서 모토롤러의 패배를인정하는 공식적인 발표로 해석된다.
관련업계에서는 지난 79년 「68000」 이후 94년 「68060」에 이르기까지애플의 매킨토시와 공학용워크스테이션(EWS)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이 제품이 최근 2∼3년 사이에 명맥만을 유지하다 사실상 단종에까지 이르게 된 것은 「컴퓨터분야에서 최고의 미덕은 고성능이 아니라 시장투입속도」라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겨주는 사건으로 보고 있다.
모토롤러가 오랜 준비 끝에 16비트 MPU인 68000을 등장시킨 79년은 세계 PC시장에서 인텔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기 시작한 시점. 당시 68000은 인텔의 「i80xxx」시리즈에 비해 개발자들이 한층 손쉽게 이용할 수 있었고 기능면에서도 매우 높은 평가를 받아 PC의 고성능화, 기능의 다양화에 앞장섰던 애플컴퓨터, 코모도어 등 PC업체와 EWS업체들이 68000을 채용한 제품을다수 선보였다.
모토롤러는 68020의 개발로 87년 제2의 도약을 시도했다. 「매킨토시Ⅱ」를 필두로 선마이크로시스템스와 아폴로컴퓨터(뒤에 HP에 흡수)가 잇따라 68020을 채용했고, 87년 하반기에 68030이 출하되자 워크스테이션(WS)업체들은상위기종에 이를 채택함으로써 CISC형 MPU에서 「PC는 인텔, WS와 고성능PC는 모토롤러」라는 등식이 통했다. 이러한 상황이 크게 변한 것은 88년 RISC방식 MPU가 등장하면서부터. 모토롤러의 MPU를 사용하던 HP가 자체개발한 WS용 RISC MPU를 채택했고,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밉스컴퓨터시스템 등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들이 주로 WS용 범용 MPU인 「스파크」 「밉스」 를 잇따라개발, 판매했다. 새로운 RISC MPU의 성능은 당시 최고속이었던 인텔의 i80386보다 무려 5∼15배에 달해 많은 WS 벤더들에게 환영받았지만 WS을 주 시장으로 하던 모토롤러는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최대의 WS업체인 선마이크로시스템스가 스스로 RISC MPU의 판매자가된 데 이어 실리콘그래픽스, 소니, 도시바, NEC 등도 밉스의 RISC를 채용했다. 반면 모토롤러는 WS분야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했던 68020‘68030에 이어 예정된 68040의 개발이 지연에 지연을 거듭함으로써 결국 WS용 MPU가 RISC로 전환하는 계기를 제공하면서 언제부터인가 모토롤러의 68000시리즈를 채용하겠다는 업체는 애플밖에 남지 않았다.
관련업계는 『68000의 실패는 정보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운용체계(OS)의 미비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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