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반도체협정 연장놓고 대립

미.일반도체협정이 양국간 통상마찰의 불씨로 또 다시 떠오르고 있다. 내년7월로 시효가 만료되는 이 협정의 연장 여부를 놓고 미국과 일본 양국의 정부 및 관련업계가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놓고 이미 하시모토 류타로(교본용태랑) 일본 통산장관과 미키 캔터 미통상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달 하순 영국에서 한차례 탐색전을 벌였다. 결과는 미국의 "연장요구"에 일본이 "반대"의사를 밝히는 정도였다.

이달1일에는 미반도체공업회(SIA)가 "연장요망"의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다음날 일본전자기계공업회(EIAJ)는 즉각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지난 8일 캔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하시모토 장관과의 회담에서 양국간 협정의 연장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 문제는 오는15일부터 오사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때 하시모토 장관과 캔터 대표간의 각료회담에서 협의될 것으로 보인다. 86년 처음 체결된 후 91년에 다시 5년간 연장된 미.일반도체협정의 갱신문제가 재차 양국간 통상협상의 주요 의제로 떠오른 것이다. 그러나 오사카 APEC 정상회 담때 예정된 하시모토 장관과 캔터 대표와의 회담에서도 이 문제는 진전될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우선 그간 이 협정을 통해 적지않은 재미를 본 미반도체업계가 내년 가을의 대통령선거를 빌미로 정부에 "연장"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높기때문이다. 물론 일본 정부도 자국 업계의 이익에 충실, 버틸 수 있는 데까지는 버틸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반도체협정의 연장문제는 또 양국간의 정치문제로 발전될 가능성이 짙다.

본래 반도체협정은 미국제품의 일본시장내 판매확대와 미국시장내 일본제품의 덤핑방지라는 두가지 목적을 달성키 위해 체결됐다. 그러나 협정에 명시된 외국 반도체의 일본시장점유율 20%라는 기대치는 이미 달성됐으며 덤핑문제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최근 양국 반도체기업 사이에서는 합작이나 신제품 공동개발이 활발히 전개되는 등 상호의존관계가 두드러지고있다. 이 때문에 일본측은 "정부간의 결정은 역사적인 사명을 다했다"며 협정의 용도폐기를 주장한다.

사실 이 협정으로 일본은 여러차례 곤욕을 치뤘다. 지난 87년에는 협정을 불이행했다는 이유로 미 통상법 301조에 근거한 대일제재를 받았다. 또 91년 갱신된 협정에서는 "기대치"로 명시된 "점유율 20%"라는 숫자가 시간이 흐르면서 "목표치"로 변질, 목표가 달성되지 않을 때마다 제재를 받았다.

특히 이 숫자는 이후 미국이 자동차등의 양국통상협상에서 "수치목표"를 요구하는 관행의 도화선이 됐다. 때문에 일본 정부내에서는 "미국의 제재를 유발하는 반도체협정은 2국간 협정의 나쁜 사례"라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반대의 이유로 미국측은 "반도체협정은 모범적인 미.일통상협정"이라고 호평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통상면에서도 일본에 압력을 가하는 지렛대로 서 이 협정을 연장, 존속시켜 나갈 것이 분명하다.

협정 연장에 대해 현재 양국은 대립하고 있다. 지난달 영국의 각료회담과 업계의 입장표명에서 이미 입증됐다.

그리고 이번 APEC 정상회담때의 하시모토 캔터간 회담에서도 견해차이가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협상의 타결로 안정을 되찾은 미.일 통상관계에 또 다시 파란이 일고 있다. <신기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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