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시장을 둘러싼 주변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그칠줄 모르는 가격인하경쟁으로 PC가격은 곤두박질 치고 있으며 여기에더해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은 4개월까지 단축됐다. 가장 빨리 제품을 개발해 값싸게 공급해야하는 시장경제원리가 첨단이라고 일컬어지는 컴퓨터분야에도 어김없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유통시장에도 거센 변화의 물결은 일고 있다. 내년 유통시장의 전면개방을 앞두고 시장장악을 노린 외국 유명 PC업체들이 앞다퉈 사업확대에 나서고 있고 아직 한국에 진출하지 않고 있는 업체들은 진출시점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세진의 돌풍으로 인한 유통점의 대형화바람은 컴퓨터 전문 대형양판점의 등장을 가속화시키고 있으며 이제는 종업원없이 물건을 창고에 쌓아놓고 소비자에게 직접 컴퓨터를 판매함으로써 박리다매를 노리는 이른바 창고형 매장의 설립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 PC시장을 둘러싼 주변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음에도 불구 하고 PC사업을 확대하거나 새로 진출하는 기업은 오히려 크게 늘고 있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기도하다.
정보화사회 진입으로 정보화의 핵심인 PC사업의 포기는 곧바로 경쟁에서 뒤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대기업의 PC사업 진출 및 확대를 부추기고 있으며연평균 20%이상씩 급신장하는 PC시장에서 새로 발을 붙이기 위한 중소조립P C업체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올해 국내 PC시장규모는 약 1백5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있다. 내년에는 이보다 30%이상 늘어난 2백만대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한글윈도우95가 지난달 발표되면서 그동안 PC구매를 기피하던 수요자들이 본격적으로 PC구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이에 대응키 위한 PC메이커 들의 판촉전이 가세해 연말 특수가 내년 상반기까지는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기대하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는 신규수요 외에 대체수요가 대량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 돼국내 PC시장은 유례없는 호황을 맞지 않겠느냐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같은 요인 외에 수요의 변화가 국내 PC시장을 확대하는 주요한 원인이 될것으로 예측되기도 한다.
즉 지금까지 기관수요 위주로 성장해오던 PC시장이 내년을 기점으로 일반가정수요가 우위를 점하면서 PC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있다. 국내 PC 수요구조를 보면 이같은 분석은 충분히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 보급된 PC는 약 4백만대 수준. 이중 공공기관 및 기업에 보급 된PC가 전체 보급물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실제일반 가정에 보급된 PC대수는 약 1백20만대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이같은 수치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수를 1천만으로 추정했을 때 PC의 가정 보급률이 약 12%선에 그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미국이 현재 가구당 보급 률이 30%를 훨씬 웃돌고 일본도 25%에 육박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이른바 홈시장으로 불리는 일반가정시장 수요의 급속한 팽창이 손쉽게 예상 된다. PC시장의 급속한 팽창은 PC사업 참여업체들에게는 물러설 수 없는 한판승부를 벌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삼성전자.삼보컴퓨터.LG전자.대우통신.현대전자 등 5대메이커들 외에 유니온컴퓨터.내외반도체 등 중견PC업체, 여기에 외국PC업체까지 크게 3파전 양상을 띠면서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PC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보다 앞선 제품과 마케팅을 전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올 하반기부터 점화된 가격인하경쟁으로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1백 50만원을 넘으면 판매되지 않는다라는 원칙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이같은 원칙을 충실히 지키듯 메이커들은 신제품 출하시부터 마진을 최소화하는 선에서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라이프사이클이 단축되면서 출하 5개월이 지난 제품들은 거의 마진없이 사원판매와 세일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는 것도 이제는 보편화되고 있는현상중의 하나다.
따라서 앞으로의 승부는 누가 가장 먼저 새로운 기능을 채용하고 사용자들 이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채용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주요 메이커들이 PC에 화상전화기능을 채용하는 등의 차별화 전략과 함께 이지(easy) & 엔조이어블(enjoyable) 개념을 적용한 제품개발에 박차 를가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제품으로서는 1백MHz이상 고성능 펜티엄PC가 올 연말부터 대세를 이룰 것으로 보이며 특히 일반가정에서 멀티미디어환경을 구현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PC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은 고성능 펜티엄 PC 주도의 시장환경하에서 사이릭스의 5X86 등 저가 이면서도 고성능 인텔호환칩을 채용한 제품들은 일반가정용 PC에 비해 낮은가격으로 공급되는 공공기관 및 기업체 등 기관수요를 타깃으로 새로운 제품 군을 형성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올 연말까지 판매가 크게 부진한 노트북PC도 제품의 다양화로 수요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그동안 학생 및 회사원 등 특정계층에 한정됐던 수요가 일반 수요로까지 크게 확대돼 올해 10만대 수준에 서내년에는 30만대이상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국내 메이커들 대부분이 치열한 가격경쟁으로 마진을 챙길 수 없는데스크톱 PC보다는 노트북PC 판매확대에 치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대대적인 마케팅에 의한 신규 수요창출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시장에서 가장 큰 변화로는 대형양판점의 등장과 외국 유명PC업체들의 대대적인 공세를 꼽을 수 있다.
국내 컴퓨터유통시장에 일대변혁을 몰고온 세진컴퓨터랜드가 비록 대우통신에 인수됐지만 기업대리점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국내 컴퓨터유통시장에서대형양판점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제2, 제3의 세진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C마트.소프트라인 등 그동안 세진의 공세에 뒷전으로 밀렸던 양판점들이 본격적인 사업확대를 서두르고 있으며 PC라인.아프로만 등 중소양판점 형태 를띠고 있는 전문유통점들도 매장확대를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여 PC유통점의대형화가 새로운 추세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근 컴퓨터사업을 새로 시작했거나 사업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대기 업들이 후발업체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유통업체의 인수 및 제휴를 서두르는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선발업체들을 크게 위협할 것으로 예상된 다. 올 하반기들어 본격화되고 있는 외국PC업체들의 공세는 앞으로 국내 PC업 체들의 입지를 좁힐 것이라는 것도 엄연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의 외국PC업체들의 치열한 공세는 그동안 유독 PC분야에서만 부진을 면치 못했던 IBM이나 HP 등 선발업체들 뿐 아니라 컴팩.팩커드벨.에이서 등 후발업체들도 과거 외국PC업체들이 겪었던 시행착오에서 얻어진 교훈을 바탕으로 이제는 국내업체들과 한번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됐다고 볼수있다. 단순히 완제품을 들여와 판매하는 형태에서 탈피, 한국 내에 조립생산라인 을설치하고 유통망확충 및 AS체제정비와 함께 대대적인 광고를 집행하고 있는것 등도 이같은 맥락에서 찾을 수 있다.
이들 대부분의 외국PC업체들은 현재 연간 1만대 수준의 판매실적을 내년부 터는 3만대이상으로 늘려잡는등 아시아에서 두번째로 큰 한국시장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욕을 강력히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이들 거인들의 공세를 막아야 하는 국내 PC업체들의 대응이 주목되고있으며 국내 기업과 외국PC업체들의 뺏고 뺏기는 공방전은 내년을 기점으 로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그동안 국내PC업체들이 도외시했던 수출부문도 내년부터는 재개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유통시장개방으로 이제 안방을 내준 상태에 서국내 PC업체들로서는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도 대량 생산을 가능케 하는 수출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노트북PC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외국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도 수출 시장을 공략키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점에서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 되는 국산PC수출은 데스크톱보다는 노트북PC가 주도적으로 이끌 것으로 전망 되고 있다.
폭발적인 수요증가, 유통시장개방에 따른 외국PC업체들의 공세, 대형양판 점의 등장, 본격 점화된 가격인하경쟁, 늘어만가는 신규참여업체.
그동안 별다른 변화없이 제몫을 챙겨왔던 국내 PC업체들에게 이같은 주변환경의 변화는 혹독한 시련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은 다른 한편으로 국내 PC산업으로 하여금 체질개선을 서두르게해 세계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도 부여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양승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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