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통신 세진컴퓨터 인수" 업계 시각

대우통신이 세진컴퓨터랜드를 인수함에 따라 국내 컴퓨터시장에 적지않은파문이 일고 있다.

컴퓨터사업을 전개해오면서 경쟁사들에 비해 유통망이 크게 취약해 사업을 확대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던 대우통신과 비록 전국적인 유통망을 확보하고 는 있지만 자금난에 시달려 그동안 끊임없는 부도설에 시달려왔던 세진의 결합은 양사에는 서로의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최적의 선택이었다는 점에서양사의 결합이 국내 컴퓨터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산에 근거를 둔 세진은 지난 5월 서울에 본격 입성한 이후 전국에 12개 대형매장을 개설하면서 컴퓨터유통전문업체는 물론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등국내 유수의 컴퓨터업체들을 긴장시키며 그야말로 이 분야에서 풍운아로 떠올랐던 게 사실이다.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 등 국내 주요 업체들이 이번 대우의 세진 인수를 우려섞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세진의 저력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사실 대우통신은 세진의 이같은 위세속에 일반 가정시장을 대상으로한 영업은 상당부분 세진의 유통망에 의존해왔다. 그 결과 지금까지 세진에 제품 을공급하고 대금을 받지 못한 금액만 무려 3백억원을 웃도는 수준에 이르렀고이로인해 대우통신 PC영업은 일방적으로 세진에 끌려왔다고 업계관계자들 은이야기한다. 결국 이번 대우통신의 세진 인수는 자금압박으로 부도의 곤경에 처해 있는세진이 무너질 경우 컴퓨터사업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되는 대우통신으로서는 유일한 선택이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다.

따라서 세진을 인수한 대우통신의 앞으로의 사업전개방향이 컴퓨터업계의 최대 이슈로 떠오를 것은 분명하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대우통신의 세진운영방안이 크게 세가지 시나리오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중 하나의 시나리오는 지난 22일 대우통신이 공식발표한 것처럼 세진의 경영진이 그대로 경영하되 대우통신은 단지 자금부문만 관리하는 방법이며또한가지는 대우전자에서 하이마트를 운영하는 것처럼 별도의 독자유통법인 으로 운영하는 방법이다. 마지막은 대우통신이 세진을 그대로 흡수해 하나의대형대리점으로 운영하는 방법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세가지 방법 모두 대우통신이 컴퓨터사업을 정상궤도에 올려 놓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엄청난 부채를 짊어지고 세진을 인수 한데 따른 출혈을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우선 가전분야의 하이마트와 같이 별도의 유통법인으로 운영할 경우 하이 마트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공산이 크며 또 가전에 비해 전문성이 요구되는 컴퓨터에서는 더욱 적자폭이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만일 대우통신의 대형직영점으로 몰고갔을 경우 그동안 한달에 40억원이라 는광고비를 쓰며 구축해왔던 세진의 이미지를 송두리째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대우통신으로서는 쉽게 선택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대우통신으로서는 공식발표대로 당분간 현재의 체제를 갖고 갈 수밖에 없으나 지금까지 세진의 이미지가 엄청난 광고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세진의 역할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보다 더 많은 광고 를집행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대우통신이 세진 인수라는 엄청난 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발표를 하지 않고 합의문에 서명했다는 것 이외에 더이상의 발표를 자제하고 있는 것에대해서도 주위에서는 의아해하고 있다.

관련업계는 대우그룹이 최근 정국을 강타하고 있는 비자금 파문의 한 가운 데에 놓여 있는데 그 원인을 찾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세진 인수가 대우에 이득을 가져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대우컴퓨터사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암초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리고 있다.

얼마전까지 현대전자는 세진을 인수키 위해 관계자들간 대책회의를 여는등다각적인 인수대책을 논의해왔다. 현대전자의 한 관계자는 세진을 포기한 데대해 "이득보다는 손해가 더 많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비록 대우통신측은 완강히 부인하고 있지만 이번 인수와 관련해 대우통신 의담당임원 경질설이 컴퓨터유통상가에서 꼬리를 물고 나돌고 있는 것도 이같은 분석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컴퓨터유통조직이 일반기업의 조직과는 달리 주위환경변화에 발빠 르게 대응해 가는 것이 생존의 제일원칙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대우통신의 거대한 경영방식 접목시 세진의 신화가 계속 유지될지도 의문이다.

결론적으로 대우통신의 세진 인수는 연말 국내 컴퓨터업계를 강타한 큰 뉴스가 됐던 것은 사실이지만 업계전문가들이 분석하고 있는 "대우통신의 세진 인수는 거의 악수에 가깝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 비중만큼 국내 컴퓨터업계 를 재편하는 것과 같은 지각변동은 없을 것으로 진단돼 주목된다.

<양승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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