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선다변화 누굴 위한 제도인가-"LBP 예외수입" 불만 증폭

정부의 수입선다변화 정책이 표류하고 있다. 국내 산업을 보호한다는 취지 로시행되고 있는 수입선다변화가 오히려 국내 업체들을 당혹스럽게 만든다는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현재 수입선다변화 품목으로 지정돼 있는 A4크기 레이저프린터(LBP)와 관련해 지난 5일 휴렛패커드(HP)사의 제품이 예외조항으로 수입이 허용됨에 따 라관련업계의 이같은 불만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HP의 LBP수입 허가과정을 지켜본 업체들의 가장 큰 불만은 정부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점.

"예외 없는 규칙은 없다"고 하지만 일 처리방식이 임시방편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게 공통적인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한.미간 통상회담에서 이미 결정된 사항이었다면 최소한 지난6월 수입선다변화 해제품목 검토시 이를 염두에 두었어야 했다"는 반응이다.

게다가 수입선다변화는 고수하되 몇개 업체에만 예외를 인정한 것은 형평 성에 맞지 않을 뿐더러 정책 자체에 대한 불신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 하고 있다.

엔진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도 "품질로 경쟁해야 한다"는 원론에는 동의하지만 이번 일은 너무나도 의외라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이번 HP의 LBP수입건은 수입선다변화가 해제됐던 상황보다도 더 당혹스럽다는 것이 이들 엔진제조업체의 표현이다.

삼성전자 프린터 영업부의 이성규부장은 "정책입안자라면 최소한 소신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 점 외에 정책을 결정하는 정부기관의 시장상황 파악도 너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있다.

LBP엔진의 경우 일본 업체가 전세계를 장악하고 있다고는 하나 캐논엔진을 채용하는 HP의 경우 세계 시장에서 1위를 달리는 업체라 국내업체에 타격이 크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HP를 허용하는 것이 일본 업체들을 허용하는 것보다 피해가 적다"는 정부 관계자의 말이 전혀 설득력을 지니지 않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LBP업체들은 이같은 일에 처했을 때 마땅히 하소연할 곳이 없다는점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한.미간 통상마찰과 관련해 이미 결정된 사항을 통보받는 식으로 일이 처리된데다 수입선다변화 주관기관인 통상산업부 마저 어쩔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한국HP나 통상산업부 모두 문제의 근원을 "미국측의 의지"였다는 식으로 표현할 뿐 다른 대안이 없다는 반응을 보여 국내업계는 책임회피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고 털어놓고 있다.

LBP업체들은 실무자들조차 힘없이 처리하는 일이라면 수입선다변화 자체에 얼마만한 무게가 실려 있는 것이냐고 반문하고 있다. 경쟁사회에서 업체들로 서는 시장논리에 따라 최고의 제품으로 고객에게 평가받는 것이 가장 중요한당면과제이겠지만 표류하는 듯한 정부시책에 발을 맞추는 일이 쉽지 않음을강조하고 있다.

시장상황 못지 않게 변수가 많은 정부시책을 따르기에는 숨이 차다고 하소연하고 있는 것이다. <김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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