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 CD롬 드라이브..세계시장 현황

요즘 CD롬드라이브 시장은 「안개속을 질주하는 자동차 경기」로 비유된다.

한달 만에 신제품의 판매가격이 절반으로 뚝 떨어진데다 제품 라이프사이클도 3∼4개월로 단축됐고 1년 만에 기존 제품성능의 5배나 되는 10배속이출시되는 등 컴퓨터 분야중 가장 숨가쁜 경쟁을 치루고 있다. 실제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5대메이커도 불과 1년만에 순위가 두번씩이나 교체되는 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사정이 이쯤되니 한치앞도 안보이는 안개속을 질주하는 경주용 자동차와다르지않다는 게 CD롬드라이브 시장을 내다보는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전 세계의 CD롬드라이브업계는 지난해 3천8백10만대를 생산해 94년보다 93%나 늘어났다고 기억장치분야의 유력 시장조사기관인 TSR은 밝히고 있다.

올해에도 43% 성장한 5천4백55만대가 팔려나갈 것으로 전망돼 이를 금액으로환산하면 올해 시장규모는 적어도 60억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같은 수치는 올해 PC판매량이 5천6백만대 안팎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거의 모든 PC에 CD롬드라이브가 하나씩 장착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CD롬드라이브 생산대수와 시장규모가 급신장함에 따라 생산업체들의 순익또한 큰 폭으로 신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는게 현재CD롬 드라이브산업의 현실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CD롬드라이브사업은 제품의 대리점 공급가격이 1백달러수준에서 책정되고 생산량 또한 월간 30만대 이상이 돼야 최소한 채산성을확보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CD롬드라이브가 멀티미디어 핵심기억장치로 주목받음에 따라 파나소닉·티악·미쯔미·히타치·NEC 등 세계 플로피 디스크드라이브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일본업체들이 대거 뛰어들면서 치열한 가격인하경쟁을 전개해이같은 마지노선이 무너진 것은 한참 전의 일이다.

차세대 기억장치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공룡기업들이 「제살 파먹기식 저가경쟁」을 벌임에 따라 CD롬드라이브 시장판도는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치열한 격전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 대만의 업체들도 뒤늦게 지난 94년부터 나란히 CD롬드라이브 생산에 뛰어들었지만 일본업체의 값내리기 경쟁에 휘말려 대만업체들은 올해부터대부분 사업을 포기하기 시작했다.

가격경쟁에 따른 피해는 이들 후발업체들 뿐만 아니라 가격경쟁의 주범인일본업체들에게도 그대로 작용돼 이제 세계 CD롬드라이브 생산업체들은 한결같이 「많이 생산하면 할수록 손해가 난다」는 넋두리를 하고 있다.

이같은 세계시장에서의 가격경쟁은 국내시장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초 국내에서는 지난 3월부터 출시된 8배속 CD롬드라이브 판매가격이 22만원에서 불과 한달만에 10만원 안팍으로 급락했다.

가격폭락과 함께 제품 라이프사이클도 3∼4개월이나 단축됐다. 1배속 제품과 2배속제품이 각각 2년과 1년씩 장수한 반면 4배속 제품은 수명이 6개월,6배속제품은 4개월 안팍으로 라이프사이클이 크게 줄어들었다. 또 지난 3월처음 출시된 8배속 제품은 출시된지 1개월 만에 가격이 절반이하로 곤두박질치고 2개월도 못돼 채산성이 없는 제품으로 판정받았다.

이에따라 CD롬 생산업체들은 올해말에나 출시될 예정인 10배속 제품을 무려 3∼4개월이나 앞당겨 이달말부터 내놓을 계획이다. 지난해초 주력제품군이 2배속 모델인 것이 불과 1년만에 10배속으로 전송속도가 5배나 상향조정된 셈이다.

이처럼 제품가격이 폭락하고 라이프사이클이 절반수준으로 줄어듬에 따라세계 CD롬드라이브 시장판도도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CD롬드라이브 업계는 마쯔시타·히타치·도시바·소니·미쯔미 등일본업체들이 시장을 석권해왔다. 여기에 지난해부터는 LG전자·삼성전자·태일정밀 등 한국기업들이 후발주자로 바짝 추격하고 있으며 또 네덜란드필립스사도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 시대에 대비해 97년부터 고속 CD롬드라이브를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하고 있어 앞으로도 시장점유확대를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CD롬드라이브 시장은 일본의 마쯔시타와 히타치가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히타치는 특히 올해 12%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면서 도시바와 NEC를 제칠 것으로 전망돼 CD롬업계의 다스호스로 급부상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반면 그동안 2∼3위를 유지하면서 꾸준히 시장점유율을 지켜온 미쯔미는 8배속 시장에서 참패를 면치못해 5위권 밖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분석은 지난해 마쯔시타와 미쯔미가 1, 2위를 기록해 4배속 시장을석권했고 94년에는 소니와 마쯔시타가 2배속 제품시장을 장악했던 점을 감안해보면 제품군이 바뀔 때마다 시장판도가 완전히 뒤바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일본업체들이 94년 이후 시장점유율을 크게 늘려가고 있는 한국기업들의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일본을 제외하면 사실상 유일하게 경쟁력을 갖추고 제품을 생산중인 한국기업은 올해 총 1천1백만대를 공급해 전세계시장의 20%를 무난히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94년 3%에 불과했던 시장점유율이 2년 사이에 7배나 급신장했으니 일본업체들이 긴장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국내업체들은 이미 올해 20%의 시장점유율을 예약해 놓은데다 대부분의 업체가 엄청난 신규시설 투자와 해외생산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에는 26% 이상의 제품을 한국기업이 공급할 전망이다.

이에따라 올해 세계 CD롬드라이브 시장은 「메이드인코리아」 마크를 붙인한국산 제품이 새로운 유망주로 급부상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반면 대만 및 싱가포르의 엘리트그룹·에이서·크리에이티브 등 동남아 신흥기업들은 94년부터 CD롬드라이브 분야에 진출했지만 올해부터 8배속 CD롬드라이브로 시장이 급변하면서 적절한 대응제품을 내놓지 못해 사실상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져 국내업체와 좋은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경쟁이 치열하고 채산성마저 확보하지 못하는 시장을 놓고 세계적인 기업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CD롬드라이브 생산업체들은 2∼3개사를 제외하면 조만간 대부분의 업체가채산성을 이유로 사업을 포기, 과점체제로 전환될 것이기 때문에 적정한 마진이 보장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함께 차세대 제품으로 유력시되는 12배속의 제품과 DVD롬드라이브 제품이 CD롬드라이브 사업과 직결돼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이들차세대 제품은 가전제품 영역에도 판매가능한 브리지형 상품으로 변형 가능해 시장선점시 CD롬보다 몇배나 되는 시장수요를 독점할 수 있는 매력적인상품이기 때문이다.

요즘 세계 CD롬 드라이브 시장의 흐름은 사상 유례없는 가격폭락과 6개월을 넘기지 못하는 제품 라이프사이클, 세계시장 재편 등의 현상으로 요약할수 있다.

그러나 안개속을 질주하고 있는 공룡기업들의 출혈경쟁이 다름아닌 미래기억장치시장을 선점하려는 사전포석으로 해석한다면 현재 CD롬 드라이브 대권다툼의 실체를 좀더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다.

<남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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