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 호황" 자만은 금물

반도체 경기가 식을 줄 모르고 호황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자칫 들뜨고 나태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본을 비롯한 기존경쟁국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고 대만을 비롯한 후발 반도체 생산국들의 추격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반도체의 주요 재료인 실리콘 웨 이퍼와 생산장비를 비롯한 주변산업의 동향도 심상치 않다.

반도체 메모리는 주 수요처인 PC의 멀티미디어화가 급진전되고 대용량 메 모리를 요구하는 화상처리 관련 프로그램 및 게임의 보급이 확대됨에 따라 수년째 수요가 크게 늘어왔다. 특히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새로운 PC운용체계인 윈도즈95를 정식 발매하기 시작함으로써 PC의 메모리 요구량은 한층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윈도즈95의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8M이상의 메인메모리가 필요하며 이상적으로 사용하려면 16M 정도의 메모리 가필요하다는 것이 정설로 돼 있다.

통상 현재 국내에 보급돼 있는 PC의 메모리는 아직 8M가 주류를 이루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 PC사용자들의 잠재수요를 생각하면 언뜻 헤아려 도메모리 수요 증가분은 엄청난 물량이 된다. 때문에 반도체업계와 시장조사 기관들은 D램 경기가 향후 수년동안 호황을 누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호경기가 지속된다는 것은 국내업체들에게 좋은 기회임에 틀림없지만 대만을 비롯한 후발 메모리업체들에게는 더욱 더좋은 기회가 된다. 수급균형이 잡혀 있을 때는 후발업체들이 시장에 발을 들여놓기가 힘들지만 지금과 같은 공급부족 상황에서는 한층 시장진입이 쉽고 투자회수 기간도 짧아지는 등 여력비축이 용이해 선발업체들과의 경쟁 환경 이 호전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고속의 화상처리를 요구하는 프로그램들의 보급이 일반화되면서 현재 PC 주기억장치로 사용되는 D램의 한계를 지적하는 소리들도 적지 않게들리고 있어 화상처리에 주안점을 둔 새로운 메모리 반도체가 등장해 현재의D램 영역을 잠식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 결코 기존 제품을 앞세운 현재의 세확장에 만족할 수만은 없는 분위기다.

기존 D램시장에서조차 경쟁국들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90년대 초반 D램의 주력이 1MD램에서 4MD램으로 넘어갈 때 공급과잉 우려와 시장확대 등에 대한 판단착오로 적기투자가 지연돼 국내업체들에게 엄청난 시장을 빼앗겼던 일본업체들이 최근들어 생산확대를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서고있다. 특히 아시아지역과 함께 국내업체들의 양대 시장인 미국에 대한 일본업체들의 최근의 투자 규모를 보면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반면에 미국 반도체시장에서 일본과 치열한 점유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업체들은 아직까지 현지에 하나의 생산공장도 갖고 있지 않다. "시장이 있는 곳에서 생산한 다"는 대기업들의 세계화 구호가 D램의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에는 아직 적용 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물론 기업들로서도 여러가지 이유를댈 수 있겠지만결과적으로 미국내 생산을 대폭 확대해 가는 일본업체들이 장기적으로 프리미엄을 갖게 되리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후발 대만업체들도 최근들어 4MD램에 이어 16MD램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채비를 차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심지어는 중국이 4MD램을 출하 한다는 외신 보도까지 있다. 과거 우리가 일본업체들의 아성을 잠식해 들어갔듯 국내업체들이 확보한 시장 패권에 대한 후발국가들의 도전 역시 갈수록커지고 있는 것이다.

웨이퍼를 비롯한 반도체 재료 수급 상황도 심상치 않다. 반도체업체들의 경쟁적인 생산능력 확대로 웨이퍼 수급상황이 갈수록 빠듯해지고 있으며 올 연말부터는 웨이퍼 공급이 달리기 시작、 내년 중반부터는 본격적인 구득난을겪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본 미국 한국 등 세계 유력 웨이 퍼공급업체들이 최대한 증설에 나선다 해도 96년쯤에는 수요대비 10~20%의 웨이퍼 공급부족사태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호황의 이면에 이같은 불투명성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일부 업체 가호황에 젖어 있는 분위기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어려운 옛날을 되돌아보는 특별 프로그램을 사내에 방영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수년간 지속되고 있는 호황으로 자만하기 쉬운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이같은 프로그램이 일과성으로 끝나지 않고 반도체업계 전반에 확산되고 그 결과상황변화에 앞질러 대응할 수 있는 개발.생산.영업력으로 이어질 수 있게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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