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윤리성을 최소한 유지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공연윤리위원회 위원장 윤상철)가 최근 잇따라 터진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신뢰성"을 상실 하면서 "개혁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일본 영화의 도입건과 관련, 공륜의 위원장이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무국장등 핵심간부 3명이 영화, 비디오심의와 관련한 뇌물수수혐의로 구속된 것. 오래전부터 업계에서는 공공연하게 심의와 관련, 공륜 관계자와 관련업자 들간에 밀접한 유착관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소문들이 나돌아왔는데 이번 검찰수사에서 이같은 일들이 사실로 드러났다.
공륜의 사무국장 임승억씨와 총무부장 현경석씨, 비디오부장 이상원씨 등 공륜핵심간부 3명이 영화 및 비디오심의와 관련, 수입제작업자들로부터 5백 만원에서 1천9백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26일 서울지검에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이 사건이 터지기 전에도 공륜은 전임 김동호위원장시절에 이같은 비리들 을사전에 인지하고 내부 인사이동으로 일부 문제인사들을 걸러낸 바 있었다.
그러나 이같은 자체적인 정화도 공륜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병폐를 걸러내는데는 역부족이어서 결국 이번에 검찰의 손길이 뻗치게 됐다.
"영화나 비디오장면을 자르는 식"의 심의를 하고 있는 현 구조하에선 심의결과에 따라 흥행이 좌우될 수 밖에 없을 뿐아니라 특히 한번 심의에서 반려 되면 1년후에나 재심의가 가능하기 때문에 업체들은 필사적으로 로비를 할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검찰에서 밝혀진 공륜관계자들의 비리유형도 대개 이와 관련된 것들이다.
수입심의에서 반려된 필름은 1년후에야 다시 심의를 신청할 수 있는 규정 을이용, "테이프불량"등 다른 사유로 심의를 보류해주면서 뇌물을 받은 경우와 흥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내용삭제와 관련, 본심의에서 필름이 덜 삭제되도록 하거나 심의기간을 단축시켜 주면서 급행료를 받는 경우다.
이와 관련 공륜의 한 관계자도 "현재 관련업계의 로비가 치열하다"고 인정 하면서 "업자들의 로비를 거절하면 뒤에서 비난하고 다니기 때문에 처신하기 가매우 어렵다"고 털어 놓는다. 따라서 업체들의 로비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비리는 항상 발생할 수 있다.
검찰이 공륜간부들의 비리를 수사하게 된 배경을 놓고 현재 여러가지 뒷말 이나오고 있다. 우선 이번 사건을 업자들끼리 이해대립이 공륜의 심의에까지 이어져 중소업체들의 그동안 누적된 불만이 터진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흥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공륜의 심의결과에 목을 매달 수밖에없는 수입업자들이, 업체들의 로비에 따라 심의결과가 달리 나타나자 형평성에 불만을 품고 검찰에 제보한 것이 직접적인 발단이 됐으리라는 것이다.
또 다른 시각은 현재 새영상물 심의를 놓고 정부부처간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공륜을 무력화시키려는 일부 세력으로 인해 일이 터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미 오래전부터 공륜의 비리를 혐의를 잡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건을 터뜨린 시기가 한창 미묘한 시점과 맞물려 이같은 외부세력의 작용설이 나오고 있다.
어쨌든 공륜간부들의 고질적인 비리가 터짐으로써 신뢰성에 중대한 타격을 입어 공륜의 존립기반자체가 위협받게 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오랫동안 심의와 관련 누적된 병폐가 이제야 터졌다"며 "현재와 같은 심의제도는 고쳐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땅에 떨어진 공륜의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해 조직개혁과 함께 심의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륜은 공정하고 효율적인 심의체계를 갖추는 것이 선결과제라 판단하고 상근 심의위원수를 7명에서 순차적으로 14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와 함께 현재 이원화되어 있는 영화와 비디오심의를 일원화해 일단 심의를거친 영화가 비디오로 나올 때는 따로 심의를 하지 않고, 단지 영화심의에 서지적된 부분이 제대로 고쳐졌는지의 여부만을 확인하기로 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심의등급제를 도입, 화면삭제를 최소화하고 영화와 비디오 등의 수입심의가 3번이상 보류될 경우 수입을 영구히 제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제도개선 역시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상근위원수 확보시 과연 현실적으로 직업이 있는 전문가들을 영입할 수 있느냐 하는 점과 수입심의가 3번이상 보류될 경우 수입을 영구히 제한하는 방안도 오히려 업계의 로비를 더욱 부추길 소지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업계관계자들은 "흥행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행 심의제도 하에서는 어떤 식으로 조직과 제도를 개선하든지 비리가 재발될 수 있다 면서 차제에 국가가 심의를 하는 제도자체에 대해 근본적으로 생각해 보고 업계 와사회단체의 자율적인 규제로 유도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원철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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