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고개숙인 D램값..폭락 조짐인가

김경묵기자

반도체의 경기하강이 시작되려는가.

최근 반도체 경기하강을 예고하는 조짐들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어 국내 반도체업체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반도체업계는 91년 이후 5년만에 BB율(수주액 대 출하액 비율)이 1.0 이하로떨어진데다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스폿시장의 D램 가격이 크게 하락, 자칫전반적인 D램 가격 폭락으로 이어질 경우 당장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최근 세계 스폿시장에서의 4MD램 및 16MD램 가격은 지역에 따라 지난해 말보다 개당 최고 5~10달러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개당 평균 12~13달러에 달했던 4MD램은 올들어 서서히 하락세를 보이더니 최근에는 아시아지역 스폿시장에서는 최저 8달러선, 유럽은 10달러선, 미주는 9~10달러선에수출되는 등 개당 2~5달러씩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내 반도체 3사가 주력하고 있는 16MD램의 가격도 지난해에는 평균 50달러를 호가했으나 최근에는 35달러선까지 내려가는 폭락사태를 빚기도 했다.

물론 이번에 폭락세를 보인 제품은 범용중의 범용인 "X1"."X4" 등 표준제품이지만 그간 4MD램 중심으로 진행돼온 가격하락세가 16MD램으로까지 본격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업계의 표정이 결코 밝지만은 않다.

하지만 국내 반도체 3사는 일단 이번 가격폭락세는 계절적 요인이 겹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공급부족을 이유로 10% 이상의 여분 재고를 항상 안고가던 애플사 등의 대형업체들이 경영수지 개선을 위해 지난해말부터 재고조절에 나선데 따른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즉대다수 대형업체들이 D램 수급이 어느정도 안정기에 들어섰다고 판단하고 높은 가격에 산 재고물량을 상대적으로 비수기라 할 수 있는 시기에 내다팔고필요한 시기에 보다 싸게 구입, 생산한다는 전략으로 수급계획을 짜고 있기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대만.싱가포르에 근거를 둔 아시아 스폿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하락세를보인 이유는 윈도95의 D램 신규수요 창출이 기대에 못미친데다 대만의 유력마더보드업체들의 잇따른 덤핑 때문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따라서 업계는 이번 가격하락 사태가 대형 수요업체들의 재고조절 내지는덤핑 등의 일시적인 요인에 따른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빠르면 3월, 늦어도4월께에는 가격회복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세계 D램 공급업체의 생산능력과 수요를 비교할때 97년 말까지 D램 공급이 10%이상 부족할것이라는 그동안의 예측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각 업체들은 매출의 주력인 장기 공급물량의 가격은 2월 현재 4MD램의 경우 평균10~11달러선, 16MD램도 41~42달러선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한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폿시장이 경기 조짐에 따라 가격이 큰 폭으로변동하는 현물시장이라는 점에서 이번 가격폭락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며특히 한번 하락한 가격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다는 시장속성을 감안할때 EDO 및 싱크로너스 등의 고부가 특수제품 비중을 확대하고 64M 등 차세대 제품을 조기생산하는 등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그간의 반도체 경기가 이상호황이었다는 점을 고려할때 향후의 경기변화가 경기하강이라는 시각보다는 경기안정기에 접어드는 시기로 간주, 조급한 반응을 보이기보다는 선발업체답게 시장상황을 유리하게 이끌고 가는 유연한 대처능력도 갖춰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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