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컴퓨터가 영업 및 서비스부문을 (주)한컴서비스로、 출판부문을 (주)한컴프레스로 각각 독립시키고 본사는 개발 업무 위주로 개편하는 것을골자로 하는 조직 경량화를 시도하고 나섰다. 이번 결정에 따라 한글과컴퓨터는창업5년 만에 전체 직원가운데 40%정도를 계열사로 떠나 보내는 대수술 을 단행하게 되는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회사를 지향하고 있는 한글과컴퓨터에 조직의 역동성과 효율성을 제고시켜줄 수도 있는 이런 시도는 매우 바람직한 것처럼보인다. 그러나 한글과컴퓨터의 이번 시도는 조직팽창 위주였던 이 회사의 기업전략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만만치않다. 업계는 또 이번 조직경량 화가 몰고올 파장에 대해 벌써부터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지금까지이회사가 구사해온 전략은 몇가지 측면에서 많은 우려를 낳았던 것이 사실이다. 먼저 급격한 조직팽창 전략을 들수 있다. 조직팽창은 이에 합당한 매출증가가 따라야 기업 안정을 꾀할수 있는데 한글과컴퓨터는 전혀 그렇지못했다.
한글과컴퓨터의 조사에 따르면 도스용 "한글2.1"이 발표된 93년의 경우 92 년과 비교해서 직원은 2.5배 증가한 반면 매출은 4.5배이상 증가했다. 그러나94년은 직원은 76%나 증가한 반면 매출액 증가는 47%에 그치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95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는 한글과컴퓨터가 93년에 얻은 자심감을 토대로 94년부터 95년초까지기업매수 등을 통한 조직확장에 열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 때 나라소프트、 한마이크로시스템즈、 안철수연구소 등 10여개 회사를 인수했거나 투자했다.
또한컴플러스라는 자회사를 설립、 프린터시장에 진출했고 미국지사인 한컴USA를 설립했다.
한글과컴퓨터의 이같은 조직확장은 이른바 세계적인 종합정보통신회사를꿈꾸는 "한컴비전2000"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것으로 지난 2월에는 MS의 조직 도를 참고하여 시스템SW、 응용SW、 정보통신、 오피스웨어、 홈웨어 등 5대 사업부문과 영업.지원부문 등으로 조직을 확대 개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때부터 주매출원이었던 "한글2.x"의 인기는 윈도 열풍에 밀려 퇴조 기미를 보였다. 또 제품출시가 늦은 것을 극복하기 위해 32비트용으로 급선회하면서 정면돌파를 시도했던 윈도용 "한글3.0"은 기술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지는데다 "훈민정음" 등 선발제품에 밀리는 등 크게 고전했다.
한글과컴퓨터의 제품전략은 이때부터 뒤죽박죽 되었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 가바로 다국적 기업 로터스와 제휴、 통합슈트 "한글오피스"의 출시였다. 윈 도용 "한글3.0"과 "로터스1.2.3" 등 이질적인 제품을 인위적으로 결합、 국면전환을 시도한 이 전략은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그 결과는 이 회사를다시 도스환경으로 회귀토록했고 8월에 출시된 도스용 한글3.0 은 물량공세에 힘입어 약간의 숨통을 트여주기는 했으나 "윈도95" 의 발표로 주춤거렸고지난 25일 윈도용 "한글3.0b"를 발표하기에 이른 것이다. 기업이미지 전략에서도 한글과컴퓨터는 중심점이 없었다. "신토불이"를 주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로터스의 제품을 묶어판다거나 IBM의 지분을 끌어들이는 돌출적(?)행동을 병행해왔던 것이다. 이같은 이중플레이는 전성기때인93년을 전후해 끌어들인 수십만명 이상의 열성파 "한글" 고객과 여론의 이탈을 불렀다.
대언론 홍보방식도 한몫을 거들었다. 기본적인 기업전략이나 이미지의 틀에서 보도자료 등의 수위나 방향을 조절했어야 했는데 매번 원칙없이 한건터트리기 에 급급、 고객뿐 아니라 조직내부에서조차 갈피를 못잡게하는 등 내분의 소지를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사실은 한글과컴퓨터에 내부적으로 현실론과 이상론이 현격한 차이 를두고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여겨지고 있다. 바로 이런 것들이조직의 통제를 어렵게 하고 나아가서는 기업 역량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되고있다는 분석이다.
한글과컴퓨터의 이번 조직개편은 따라서 내부적으로 현실론과 이상론을 극복하면서 군살까지 도려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소프트웨어업계는이번 한글과컴퓨터의 결정이 표피적으로 이 회사가 올초 도입한 사업부제의 수정에 불과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소프트웨어회사의 성장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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