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 방송법안 여론수렴 급하다

새 방송법이 또다시 쟁점사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공보처는 오는 7월중 열

리는 임시국회에 새 방송법안을 재상정하는 것을 목표로 최근 내부 수정작업

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새 방송법안은 많은 논란 끝에 지난해 1

2월초 국회에서 여야합의로 폐기된지 5개월 만에 다시 여론의 도마위에 놓이

게 됐다.

그동안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급변하는 방송환경에 발맞춰 관련법이 마련되

지 못해 겪어야 했던 유·무형의 손실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새 방송법의

제정을 염두에 두고 방송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해온 관련 산업

계는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도 보다 값싸고 다양한 방송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점

이 늦어져 문화적으로 큰 손실을 보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올 3

월부터 서비스에 나선 무궁화 1호기의 경우에는 새 방송법이 지난해 정기국

회에서 폐기된 후 매달 최소 7억2천여만원을 공중에 날리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일련의 방송법 개정작업과 폐기과정을 보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3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친 방송법 개정작업이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실종된 데에 관련 산업계는 아연해했다. 수년간의 연구와 공정회

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하루아침에 폐기되어 버린 지난해와 같은 과오가 또

다시 되풀이돼서는 안된다.

따라서 재차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새 방송법의 개정작업은 주무부처가

이전보다 한층더 적극적인 자세로 적시된 모든 문제점을 충분히 검토하고 각

계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야 할 것이다.

벌써부터 새 방송법 제정을 위한 의견수렴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최근 방송

계를 중심으로 관련 산업계에서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새 방송법의 제정과

관련, 정부는 대기업·언론사의 방송참여와 방송위원회의 위상 등 두 쟁점사

항에 대해 기존 입장의 변화를 시사하고 있을 뿐 어느 정도, 어떤 상태로 수

정을 가할 것인지 현재까지 알려진 바가 없다.

더군다나 공보처는 새 방송법과 관련해 언제 공청회를 열고, 언제까지 입

법 예고하며 법안 초안을 내놓겠다는 등의 일정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공보

처가 오는 7월 임시국회에 새 방송법안을 상정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수정

작업중인 내용을 발표, 공청회를 개최하고 각계의 의견을 청취해 반영해야할

것이다.

지난해 공보처는 충분한 여론수렴을 하지 않고 법제정을 추진해 법안폐기

라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국민들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다. 공보처

가 애초 공영방송발전연구위원회 등 3개 연구위에 연구작업을 의뢰하고도 그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독자적인 정책안을 마련하는 등 무리하게 법 제정을

강행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공보처의 업무 추진방향은 정부안에서도 문제가 돼 입법 예고됐던 방

송법안이 정보통신부의 주장대로 대거 수정됨으로써 방송사업자에서 제외된

케이블TV 프로그램공급사(PP)들로부터 반발을 사기도 했다

물론 올 7월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새 방송법을 마련하기가 쉽지는 않다.

4.11총선결과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새 방송법안을 심의했던 문화체육공보위

소속 국회의원 상당수가 15대 국회 등원에 실패함에 따라 상당한 영향을 받

을 것이 틀림없다. 정부가 새 방송법안을 재상정하기 위해서는 對의원관계

제고나 법안설명 등 처음부터 다시 모든 작업을 시작해야 하는 어려움이 뒤

따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새 방송법안은 야 3당과 시민단체 및 방송사노

동조합 등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국회통과가 불투명한 것도 사실이다. 야

당 의원들은 올해도 대기업·언론사의 위성방송 참여와 방송위원회의 위상문

제 등에 대해 일제히 정부안을 성토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어려움이 뒤따르고 반발이 거세다고 해서 국책사업으로 국가가 추

진하고 있는 방송정책이 쟁점사항들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회피한 채 졸속으

로 처리되서는 안된다. 정부가 보다 진지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각계의 의견

을 폭넓게 수렴할 경우 이같은 문제들은 의외로 쉽게 해결될 수도 있는 것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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