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긴생각] 기업의 탈국적 시대

프랑스의 지난 미테랑정부에서 대통령 보좌관을 지낸 자크 아탈리는 앞으로의 비지니스 환경을 예측하면서, 그 가장 뚜렷한 특징적 현상으로 기업활동의 「유목민적(Nomadic)」 행태를 주장한 바 있다.

이는 기업활동의 범위가 그 기업이 속한 국가나 업종 등의 한계가 대폭 축소된 것이라는 것과 이에 따라 기업의 구성원들의 행동양태도 크게 변화할것이라는 예측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의 이러한 예측은 우리나라에서도 보듯이 이동통신과 국제 및 장거리통신 수요의 폭발적 증가나 여객 및 화물운송의 급속한 이용확대로 뒷받침되고 있는 듯 싶다. 아딸리는 프랑스의 심장부라 할 엘리제궁, 그리고 엘리제궁의 핵심부인 대통령 집무실과 문 하나를사이에 두고 근무했던 미테랑정부의 대표적인 브레인이었다고 한다.

세계경영을 주창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한 재벌그룹 회장은, 앞으로 「한국기업」이라는 것은 「한국인이 주도하는 기업」으로 정의되어야 할 것이라고말한 바 있다. 보통 소유주의 국적이나 본사의 소재 등에 따라, 그 기업의국적이 정해졌던 것에 비해 훨씬 신선하고 명쾌한 착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 클린턴 행정부의 노동부장관을 맡고 있는 로버트 라이시박사가, 하버드대 교수시절 발표한 「누가 우리인가(Who is us?)」라는 논문에서도 어떤기업을 자국기업으로 정의해야 할 것인가를 갈파한 바 있다.

라이시는 어느 나라로부터 유입된 자본과 어느 국적의 매니지먼트로 설립,영위되고 있는가가 기업의 국적을 결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기업이 어느 나라 국민들에게 취업의 기회를 제공했는가와 더욱 중요하게 본 것은 어느 나라 국민들에게 보다 나은 삶을 향한 발전의 기회, 즉 교육의 기회를 제공했는가가 자국기업을 정의하는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가 있다.

뉴욕에 본사를 둔 기업이 미국국적의 대표자를 임명, 일본에 공장을 설립,운영하고 그 일본인 종업원들에게 취업과 교육의 기회를 제공했다면, 이 기업은 미국기업이 아니라 일본기업이라는 말이다. 클린턴행정부가 국정의 비중을 교육의 진흥 확대에 두고, 예산 집행 확대를 위해 공화당이 지배하고있는 의회와의 싸움에 무기로 활용하고 있는 것과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집약하면, 위 세사람 모두의 견해는 기업의 국적의 이동이나 존치의 필요성을 논의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기업활동이 추구하는 범위를 보호경제의 마지막 보루로 인식되던 국가적 범위로부터 초월해야 할 것임을 공히 주장하고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업경영의 성과 역시, 한정된 영역내의 시장점유율로 상징되는 규모성으로 부터 경영활동의 전체적인 범위확대와 이를 뒷받침하는 건전하고 고품질의 기업문화와 관리체계로 상징되는 경쟁력으로 판단기준을 달리해야 할 것이라는 말로 이해될 수 있다.

한마디로, 마켓웨어로 부터 액티비티쉐어로의 중심이동이 기업경영의 본질적인 변화라는 것이다. 이 변화의 본질속에 또는 이 본질적인 변화를 가능케하는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 정보통신의 기술과 서비스가 존재하는 의미와 영역이 될 것이다. 경쟁력의 요체가 생산성이라면, 화이트칼라의 생산성이 더없이 강조될 수 밖에 없고, 이는 다름아닌 정보통신의 기술과 서비스의 활용여부에 달려 있다.

정보통신의 기술과 서비스의 발전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해 가고 있는 가운데, 경영활동의 본질적인 변화가 맞물려져, 지구상에 존재하는 자본주의 체계 구석구석에 「Electronic」이라는 단어가 보편화되고 있다. ElectronicCommerce, Electronic Banking, Electronic Partnering 등등 낯설기도하지만, 알고 보면 새로울 것도 없는 것들이 속속 우리 앞에 도착하고 있다.

정보통신의 발전 및 보급의 확대와 경영환경 및 활동의 변화, 닭이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이 앞다투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변화의 흐름을 거스를 수없다면, 승산이 있는 쪽에 한걸음 앞서 쫓아갈 일이다.

<아이네트 노수홍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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