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기 하강..품질로 승부하라

최근들어 전자 경기가 심상치 않다는 말들이 자주 들린다. 세트나 일반 부품은 지난해부터 성장이 위축돼 왔고 일반 전자산업과는 무관한 듯 고성장을거듭해온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도 조짐이 좋지 않다.

반도체는 올들어 D램 가격이 크게 떨어져 매출이 연초에 국내업체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20% 가까이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고 디스플레이 역시 하반기부터는 수급 균형을 넘어 공급초과 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들 호황산업에서 이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과 국내 업계가 지난해 증설경쟁을 벌인 데다 수요가 많은 TV와PC시장이 예상외의 침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같은 공급초과 조짐은 가격에도 반영돼 D램 반도체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가격이 40% 가까이 떨어졌고 브라운관도 지난해 말보다 5∼10% 가까이 하락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업계는 더 이상의 가격하락을 막기 위한 물량조절과매출보전을 위해 표준제품 위주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고속제품 위주로 제품생산구조를 바꾸는 데 힘쓰고 있으며 브라운관업계도 그동안 수출 주력품목이었던 소형제품은 과감히 해외 현지공장으로 이전하고 국내서는 중대형 제품과 광폭제품 등 고부가 제품에 주력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일반 부품업계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인쇄회로기판(PCB)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경기침체가 늦어도 올 4월이면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었으나 아직까지도 별다른 회복 기미가 없으며 카오디오 튜너와 근접 센서류를 비롯한 대부분의 부품업계도 상황이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주 수요처인세트시장의 위축과 이에 따른 수요업체의 부품 공급가격 인하요구, 동남아로생산기지를 옮긴 일본업체들의 공세, 그리고 시장 위축에 따른 업체간의 경쟁과열 등이 공통적인 애로점이다.

전자수출의 선봉이자 비중도 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업계의 매출성장 둔화, 그리고 일반 부품업계의 계속되는 어려움은 올해 수출목표 달성에 적지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행스러운 것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경우 아직까지는 상대적으로 이익률이 떨어지는 측면이지 손해를 본다거나가동이 우려될 정도는 아니며 원인적으로도 절대수요가 줄어든 때문은 아니라는 점이다.

일반부품의 경우도 전반적인 어려움 가운데서도 그동안의 「물량떼기」 식이 아닌 세계적인 세트업체들에 공급하거나 국제적으로 품질을 인정받는 업체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는 희소식이다.

동아일렉콤(舊동아전기)이 미국 AT&T社의 제조개발부문 자회사인 루손트테크놀로지社에 각종 이동통신장비용 전원 공급업체로 선정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으며 올해 SMPS시장에 참여한 흥창물산은 세계적인 업체들과의 경쟁입찰을 통해 IBM에 전원장치를 공급하게 됐다. 태일정밀 역시 모토롤러社의 최신형 휴대폰 「스타텍」의 초소형 진동모터를 대량공급하게 됐고 델코의 자동차용 축전지도 닛산자동차의 전국 부품판매사를 통해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독무대로 여겼던 LED전광판도 1.4분기 수출이 지난해 전체의 3배가넘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전광판 설치를 자유화, 국내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업체들이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개발에 적극 나섰고 이를 통한 품질 향상이 국제 경쟁력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각각의 경우들은다르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지속적인 기술개발 노력으로 품질과 가격경쟁력이크게 제고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전반적인 경기하강 국면에서 국내 전자업계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품질이나 특성이 다소 차이가 나더라도 총체적인 성장에는 별 지장이 없었던 호황기와 달리 침체국면에서는 품질과 가격경쟁력이 판매기회와 수익률을좌우, 기업의 존립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교훈을 되새겨야 할것이다.

최고의 업체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길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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