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하나뿐인 지구를 보호하자 "그린정보화"사회 (9)

오늘날의 환경문제는 산업혁명을 거쳐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로 환경오염현상이 심각해지면서부터 부각되기 시작했다.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부각시킨 대표적 사건은 1952년 12월에 발생한 런던 스모그현상과 비슷한 시기 일본 구마모토현에서 일어난 집단 수은중독증 발병이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산업 화가 원인이라는 점이다. 영국의 스모그현상은 산업체들이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 석탄을 동력원으로 사용한 결과 나타난 것이며, 일본의 수은중독증 발병도 질소비료회사의 공장폐수에 의해 발생했다.

기업체들이 환경문제를 유발시킨 사례는 이후에도 수없이 많았다. 전자산업과 관련한 사건으로는 지난 82년 미국 페어차일드사가 지하탱크에서 유독 성물질을 유출시켜 주위의 토양과 식수를 오염시킨 것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91년 구미공단에 소재한 두산전자가 전자제품의 기초소재인 페놀을 낙동강에 방류、 오염시킨 사건을 꼽을 수 있다.

국내 산업계는 지금까지 경제성장을 위해 환경을 도외시해온 게 사실이다.

경제성장을최우선 과제로 설정한 만큼 기술개발과 생산성향상에만 주력해왔을 뿐 환경보호 개념이 희박했다. 환경설비 투자 및 환경기술의 개발에는 더구나 관심을 갖지 않았다. 오히려 경제성장을 위해 환경은 어쩔 수 없이 희생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취급했다.

최근 이같은 기업들의 환경관이 바뀌고 있다. 환경보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면서 기업들의 환경보호 책임이 강조되고, 특히 국제적으로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국내외적으로 기업들에게 환경경 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적 구속력을 갖는 국제환경협약들은 1980년대 중반이후 지구환경보호 에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고조되면서 조인되기 시작했다. GATT체제 하에서도자유무역의 예외를 규정한 제20조에 환경보호를 근거로 일부 무역제한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 제한의 정도가 미약하고 불완전해 무역제한의 정당성을 둘러싸고 국제분쟁이 자주 발생했다.

기업의 경영활동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국제환경협약은 오존층 파괴 물질인 염화불화탄소(CFC)의 사용을 규제하는 협약과 유해폐기물의 국가간 이동에 관한 협약、 지구 온난화가스 방출량을 규제하는 기후변화협약 등이다. 이 중 CFC 사용규제협약으로는 85년에 체결된 비엔나협약과 87년 채택된 몬트리올 의정서가 있다.

비엔나협약은 선언적인 반면 몬트리올 의정서는 실질적인 규제협약으로, 주요내용을 보면 CFC사용을 85년 기준으로 95년까지 50%로、 97년까지는 15 %로 줄이고 2000년에는 전면 규제(미국은 95년이후 전면규제 추진중)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특히 이 의정서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에 대해서는 그 나라관련제품에 대해 무역규제를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유해폐기물의 국가간 이동에 관한 협약은 89년 3월 체결된 바젤협약이며 이산화탄소 방출규제에 관한 협약은 92년 6월 리우에서 채택된 기후변화협약이다. 기후변화협약은 현재 이산화탄소 방출 억제와 같은 구속적인 의무를 부과하지 않고 있으나, 앞으로는 의정서 협상을 통해 탄소세 부과와 같은 경제적 규제수단을 모든 국가가 도입하도록 하고 이러한 협약의무를 불이행하는국가에 대해서는 무역 규제를 가하는 상황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올초 공식 출범한 세계무역기구(WTO)도 4월부터 "무역과 환경 위원회"를 본격 가동하고 있다. 이 위원회에서 다룰 주요 의제는 환경목적을 위한 무역 조치의 사용、 무역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환경조치、 환경부과금.환경세.환 경관련 조치 및 무역조치의 투명성 의무、 분쟁해결 절차 등이다.

WTO는 다자간 협의로 결정하는 GATT와 달리 회원국의 다수결 원칙으로 의사를 결정하지만, 다자간협상에 대해서도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무역과 환경문제를 다룰 그린라운드(GR)도 그중 하나다. 물론 이 문제의 핵심은 기술 문제다. 특히 선진국을 중심으로 환경보호라는 명목하에 자국의 발전된 기술 을무역규제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GR에서예상되는 규제조치는 자동차 배기가스기준、 가전제품의 에너지효율기준 등 제품에 대한 환경기술 규정 및 그 인증절차에 의한 무역장벽、 환경 상계관 세제도 시행、 환경 위해 제품 및 성분의 사용규제、 국제환경협약에 의한 무역규제 등이다.

특히 지구의 환경보전을 위해 제품 자체뿐 아니라 "생산 공정 및 방법"(PP Ms)까지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산업공정 중에서 국제적으로 오염 공정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부터 규제하기 때문에 기업들의 대비가 필요하다.

국제규격제도를 통해 물자 및 서비스의 무역을 쉽게 하자는 목적으로 발족 된ISO도 지구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ISO는 국제환경경영 규격이 라고 하는 ISO14000을 내년 7월부터 시행할 예정인데, 현재 제207 기술전문 위원회(TC207)를 중심으로 만들고 있다. 이 국제환경규격은 기업의 환경관리 체제와 능력을 심사.인증해 주는 제도로, 품질보증체제인 ISO9000처럼 앞으로국제적인 환경보증규격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ISO14000의 개념이 도입된 배경은 기업의 생산활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을사전에 평가해 환경오염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예방하고자 하는 데서 찾을수있다. 즉 비용이 많이 들고 효율이 낮은 사후관리보다는 계획단계에서부터 오염물질의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게 시스템적 접근을 해보자는 것이다. 이같이 국제적으로 취해지고 있는 환경보호 유형은 기업은 물론 국가간 커다란 무역장벽 요소로 대두되고 있다. 이것은 기업의 수출여건이 그만큼 어려워짐에 따라 적극적인 대처가 요구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CFC사용 규제로 전기.전자.반도체.자동차 등 관련업체 1천5백개사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보이며 바젤협약도 철강.제지.화학 업계의 원료조달에 큰 어려움을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기후변화협약은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규제하는것으로에너지를 이용하는 모든 업계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ISO14000도 WTO 체제 내에서 논의 예정인 환경관련 의제들의 환경친화도 정도를 판단할 수있는 실질적인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환경을 이유로 내세우는 무역장벽은 일반적인 무역규제나 국제경쟁력 의약화라는 차원과 달라 문제가 보다 심각하다. 즉 상품경쟁력이 약화될 경우수출이 감소하는 것으로 그치지만 환경장벽을 극복하지 못하면 수출이 완전히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체는 전사적인 차원에서 환경문제 에적극 대처해야 하며 환경문제에의 대처 여부는 기업의 사활과도 직결되어 있다는 점을 빨리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은 환경문제에 대해 비경제적인 경영활동이라는 부정적 이고 수동적인 자세를 버리고 적극적인 대처가 기업경영에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준다는 진취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특히 기업이 환경경영체제 를구축할 경우 앞으로 국제무역 거래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전망된다. 이는 기업이 국제적으로 공인된 인증기관으로부터 환경이미지를 투명하게 보장받게 되면 결국 기업의 경쟁력 향상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이 자율의사에 의해 환경 오염물질을 사전관리하게 되면 비용면에서 절약할 수 있는 기회를 함께 제공받을 수도 있다.

기업경영에 있어 그린화는 환경친화적으로뿐만 아니라 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하도록 경영하는 역동적이면서도 점진적인 발전과정을 의미한다. 그러나 기업의 그린화와 산업의 그린화는 본질적인 면에서 차이가 난다. 기업의 그 린화는 환경경영을 의미하는 반면 산업의 그린화는 산업구조를 청정기술 위주로 재조정하는 기술경영을 뜻한다.

국가경영전략연구소가 올초 갤럽과 합동으로 우리나라 소비자 1천5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소비자의 환경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경제개발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환경보전이 우선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88.5%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또 "환경이 개선된다면 당신은 제품가격이 비싸지는 것을감수할 용의가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86.1%가 긍정적이었다.

기업들은 이같은 고객의 의식전환을 만족시키기 위해 녹색시장전략 그린마케팅 을 선택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기존의 과소비.과포장에 초점을 두고 마케팅전략을 전개했던 기업들이 이제는 이를 과감히 수정하고 있다. 환경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다.

그린마케팅의 예를 들어보면 환경친화적 포장사용、 환경친화적 원자재의 사용、 폐기단계 제품에 대한 책임 등을 들 수 있다. 이같은 녹색시장전략을 녹색 소비자운동이 일어나기 전부터 추구해온 기업도 일부 있다. 그린컴퓨터.그린에어컨 등 환경보전.자연과의 조화.생생함을 의미하는 "그린"의 의미 가변색할 정도로 상품명에 "그린"이란 말이 애용되고 있다.

환경보전을 위해서는 모든 국민의 참여가 요구되지만、 특별히 기업경영자 의책임의식이 요구된다. 기업이 환경보전을 선도적으로 실천해 나가기 위해서는 기업내에 "환경대책실"을 설치、 환경을 우선하는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시키고 기업과 환경보호단체와의 협력을 증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통해 시민과 같이하는 기업정신을 발휘하여 기업환경주의를 정착시켜야 한다. 지금까지 국내기업의 기업환경주의를 보면 최고경영자의 유행적인 지시에 따라 기업환경위원회를 두는 등 환경경영시스템을 도입하려는 단계에 와 있는정도이다. 기업에게는 익숙한 품질관리(TQM)시스템인 ISO9000 시리즈의 연 장선상에서 TQEM이 ISO14000 시리즈로 기업내에 소개되기 시작하였다. 대기 업들은 환경경영시스템 등 환경경영을 통해 기업환경주의를 표방하고 나섰으나중소기업에까지 파급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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