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4사, 기업이미지 변신 바람

우리나라 전자업계의 간판급 기업인 삼성전자·LG전자·대우전자·현대전자 등 전자4사의 사업방향이 새로운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가전업체라는 이미지에서 과감히 탈피하고 있는 데반해 대우전자는 오히려 가전이미지를 확고히 다지려는 분위기다. 현대전자는 반도체 전문업체라는 틀에서 벗어나 정보통신업체로의 변신을 추구하고있다.

가전·반도체·정보통신분야에 모두 손대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는 이 사업들을 하나로 응집한 「멀티미디어」를 새로운 사업이미지로 정착시키는 데몰두하고 있다. 지난 4월 「멀티미디어 총괄조직」을 김광호 부회장 직속기구로 신설한 것은 기업이미지 변신을 위한 가장 강력한 의지의 표출로 받아들여진다.

주력사업인 가전분야는 이제 얼굴마담으로 탈바꿈하고 있을 뿐 아니라 매출비중면에서도 올해부터는 반도체·정보통신에 이어 맨뒤로 처질 전망이다. 가전분야중에서 오디오비디오(AV)쪽은 정보통신과 융합하면서 멀티미디어라는 이미지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게 된다.

특히 올해 전체 매출의 약 30%(6조원)를 멀티미디어 총괄사업부 쪽으로 돌린 것은 대외적으로도 멀티미디어 이미지를 확실히 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LG전자의 멀티미디어 사업본부 출범도 삼성전자의 멀티미디어 총괄조직과그 의미를 같이하고 있다. AV와 정보통신부문을 거대 사업조직으로 한데 묶은 것이나 기업이미지를 멀티미디어로 선회하려는 의지 등 그 행보가 멀티미디어로 집약되고 있다. 그동안 고집스럽게 사용해온 「하이미디어」라는 용어도 일반 소비자에게 어렵다는 인식을 씻어주기 위해 멀티미디어로 바꾸기까지 했다. 전형적인 가전제품에 속하는 백색가전을 비롯한 관련 전기부품은리빙시스템 사업본부라는 한 울타리로 묶어 멀티미디어와 사업방향을 달리할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와는 대조적으로 대우전자는 5대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한가전분야를 더욱 강화, 발전시키려는 움직임이다. 전세계 가전시장에서 조속히 선두그룹에 진입해 가전회사라는 이미지를 국내외에 확고히 심겠다는 게대우전자의 한결같은 의지다. 현재 비메모리 반도체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나유럽내 대표적인 가전업체인 프랑스 톰슨멀티미디어 인수에 적극적인 자세를보이고 있는 것 등이 모두 가전이미지의 정착에 초점을 두고 있다.

현대전자도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라는 기업이미지로부터의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현대전자가 올해부터 「멀티미디어 프라자」라는자체 유통망을 구축하기 시작한 것은 그 구체적인 움직임이다.

지난 2월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1백호점을 돌파한 현대전자의 유통점은 특히 전자3사의 가전대리점과 색깔을 달리해 정보통신기기를 집중적으로 취급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이는 현대전자가 생산하는 제품이 주로 정보통신기기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웃 일본 전자유통시장에선 이렇게 특화된 전문유통점이 새로운 강자로부상하고 있다는 데 착안하고 있다. 현대전자는 반도체에서 정보통신으로 기업이미지를 탈바꿈시켜가고 있는 것이다.

〈이윤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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