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디자인도 경쟁력이다 국내전자산업 현황과 대책 (하)

국산 전기전자제품은 디자인 부문에서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대만 홍콩 등 주요 경쟁국 제품에 비해서도 여전히 한수 아래로 평가받고있다. 특히 디자인의 독창성、 형태나 색상의 심미성、 제품마무리 측면은 품질 및기능상의 경쟁력에 비해 훨씬 낙후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포장디자인에서도 선진국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포장디자인은 환경보호측면과 물류합리화 차원에서 소재개발 설계기술확보에 보다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할부분이다. 이러한 결과는 산업디자인에는 예술、 엔지니어링、 마케팅분야 등 복합 역량이 반영되기 때문에 선진국을 따라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입증해준다. 또 한디자이너를 육성 배출하는 사회문화적 환경과 전통、 디자이너의 역할 인식등 디자인 경쟁력의 잠재 요소를 개선하지 않는 한 쉽게 개선되기를 기대 하기 어려운 부분들이다.

90년대는 멀티미디어로 대변되는 첨단정보기기의 본격적인 출현과 산업디자인을 국가경쟁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선진국의 움직임이 드러나면서 이제 겨우 디자인 자립기반을 마련한 국내 전자산업계에 숨돌릴 틈조차 주지 않고 있다.

차세대 가전、 정보통신기기를 집약하는 멀티미디어는 생활패턴의 근본적 인변화를 야기하면서 디자인에 새로운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멀티미디어와 관련된 디자인은 디자인의 차원을 보이지 않고 만질 수도 없는 영역、 즉 전문가들이 언급하는 "블랙박스 열기"、 "소프트웨어디자인"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창출해 내고 있다.

전자4사는 모두 종합연구소、 디자인실에 멀티미디어 전담팀과 교육프로그램등을 경쟁적으로 마련하고 차세대 디자인에 자사의 독창적인 기업이미지를 담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90년대 들어서는 이러한 기술환경의 변화와 함께 국내뿐 아니라 국가간에 도디자인과 관련된 마찰이 통상문제를 야기시킬만큼 심각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또한 유럽연합 등 선진국들은 지적재산권의 영역을 산업디자인으로까지 확대 적용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91년 유럽연합은 막스프랭크연구소가 중심이 되어 "공동체 디자인 초안 을 제시했고 91년에는 "통일디자인보호안"을、 급기야 93년에는 유럽통일의장법 을 제정하고 올해는 유럽특허청을 개설했다. 이러한 일련의 제도는 역내국가의 디자인을 무단 표절하거나 모방하는 국가에 대해 강력한 제재수 단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GR(그린라운드)와 관련한 유럽연합은 포장재의 소재와 총량에 대한 규제를 환경보호라는 차원에서 이미 국가단위로 시행하여 한국 등 수출국에 대한 간접적인 견제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국내외의 제도적、 기술적 환경변화속에서 디자인경쟁력과 관련한 국내 전자업계의 고민은 크게 두가지로 집약되고 있다.

첫째는 선진국의 교과서를 베끼는 단계에서는 벗어났으나 과연 순수 고유디자인을 어떻게 규정하고 독자적인 이미지를 구축할 것인가이다. 이는 전자 산업뿐 아니라 여타 국내산업계 전분야 해당되는 것으로 한국적 디자인 개념 정립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동시에 디자인라운드(DR) 등 배타적인 산업디자인보호 물결속에서 해외 소비자들의 손길을 유혹할 수 있는 현지화된 디자인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하는 문제이다.

이미 전자산업의 일부 품목은 수출물량이 내수를 앞서고 있으며 선진국의 보호장벽강화로 현지생산 필요성은 더욱더 강하게 요청되고 있다.

날로 높아지는 DR의 파도속에서 한국의 전자업계는 "한국적 디자인 창출" 과"디자인의 세계화"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하는 벅찬 상황에 맞닥뜨렸다. <유형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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