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판 배제를 골자로 한 한글과컴퓨터의 신영업전략이 그동안 유통업계에 의해 지배돼온 SW개발사들의 자립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 시험대로 떠올랐다.
한글과컴퓨터는 이달부터 신제품 "한글3.0/도스" 출하를 계기로 전국 1백여 대리점을 사실상 직접 관리하겠다는 이른바 "신유통정책"을 업계에 밀어붙여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 경기 강원등 수도권 대리점은 친정격인 러브리컴퓨터와 공동으로、 나머지 지역은 한글과컴퓨터가 직접 관리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개발사->총판 ->소매점->소비자와 같은 4단계 유통을 개발사->소매점->소비자의 3단계로 축소하겠다는 것이 "신유통정책"의 골간이다.
이렇게 되면 소프트라인 소프트타운 한국소프트 에스비케이(SBK)등 SW유통 4인방과 선경유통 삼테크등 총판사들이 자연스럽게 한글과컴퓨터의 유통조직 상에서 배제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들 유통사는 그동안 산하 가맹점 또는 가격파괴 회원점을 통해 SW패키지를 중간공급하는 과정에서 가격구조의 왜곡 및 SW적 특성을 무시한 공급 강행등 막강한 힘을 과시해왔다. 한글과컴퓨터 측은 바로 이같은 유통사들의 영향력 을 축소시키기 위해 이번 "신유통정책"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업계 도 이번 한글과컴퓨터의 "신유통정책"이 이 회사 영업망 강화차원보다는 이들 6개 유통사의 총판지위 박탈을 노린 포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따라 "신유통정책"에 대한 업계 반응도 SW개발사 측은 "절대 옹호"、 유통사측은 "절대 반대"라는 식으로 엇갈리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소프트타 운등 4인방의 경우 가맹점과 회원점을 통해 한글과컴퓨터의 제품을 보이콧하겠다고 나서는등 조직적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반면 한메소프트등 개발사들은 이같은 유통사 영향력 배제를 위해 한글과컴 퓨터측에 일부제품의 위탁판매를 제안하는등 측면지원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 다. 한글과컴퓨터가 총판유통사를 배제하려는 방침에 이르기까지는 나름대로 타당한 여러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그 이유는 또 중소기업형의 대다수 SW개발 사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무게가 실려 있다는 평가다. 이에앞서 한글과컴퓨터는 지난달 29일 연 95년도 제4차 PC소프트웨어개발자협의회에서 "신유통정책"을 펴게된 배경을 설명하면서 자사 의지를 천명하고 회원사들의 측면지원을 요청했다. 이때 한글과컴퓨터는 "신유통정책"의 배경 으로 현 총판중심의 국내 SW유통체계가 크게 왜곡돼 있음을 지적하고 나섰다. 여기서 지적된 문제점으로는 총판과 하부대리점간 연계미흡、 전문SW대리점 채산성 악화、 총판의 주력제품 전환과 SW제품에 대한 평가절하 등이었다.
총판과 대리점간 연계미흡의 경우 실질적으로 복수 총판과 복수 대리점이 거래하는 식의 유통체계가 만연、 총판으로서는 대리점 관리가 어렵게 된다는것이다. 따라서 제품 정보、사용법、 지적재산권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전파 되지 못할 뿐만아니라 업그레이드시 기존 디스켓의 회수、 장기성 재고 회수 등의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전문대리점들의 채산성악화는 총판들의 이른바 가격파괴 끼워팔기 밀어내기등이 성행、 안정적 가격구조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으로 지적됐다. 또 정가 로 구입한 사용자들의 무력감 등을 유발、 전문대리점의 고객기반 상실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SW 평가절하는 가격파괴를 주도해온 소프트타운등 4인방이 최근 주력제품을P C등 하드웨어로 전환하면서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때 외형매출이 큰 하드웨어의 판촉을 위해 SW를 "덤"으로 제공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글과컴퓨터는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타사 제품의 위탁 판매 및 업계 공동마케팅을 제안하고 나섰다. 이후 한메소프트가 글꼴패키지 인 "한메글꼴모음"을 한글과컴퓨터측에 위탁판매할 것을 제안해왔고 PC소프 트웨어개발자협의회 회원사 상당수가 여기에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이에대해 SW개발사는 적어도 한글과컴퓨터의 위탁판매나 공동마케팅에 동참 할 수는 없다하더라도 최근의 SW유통체제에 대한 문제점 지적에 대해서는 절대공감한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특히 가격파괴등 자본력을 앞세운 총판 전략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자본구조가 취약한 SW개발사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어 이번 한글과컴퓨터의 신유통정책은 SW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등장할 전망이다. <서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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