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글 "컴" 문자체계의 "유니코드" 전환

1만1천1백72자의 우리글을 모두 쓸 수 있는 한글 컴퓨터 문자체계가 KS규 격(KSC 5700)으로 최근 제정돼 그동안 첨예하게 대립해온 조합형과 완성형의 우위논란이 일단락됐다.

이번에 제정된 KS규격은 세계 각국의 문자 및 기호값을 표준화한 국제규격 (ISO.IEC 10646-I)의 유니코드(Universal Multiple Octet Coded Character Set 를 따르고 있어 한자.영어는 물론 일본어.아랍어까지 수용 가능해 한글 구현의 국제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KS규격이 따르고 있는 유니코드는 현재 컴퓨터상에서 영어나 기호를 처리하는 1바이트 문자체계 대신 2바이트체계를 사용해 세계 각국의 문자를 모두표현하자는 것으로, 현재의 우리가 사용하는 2바이트 완성형체계와 거의 똑같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각 나라마다 같은 코드값에 다른 글자를 쓰는현재의 무질서한 방식을 폐지하고 일정한 영역에만 자국의 글자를 할당하자 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유니코드는 단일 환경에서 전세계 모든 글자를 표시할 수 있게돼국제간의 원활한 자료교환을 가능하게 하는 장점을 갖게 된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국가들의 경우 유니코드를 사용하면 종전엔 1바이트 면가능하던 알파벳의 처리가 2바이트로 늘어나 두배의 메모리공간이 필요하게될 뿐 아니라 통신 등에서도 그만큼 낭비가 따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80년대말부터 마이크로소프트나 IBM 등 거대 컴퓨터소프트웨어 업체 들이 유니코드를 주장해온 것은 유니코드가 실용화하면 프로그램을 하나만 만들어도 모든 나라의 글자를 쉽게 처리할 수 있어 개발의 원가절감은 물론 어떤 언어권에라도 즉시 수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의 언어장벽을 허물어 세계 각국을 자사의 시장으로 만들겠다는 속셈이 배후에 깔려 있는것이다. 이번 KS규격의 유니코드 전환은 그동안 복잡했던 한글특성 때문에 국내진 출이 어려웠던 외국 대기업은 물론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까지 가세해 범용 소프트웨어와 특수용 소프트웨어 시장뿐만 아니라 틈새(니치)시장에까지 침투할 수 있어 그동안 방어막이 되었던 한글처리기능이 더 이상의 약효를 상실하게 됐음을 의미한다.

물론 급변하는 정보사회에서 한글코드를 유니코드로 전환하는 것은 현실적 인대안이자 우리가 싫든 좋든 따를 수밖에 없는 대세임에는 분명하다. 이제는 외세의 침투를 앞두고도 국력을 낭비해 가며 당파싸움을 한 조선시대의 갈등에 비유되는 조합형과 완성형간의 논쟁에서 벗어나 앞으로 몰려올 막강 한 외국 소프트웨어 업체들에 어떻게 대비할 것이냐의 문제를 가장 시급하게받아들여야 할 때다.

이와 함께 우리 내부적으로도 기존의 애플리케이션과 데이터를 어떻게 변환해 지속적으로 사용할 것이냐의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한다.

지난 87년 정부가 2천3백50자에 국한한 2바이트 완성형을 표준으로 정하면서올해까지 7년간 모든 정부문서를 완성형으로 구축한데다 대부분의 기업체 들도 비치문서를 완성형 코드로 만들었기 때문에 이 유니코드로 바꾸려면 코드변환작업만도 수백억의 비용이 들 것이 뻔하다. 특히 자료들이 각기 다른 형태의 데이터베이스 파일이나 스프레드시트 파일들로 저장되어 있다면 코드 변환작업은 더욱 어려워진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한글코드의 KS규격 제정을 계기로 기존 자료파일의 변환작업을 지원할 수 있는 다각적인 보완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외국업체들의 대한시장 침투를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도록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질적 고도화 대책을 서둘러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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