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세상의 끝, 서킷 보드의 중심 (1)

어느 순간 그들이 타고 가던 튜브가 90도각도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러자 마치 거대한 맨홀 뚜껑에서 튀어나오는 것처럼 거센 물줄기가 그들을 힘차게 뿜어낸다. 고래등에서 튕겨져 나오는 코르크 같은 느낌이다.

고비는 잠시 숨을 멈춘다. 그들은 마침내 뉴도쿄 시내로 들어온 것이다.

세상의 끝, 서킷 보드의 중심지로 들어온 것이다.

파도 같은 고층 건물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지구의 대기층을 벗어날만큼높이 솟은 5백층짜리 건물들도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에어로폴리스 건물이 그림엽서에서 본 것과 똑같은모습으로 서 있다.

해부학에서 쓰는 인골처럼 튜브로 만들어진 후지산은 인공 화산이나 되는듯생명과 죽음을 내뱉으며 박동하고 있다. 50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그 꼭대기층에서 살면서 벡터에서 벡터로 매일 출퇴근을 하고 있다.

꿈 속에서 철학을 논하는 사람 같이 고비는 태어나고 살고 죽는 것이 모두마음내키는대로 누르는 엘리베이터의 버튼 같다고 혼잣말을 한다. 생명들이에너지와 DNA를 교환하는 것이 명함 교환하듯 한다.

2백30층에서 내릴 때쯤이면 1백1층에서 탈 때와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것이다. 4백3층에서는 또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지만 층간의, 사람들간의 이 변화의 뒤에 숨어 있는 에너지는 같은 것이다.

꼭대기로 데려간 에너지나 맨 밑바닥으로 데려간 에너지나 같은 에너지인것이다.

이러한 고비의 시각은 끊임없는 데이터의 흐름 속에 입력된다. 공포에 질리게 하면서도 동시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그런 시각이다.

이제 쌩쌩 부는 바람이 협곡에 울려퍼지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곧그것은 오토바이가 쾌속으로 달리는 속도로 낮춰지면서 으르렁거리는 소리로바뀐다.

유명한 디자이너 의상실이나 몇 세기나 된 가부키극장 등으로 휘황찬란하게빛나는 유서 깊은 긴자 거리를 지난 후, 자기부상 말인 토모는 그 유명한사토리사의 로고가 새겨진 본사 건물 앞에 서면서 히힝거리는 소리를 낸다.

"자, 프랭크상, 마침내 도착했습니다."

안장에서 내리며 야즈가 말한다.

"임원들께선 지금 회의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고비는 열대림으로 뒤덮인 것 같은 정원으로 들어선다.

어느 쪽으로 가야할지 머뭇거리며 잠시 서 있을 때, 야즈가 부르는 소리가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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