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줄 것은 모두 다 보여줬다. 이제는 겸허하게 결과만 기다릴 뿐이다.
」
전국 주파수공용통신(TRS)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한 청문회가 기아·동부·아남·한진그룹 등 4개 사업참여 업체를 대상으로 지난 3일 개최됨으로써 심사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해 7월 개인휴대통신(PCS) 등 7개분야 신규 통신사업자 선정발표 후 9월 사업자선정 연기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지난 1년 이상 진행돼 온 정부의 신규 통신사업자 선정 경쟁이 이제 마지막 발표날짜만 초조하게 기다리고있는 것이다.
이날 청문회는 동부텔레콤의 윤대근 대표·윤석중 상무, 아남텔레콤의 김주채 대표·이문규 기술이사, 한진글로콤의 고충삼 대표·정교성 상무, 기아텔레콤의 남기재 대표·이성신 이사 등 사실상 신규 통신사업권 획득을 위해일선에서 진두지휘를 해온 그룹의 맹장들이 모두 참석해 「제2의 전쟁」을치른 것이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기업의 도덕성과 같은 예민한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이없었던 반면 사업참여 기업체들의 사업참여 의지에 대한 질문이 집중적으로쏟아졌다는 후문.
특히 청문회에서 쏟아진 질의 내용들이 △중소기업의 지원방안 △향후 발전계획 △사업의지 △사업참여 동기 및 당위성 등이 집중 거론돼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진 내용이어서 4개 허가신청법인 대표들이 비교적 쉽게 면접시험을 통과했다.
하지만 이번 전국 TRS사업 청문회의 핵심은 아무래도 4개 그룹들 중 가장치열한 접전을 보이고 있는 아남-지오텍, 동부-에릭슨, 기아-모토롤러社등 3개의 그룹이 펼치고 있는 외국 장비업체들과의 기술개발과 해외시장개척이 과연 실현 가능하느냐가 최대의 관심사항이자 점수배점도 높았다는게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국내 원천기술이 전무한 TRS분야의 기술국산화를 토대로 해외시장의 개척이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정부의 사업권 허가 당초 취지를 나름대로 수행할 수 있느냐를 집중 조명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청문회가 과연 전국 TRS사업자를 선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믿는 업체들은 하나도 없어 청문회 실효성에 논란거리를 제공했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는 분석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정부의 신규 통신사업자 선정에 있어 최대의 논란거리를 제공하면서 핵심적인 사업권으로 부각되고 있는 PCS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한 들러리 청문회가아니냐는 지적이다.
청문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이번 청문회가 당초 사업권 허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내용상으로는 각 기업체들의 「아킬레스건」으로 부각되고 있는 도덕성 등 몇몇 문제점에 대해서는 일체 질문이 없었다』고 말해 사업자 선정을 위한 요식행위 절차라는 지적을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지난 1년이상 사업권 획득을 위해 정보통신사업팀을 운영해 온 기업들이나 다소 늦게 사업을 준비해 온 기업체들 모두가 최선을 다한 사업권 획득경쟁을 펼쳤기 때문에 「盡人事待天命」이라는 결연한자세로 결과 발표만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이미 오는 15일 사업자 선정 발표일을 「D 데이」로 잡고일일상황을 점검하고 사업자 선정에 따른 정보를 파악하느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제는 별달리 할일도 없고 또 해서 될 일도 없다』며 『단지 누가 한장의 티켓을 거머쥐는 주인공이 되냐가 최대의 관심사항일 뿐』이라고 청문회를 마친 심정을 피력했다.
그러나 이번 정부의 신규 통신사업자 선정경쟁에서 4개 허가신청 그룹들모두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 중 하나가 기업들간 페어플레이 부재. 외국 선진국에서조차 상용화가 안된 디지털 TRS장비를 전국 TRS사업권 허가를 계기로 국내에 첫 서비스하기로 함에 따라 기술의 신뢰성, 기술구현 가능성에 대해 상대방 업체를 매도하는 등 전국 TRS사업권 획득경쟁이 진흙탕 싸움으로 변절됐다는 것이다.
즉 △아남이 제안한 주파수 호핑다중접속(FHMA) 시스템 실효성 논란과 지오텍社의 21%지분 참여문제 △동부의 기술제휴사인 에릭슨社의 이닥스 프리즘장비 상용화 여부 및 해외 수출문제 △기아그룹이 제안한 美 모토롤러社의아이덴장비의 신뢰성과 9%의 지분 참여문제에 대해 서로간에 물고 물리는 치열한 비방전이 난무했던 것이다.
어쨌든 1장의 티켓이 걸려 있는 전국TRS사업권 획득을 둘러싼 4개 그룹들간 상호 흠집내기 경쟁은 사업자 선정전에 있어 사업참여 업체들 모두가 반성해야 할 문제점으로 대두된 것만은 틀림없다.
이는 사업자 발표후에 나타날 재계내의 불협화음이 자칫 감정싸움으로 번져 통신시장의 개방에 대비한 국내 기업체들끼리의 상호 긴밀한 협조가 와해돼 「알짜는 외국 장비업체가, 빈껍데기는 국내 업체가 차지하는 꼴」이 초래되는 상황으로 치닫게 될 가능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김위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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