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디지털기업이 승리한다 (38)

로자나 장자 사상이 일본 고유의 문화형성에 대해 특히 커다란 영향을 미친점은 무엇인가. 그 요점을 간추려 보자. 그것을 집약해 보면 다음의 네가지일 것이다.

첫째가 자연이란 것이다.

우주와 거기에서 태어나는 삼라만상의 배경에는 커다란 원칙이나 섭리가존재한다. 그 작용을 도라고 하는데 현대적인 표현으로 말하면 자연이라고해도 될 것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초목국토 실개성불의 불성론과 비슷한 사고방식이지만 자연과 합일해서 살아가는 방법, 그것이 무위다. 그리고 자연과대립하는 인공적인 인위를 배제하는 것을 근본으로 한다. 따라서 자연과합일해 살아간다고 하는 것, 그 상징이 적자라고 하는 것이다. 또 꾸밈없이순박하게 살아가는 방식인 박을 이상으로 하고 있다.

이 자연과의 합일이라는 뜻속에는 이 세상의 일들, 끊임없이 쏟아져 내리는사상을 억지로 규정해서는 안되며 규정지어진 것이란 하나도 없다. 따라서구속하거나 틀에 끼워넣어서 보는 것은 헛된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둘째는 미묘라는 것이다.

로자는 이 세상의 사상을 깊이 추구하면 할수록 현, 즉 미묘한 수준의 경지를 추구하는 것이 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현에 인을 붙이면 현인이 된다.

프로페셔널이란 것이 된다. 보다 미묘한 것에 탁월해지는 사람을 현인이라고할 수 있다. 현에는 암흑이라는 뜻도 있어 현에 조를 붙이면 제비(연)를 나타내는 현조가 되지만, 이는 제비날개의 검은색에서 비롯된다. 요컨대 어둡고 검어서 잘 뵈지 않으며, 잘 파악되지 않는 것을 아는 사람, 보이지 않는세계를 보는 사람이 현인인 것이다.

셋째는 장대다.

어떻든 이 세상의 움직임은 끊임없는 에너지 그 자체와 같은 것이며, 이세상 자체를 흔들어 버릴 정도로 다이내믹한 것이지만, 장대란 이처럼 힘있고격동적인 상태를 나타낸다. 이 또한 우주의 특성인 것이다.

넷째가 공생이다.

로자는 상대론의 초절을 지향했으나 그것은 서로 전혀 다른 것이 동거 ,공생하며 조화해 전혀 새로운 제3의 것을 현출하는 것이다. 결코 한쪽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이질의 것끼리를 초월하는 곳에서 독자적인 리얼리티가 생겨나는 것이다.

이상의 네가지가 일본에 전래해 와비사비(능. 다. 시의 승화된 도) 사상의성립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된다. 유교나 도교의 사상이 일본에 전해져, 같은 도래종교인 불교, 그리고 일본고유의 신신앙 등과 혼합되어 독특한 문화를 형성케 된 것이다. 그것이 와비사비다.

이 와비사비 사상의 형성에는 시대 요청에 응하는 것과 같이 일본 문화를대표하는 세 사람의 거인이 80년과 60년 간격으로 출현했다. 그 세 사람이란능(선의 경지에 몰입했을 때)의 세아미, 다(다선일여의 다도)의 이휴, 배해(일본 고유의 시와 해학)의 판초이다.

세아미는 일본 사상을 집대성한 사람으로, 이휴는 그 사상 위에 문화를구축한 일본 문화의 집대성자이며, 마지막 판초는 그 문화를 생활양식으로까지소화한 일본다움의 집대성자라고 할 수 있다. 세 사람 모두 창조자라고 하기보다 거기까지 이르는 선각자다운 통달이 각각의 영역에서 극단의 도를집대성해 하나의 형태로 다듬어낸 인물들이다.

현대의 기업도 창조보다 집대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에서 유가아닌 선인들의 위업을 냉정하게 분석해 그것을 총괄해 보는 정신이 필요한것이다. 이 세상에는 터무니없는 발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지금까지의 도리나 틀 안에서 태어난 것이다. 계보란 말이 있지만, 달인이 어떤 주제를 무언중에 건네 줘, 그것을 받아든 역시 달인이 곧 최고의 수준까지 도달시킨다.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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