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크리스털(수정디바이스)의 경기사이클은 실리콘(반도체) 사이클과 궤를 같이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반도체 경기가 최고 정점을 구가하다 공급과잉설에 따라 가격이 떨어지고 있듯 수정디바이스의 경기도 최근들어 초호황기를 벗어나 공급과잉과 가격하락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
수정디바이스 시장은 통상 3∼4년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거듭해 왔는데최근에는 규칙성을 갖고 있던 크리스털 사이클이 붕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중반까지의 대호황은 하루아침에 불황으로 전락했고 최근엔 더욱냉각되고 있다. 지난해의 호황이 거품경기이었다고 보더라도 불과 1년6개월여만에 경기가 바뀌는 것은 크리스털 사이클상 전례가 없는 기현상이다. 이때문에 통상 적정시차를 두고 실리콘사이클의 궤적을 밟아왔던 크리스털 사이클이 붕괴됐고 최근엔 오히려 순서가 역전돼 수정디바이스의 불황이 반도체를 선행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국내 업체들은 지난해 3.4분기까지만 해도 주문량이 생산능력의 30%까지 초과하는 최대의 호황을 누렸으나현재 평균 가동률이 80%선을 밑돌고 있다.
이같은 수정디바이스 경기의 급반전은 가수요의 해소, 중국 등 신흥 크리스털디바이스 국가들의 발호에 따른 공급량 급증, 그리고 동남아에 기반을둔 일본업체들의 대대적인 물량공세 등 다양한 원인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근본적인 이유는 동남아에 진출한 일본의 전자업계를 보고대폭적인 설비증설을 추진한 일본의 주요 수정디바이스 업체들의 수요예측이빗나가 생산량이 남아돌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동남아에 생산기반을 구축한 일본 가전업체들의 세트 생산량이 지난해 8월을 기점으로 갑작스레 조정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범용 수정디바이스 구매량이급감한 것이 결정적인 공급과잉을 부추긴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때부터 동남아에서 제조된 일본 수정디바이스들이 한국은 물론 세계 구석구석을 파고들면서 공급과잉 현상이 심화됐고 급기야 국내에서도 총체적으로 수정디바이스가격이 하락하는 연쇄반응을 보인 것.
하지만 이같은 경기침체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는 이들은 많지 않고오히려 수정디바이스에 대한 업계의 전망은 대부분 낙관적이다. 이미 동남아전자업체들이 긴 조정국면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생산라인을 정상화하기 시작, 수정디바이스 수요가 서서히 오름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SAW필터·세라믹필터·유전체필터가 수정디바이스 수요를 잠식하고 있기는 하지만새로운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이같은 우려를 불식하고도 남음이 있다.
지난 73년 CB(Citizen Band)라는 생활무전기 특수를 비롯해 80년대 중반코드리스폰과 컴퓨터, 80년대말 VCR 등 과거에도 수정디바이스 시장의 고비때마다 불황탈출의 기대주가 출현하면서 벼랑끝을 벗어났던 전례는 많다.
그렇다면 현재의 불황을 타개하고 크리스털사이클을 상승세로 반전시킬 다음세대의 견인차는 과연 무엇인가. 이 질문에 상당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주저없이 「이동통신」과 「자동차」를 꼽는다.
기본적으로 무선 주파수를 선별 사용하는 광의의 이동통신 시장은 아직 국내업체들이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고 있지만 차세대 크리스털의 확실한 寶庫임에는 틀림없다. 회로설계 기술의 발달로 수정디바이스의 절대수요가 줄고있고 특히 기가헤르츠(GHz)대의 고주파를 이용하는 기기의 경우는 SAW필터나유전체필터에 자리를 내주고 있지만 크리스털만의 니치마켓(틈새시장)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이동통신 시장은 대체수요보다는 신규수요에 의존, 잠재수요가 무궁무진한데다 크리스털의 안정된 특성과 탁월한 주파수의 안정성을 강점으로초정밀을 요하는 이동통신 기기의 IF(중간 주파수)단의 핵심부품으로 확고한위치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보급이 성숙단계로 접어든 무선호출기를 비롯, 상용화 초기인 아날로그 및 CDMA방식의 디지털 휴대폰에만도 수정진동자·수정발진기(TCXO)·크리스털필터(MCF) 등 다수의 수정디바이스가 채용되고 있다. 조만간 모습을 드러낼 PCS나 TRS·CT-2 등 모든 이동통신 장비와 단말기에도 적잖은 수정디바이스 수요가 예약돼 있다.
실제로 PHS란 이름으로 개인휴대통신 서비스가 본격화되고 있는 일본도 PHS 단말기로 인해 표면실장형 TCXO를 비롯, VCTCXO·TCXO용 수정진동자·크리스털 필터 등 각종 수정디바이스 수요가 창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컴퓨터 시장도 무시할 수 없다. 그동안 클럭오실레이터와 수정진동자를 필요로 하는 HDD·CD롬 드라이브·모뎀 등 주변기기를 포함해 단일품목으로는최대의 수정부품 시장으로 자리잡은 PC는 앞으로도 기존 데스크톱 PC는 물론노트북·팜톱·PDA로 이어지며 꾸준히 신규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통신 시장이 수정부품의 새로운 기대주라면 자동차 시장은 미완의 기대주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자동차의 전자화로 일기 시작한 자동차 관련 수정디바이스 시장도 최근들어 새로운 시장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ECU(엔진컨트롤 유닛)·TCU 등 주파수의 발진·선택 및 정밀제어를 필요로 하는 각종제어장치가 자동차에 대거 탑재되면서 기존에 주로 카오디오로 국한됐던 자동차용 수정디바이스 시장이 급팽창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다만 완성차 업체들이 원가절감을 위해 수정부품 대신 저가의 세라믹 필터를 사용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게 현재로선 큰 걸림돌이기는 하지만 최근 미국의 자동차 3社를 중심으로 전자장치의 성능향상을 위해 수정부품으로주파수 부품을 전환하고 있는 것은 주목되는 대목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첨단 전자제어 장치를 비롯, GPS·카 네비게이션 등 주파수를 이용하는 각종 전자장치가 장착되는 자동차의 전자화가 급진전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연간 5천만대로 추정되는 세계 자동차시장은 수량면에서도 컴퓨터를 능가하는 엄청난 수정디바이스 잠재시장으로 높게 평가된다고말한다.
이동통신과 자동차 이외에도 작으나마 수정부품의 차세대 기대주는 많다.
그 대표적인 것이 위성방송 분야와 계측기류. 광의의 이동통신 개념에 포함되지만 위성방송 수신을 위한 각종 장비가 일반화되면서 SVR(위성방송수신기) 등 대량의 신규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정밀계측기 분야도 고정밀·고안정성 오실레이터 응용제품 수요를 유인하고 있는데 특히 OCXO를 비롯해 루비듐 수정체를 이용한 RbXO 등 첨단 수정디바이스류는 초고부가 품목으로 각광받고 있다.
<부품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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