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통합·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등 최근 몇년간 세계 각 대륙별로 경제블록화가 급진전되면서 반도체·컴퓨터 등 전자기기관련 생산의 현지화가 활발하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최근들어 메모리를 중심으로 가격이 급격히 하락, 가격경쟁력 확보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면서 해외 현지생산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스코틀랜드가 유럽지역내 반도체분야의유망 투자지역으로 주목되고 있다. 선진적인 인프라, 풍부한 고급노동력, 적극적인 정부지원 등 해외업체가 반도체를 생산하기에 필요한 요건들을 충분히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자체수요나 반도체분야에 대한 마인드 및 생산노하우를 감안하면 유럽내 타지역과 비교, 상대적으로 유리한 투자환경을 구비하고 있는 게 또한 사실이다. 반도체분야의 투자환경면을 중심으로 스코틀랜드 현지 사정을 살펴본다.
〈편집자〉
양모·위스키·골프의 고향이며, 풍부한 지하자원과 해양에 인접한 지리적특성으로 조선과 철강산업에서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 온 스코틀랜드. 지금은 잉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와 함께 영연방(UK)의 한 울타리안에 속해있지만 수세기에 걸쳐 분리독립을 추구해 온 독자성이 강한 지방자치주.
이곳에서도 전자산업이 유력 산업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 근거지는古都 에든버러와 글래스고를 양축으로 넓게 펼쳐져 있는 실리콘 글렌. 유럽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이곳에는 이미 IBM·모토롤러·내셔널세미컨덕터·NEC·신에츠반도체 등 미국과 일본의 대형 전자업체들이 대거 진출, 스코틀랜드를 유럽공략의 전초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 데이터퀘스트社 자료에 따르면 스코틀랜드는 PC생산대수가 유럽전체의 40%규모에 달하고 반도체의 경우도 독일의 29%, 프랑스의 23%에 이어 세번째에 올라 있다. 참고로 영 연방내 나머지 3개지역의 반도체 생산규모는합계 8%에 불과하다.
정부, 투자유치 적극 한마디로 스코틀랜드가 유럽내 전자산업의 신메카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곳의 전자산업은 해외 자본의 진출에 전적으로 의존, 성장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사실 실리콘 글렌에 진출해 있는 업체의 대부분은 미국·일본·유럽내 타국가업체들이다. 지난해 말 현재 스코틀랜드내에 진출한 외국업체수가 총 5백70개를 넘어선 것은 이를 단적으로 설명해 준다. 바꿔 말하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투자유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전자업체의 스코틀랜드 진출이 시작된 것은 지난 50년대부터다. 50∼60년대에는 IBM·NCR·모토롤러·내셔널세미컨덕터 등 미국업체들의 진출이두드러졌다.
그러나 80년대 들어서는 NEC·신에츠반도체·마쓰시타·일본빅터 등 일본업체들의 투자가 강세를 보였다. 90년대 들어서도 미국·일본 두 나라를 중심으로 투자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으며, 특히 반도체분야에 투자가 집중되는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NEC는 지난해 5억2천8백만파운드(7억9천2백만달러)규모의 증설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리빙스턴공장의 생산력을 증대하는 한편 8인치웨이퍼 및 0.35미크론 대응 생산체제를 연내 구축할 계획이며, 64M D램의 생산도 가시권에 두고 있다.
모토롤러는 지난해 말 스마트카드의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하기 위한 1백만파운드 규모의 신규투자계획과 2억5천만파운드 규모의 이스트킬브라이드공장증설계획을 발표했다.
이밖에 웨이퍼업체 신에츠반도체는 리빙스턴공장의 증설과 연내 8인치웨이퍼의 생산을 위해 1억6천만파운드를 투입할 계획이다.
스코틀랜드개발청(LIS)의 자료에 따르면 반도체분야 투자액은 81∼95년간총 18억파운드에 달하며, 이중 91∼95년 5년간 액수가 그 절반을 넘어서고있어 최근의 반도체분야에 대한 투자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해 준다.
이처럼 최근 5년간 반도체분야에 투자가 몰리는 것은 유럽역내 국가간 무역장벽의 붕괴와 이 지역 반도체시장의 성장성 때문이다.
유럽통합은 역내 국가간 무역에서 관세장벽을 허물었지만 이 때문에 반대로 역외에서 수입되는 반도체는 약 14%의 관세를 부과받는 상대적 불이익을당한다. 단순계산으로 생산코스트가 같다면 역내에서 생산된 반도체와 가격경쟁은 되지 않는 셈이다.
더구나 이런 상황에서 유럽반도체시장은 급팽창하고 있다. 데이터퀘스트자료에 따르면 유럽 반도체시장 규모는 지난해 2백80억달러이며, 2000년에는약 4백80억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따라서 데이터퀘스트측은 반도체업체들의 유럽내 진출이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하며, 이에 따라 역내와 역외생산구성비도 95년도의 60대 40에서 2000년에는 80대 20으로 역내 생산비율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한다.
시장규모 확대 일로 특히 최근 메모리를 중심으로 반도체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가격경쟁력이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즉 유럽시장 공략을위해선 역내 현지생산이 불가피한 쪽으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유망투자지역으로 반도체분야에 30여년의 역사를 지닌 스코틀랜드가 우선 주목되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한국 등을 포함, 일부업체가 이곳 진출을심각히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스코틀랜드가 반도체분야의 유망투자지역으로 주목받는 것은 우선 우수한노동력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현재 스코틀랜드내에는 13개의 종합대학과 55개의 단과대학이 있으며 이곳에서 우수인력을 제공하고 있다. 「인구비례로볼 때 배출되는 엔지니어수는 다른 EC역내 국가들을 능가한다」는 게 LIS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실리콘 글렌을 중심으로 한 10개 대학교는 업체들과 연계해 반도체및 응용연구를 전개하고 있으며, 5개의 단과대학에는 전문인력양성을 위한훈련코스가 별도로 설치되어 있다. 일례로 에든버러대학교는 마이크로일렉트로닉센터를 설치, 반도체관련 연구를 추진하고 있으며 다양한 특별훈련코스도 마련, 업계에 제공하고 있다.
게다가 기술력을 감안한 임금도 다른 지역에 비해 낮다. 『고급엔지니어의경우 연봉이 3만5천파운드 안팎』이라고 내셔널 세미컨덕터 스코틀랜드 공장의 게리 워즈 공장장은 말한다.
사실 스코틀랜드는 실업률이 7.8%에 달한다. 스코틀랜드 정부가 해외기업유치에 적극 나서는 주된 이유도 이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서며, 이는 그만큼저임의 노동력을 많이 확보할 수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인프라도 간과할수 없는 장점중 하나다. 우선 교통망이 잘 정비돼 있다. 차량도로는 물론이고 실리콘 글렌내에 두 개의 공항이 위치, 유럽역내의 어느 곳에나 두시간이내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
또 세계 10대 반도체장비 공급업체중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니콘 등 8개사가 실리콘 글렌에 진출해 있다. 뿐만 아니라 0.25미크론 마스크의 공급력을 갖추고 있으며, 올해 안에는 신에츠반도체의 설비강화로 8인치웨이퍼 공급능력도 구비하게 된다. 이밖에도 16개의 반도체디자인관련 업체와 60개의지원업체들이 있다.
법인세도 유리하다. 스코틀랜드 정부는 기업활성화를 위해 유럽역내에서는가장 낮은 33%의 법인세를 부과하고 있다. 참고로 독일은 45%, 이탈리아는 36%, 스페인은 35%, 네덜란드는 35%, 포르투갈은 36%, 아일랜드는 40%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유치정책이다. 이를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곳은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는 반민반관 성격의 LIS다.
현지업체와 대우동등 이와 관련, 『현지업체와 동등하게 대우한다는 게 대원칙』이라고 LIS의 브라이언 콜 극동담당국장은 말한다. 그러나 해외업체에대해선 공장건설에서 가동에 이르기까지 모든 업무에 LIS의 지원이 따르는게 또한 사실이다.
LIS는 우선 진출업체 투자액의 10∼15% 상당하는 자금을 개런티라는 명목으로 투자이후에 지원한다. 물론 이 개런티제도는 유럽내 다른 국가들에도있다.
이밖에도 LIS는 공장부지조성 및 건설, 인력조달을 적극 지원하고 있지만특히 주목되는 것은 사후관리다. 즉 진출업체가 정상가동에 들어간 이후에발생하는 문제들을 LIS가 개입, 대신 해결해주는 것이다. 예컨대 현지종업원과 외국 경영자간에 쉽게 발생할 수 있는 노사간의 문제라든지 생산에 필요한 기간설비 요구를 업체를 대신해 정부에 건의, 관철시키는 일 등이다.
물론 해외업체들의 스코틀랜드 진출에 장애요인도 있다. 특히 언어·문화의 차이는 노사간의 갈등을 야기시킬 수 있으며, 이는 바로 생산성의 저하로이어진다. 그러나 이들 문제는 사실 스코틀랜드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LIS는 우선적으론 실업률저하, 장기적으론 국내산업의 첨단화를 목표로 앞으로도 해외첨단기업을 적극 유치해 나갈 방침이다. 이와 맞물려 최근 반도체업체들은 생산의 유럽현지화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문제는 경쟁력이다. 사실 생산코스트는 동남아시아쪽이 훨씬 유리하다. 그러나 유럽에 수출할 때는 14%의 관세에 수송비가 추가된다. 여기에 스코틀랜드는 고급인력이 풍부하다. 메모리 등 반도체의 고성능화가 급진전되는 추세를 전제로 한다면 호조건의 투자환경지역임에 틀림없다.
국제 많이 본 뉴스
-
1
5년 전 업비트서 580억 암호화폐 탈취…경찰 “북한 해킹조직 소행”
-
2
LG이노텍, 고대호 전무 등 임원 6명 인사…“사업 경쟁력 강화”
-
3
'아이폰 중 가장 얇은' 아이폰17 에어, 구매 시 고려해야 할 3가지 사항은?
-
4
美-中, “핵무기 사용 결정, AI 아닌 인간이 내려야”
-
5
5대 거래소, 코인 불장 속 상장 러시
-
6
현대차, 차세대 아이오닉5에 구글맵 첫 탑재
-
7
'주사율 한계 돌파' 삼성D, 세계 첫 500Hz 패널 개발
-
8
美 한인갱단, '소녀상 모욕' 소말리 응징 예고...“미국 올 생각 접어”
-
9
아주대, GIST와 초저전압 고감도 전자피부 개발…헬스케어 혁신 기대
-
10
국내 SW산업 44조원으로 성장했지만…해외진출 기업은 3%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