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추월하라." 70년대 중반 컴퓨터분야 거인 미국 IBM을 겨냥, 일본에서 산.관협동의 "초 대규모집적회로(LSI)프로젝트"가 추진되면서 나온 말이다. 당시 통산성 주도아래 NEC.미쓰비시전기.후지쯔.도시바 등 대형 전자업체들은 상호협력체제를 구축, 1MB급 차세대LSI를 목표로 공동개발을 추진했다. 이를 계기로 일본의 반도체 제조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지금 일본반도체업계에서는 초LSI 프로젝트와 같은대형 공동프로젝트가 다시 추진되고 있다. 그것은 차세대 대구경 실리콘웨 이퍼로 예상되는 12인치 웨이퍼의 개발.
이번에도 목표는 미국이다. 20년 전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
현재 일본반도체업체들이 전세계에서 건설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는 반도체 양산라인은 8인치 웨이퍼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90년대 초의 소극적 인설비투자로 8인치 웨이퍼에서 약간 뒤처져있지만 최근의 반도체호황을 배경으로 투자에 적극 나서 이제는 본격적인 8인치 웨이퍼시대를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반도체업계가 일찌감치 12인치웨이퍼 대응체제에 나서려는 것은 미국이 대구경의 실용화를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궁극적 으로는 차세대 반도체시장의 선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88년 미국방부가 설립한 반도체 제조장비 공동개발기구인 세마테크를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대구경웨이퍼의 실용화를 겨냥한 기술개발 이 본격화되고 있다. 오는 99년이나 2000년경 실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사실 웨이퍼의 대구경화에 따른 효과는 크다. 우선 크기가 커지면 그 만큼 웨이퍼 한장에서 나오는 반도체칩은 더 많아진다. 물론 대구경화에 따른 라인당 투자액이 높아지지만 전체 제조단가를 따지면 역시 비용이 낮아진다.
칩의 크기가 커지는 것에 비례해 대구경화의 이점도 커진다. 둥근 웨이퍼 에서 4각의 칩을 만들기 때문에 당연 대구경일수록 버리는 부분은 줄어든다.
마이크로프로세서유니트(MPU)등칩 크기가 큰 로직IC를 주로 생산하는 미국 업체들이 대구경화에 집착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같은 이점 때문에 미국업계는 대구경웨이퍼의 실용화 시기를 당초계획보다앞당길 의도도 갖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제네바에서 열린 "웨이퍼 서미트 에서 모토롤러를 비롯한 일부 미국업체들은 "98년부터 양산 개시"라며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업계의 서두르는 움직임에 일본업계는 바싹 긴장하며 대응책 마련에분주하다. 여기에서 나온 것이 12인치 웨이퍼에 대응하는 차세대 반도체 제조장비의 공동개발안이다.
이의 추진모체는 반도체산업연구소. 이 연구소는 지난해 4월 반도체기술발전및 산업활성화를 위해 10개 업체들이 공동투자해 설립한 싱크탱크. 이를중심으로 한 공동프로젝트 추진준비위원회는 "대구경의 실용화시기인 99년 내지 2000년에서 역산하면 올 가을에라도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야 한다"며 공동개발관련 구체안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현재 검토되고 있는 안은 각 반도체 업체가 공동출자해 주식회사를 세우고그곳에서 차세대 반도체 제조장비의 성능과 신뢰성을 공동평가하는 것.
이와 관련, 오미야 준비위원장은 "이 경우도 평가용 라인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기에는 시일이 촉박하므로 기존설비를 활용해야 한다. 이때 어떤 업체의 설비를 사용할 것인가 등 적지않은 문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가지 상황을 신중히 고려, 현실성있는 계획안을 세우겠다"며 프로젝트의 진행이 순조롭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미국업계의 움직임에 대응해 경쟁업체들이 손을잡는 것은 현실적으로 개발경비의 부담 때문이다. 오미야 준비위원장은 "결 정성장기술에서 제조장비의 평가까지 대략 5백억~1천억엔의 개발비가 들 것" 이라고 말한다. 한 업체가 감당하기에는 벅찬 금액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참여업체들간에 개발비 분담등에서 이견이 생기는 등 방법론에서 흔들리고 있다. 한 관계자는 "하위업체에서는 자신들이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또 상위업체에서도 국내 경쟁업체에 기술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정도라면 독자적 개발이나 미.유럽기업과의 공동개발 쪽이 훨씬 더 유리하다는 반응"이라며 현사정을 밝힌다.
반도체 제조장비업체와의 관계도 미묘하다. 최근 사단법인이 된 일본반도체제조장비협회는 "세마테크처럼 제조장비업체에도 개발비가 유입되는 구조 가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이에 대해 반도체업체는 "제조장비를 공동평가하는것만으로도 제조장비업체에는 큰 이득"이라며 견제한다.
보조금 등 정부의 재정지원문제도 미국의 압력 때문에 초LSI 국가프로젝트 당시처럼 간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속에서 태동한 이번 공동프로젝트의 향배에 귀추가 주목된다.
〈신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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