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불쌍 사나운 영역다툼

무역자동화 사업을 놓고 한국무역정보통신(KTNET)과 데이콤이 영역다툼을 벌이고 있다. 한편에서는 무역자동화 영역을 확대해 달라는 것이고 다른 한편에서는 유관 부처를 내세워 안된다는 주장이다. 이런 입장 차이는 대화를 통한 타결점을 찾지 못하고 결국 법정으로 비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데이콤 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무역자동화 업무를 추진하기 위해 5차례에 걸쳐 이미 승인을 받은 신용장업무 이외에 수출입승인 업무와 수출입 승인유효기간 연장승인 업무 등 2개 업무에 대한 확대승인을 통상산업부에 요청해 왔고 통산부가 이를 허가하지 않자 행정심판위원회에 지난달 28일 "지정변경신청 거부처분의 취소청구소송"이란 소송을 제기했다. 처음 사업을 허가할 때 추가로 업무를 승인해 주기로 약속해 놓고 이제와서약속을 지키지 않느냐는 게데이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한 통산부의 입장은 다르다. 우선 무역자동화 사업이 우리 기업의 국 제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된 비영리사업이며 이를 위해 제도개선 과 많은 자금이 지속적으로 뒤따라야 하는 사회간접자본(SOC)의 특성을 지니고 있어 민간사업자에 의한 경쟁체제는 현재로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 이다. KTNET도 같은 입장이다. 현재 시장규모가 예상보다 작아 경쟁체제가 바람직 하지 않고 복수사업자가 경쟁할 경우 서비스질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 이다. 양측의 주장에는 나름대로 일리가 없지 않다.

그러나 무역자동화라는 업무의 특성상 모든 관련업체들이 공동으로 관련업무 를 자동화해야만 그 실효성을 거둘 수 있고 더구나 우리는 통신시장 개방을 앞두고 있다.

이런 점에서 통산부의 말대로 무역자동화 시장규모가 작고 사회간접자본의 성격이 짙어 민간업체에 무역자동화를 맡길 수 없다면 당초 사업자를 하나만 선정했어야 옳았다. 당초 사업자는 복수로 지정해 놓고 이제와서 업무영역을 확대해 주지 않겠다면 아무리 현실적인 점을 고려해도 설득력이 약하다. 더구나 통신시장은 이제 전면 개방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무역자동화도 그 범주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국내 업체의 참여를 막는다고 외국업체의 진출까지 막을 수는 없다. 오히려 경쟁체제를 구축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나름대로 외국업체의 진출을 막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물론 데이콤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데이콤은 자체 인력이나 자금을 투입해 본격적인 기술개발에 나서지 않고 있다가 KTNET가 기술개발을 해놓으면무임승차하려는 행태를 보였다. 무역자동화 출범당시 KTNET는 은행 업무를、 데이콤은 보험과 관련협회 업무를 각각 개발해 공동사용키로 했으나 데이콤 은 KTNET가 4백여억원을 들여 데이콤이 해야할 부문까지 개발해 놓자 이제 망접속을 허용해 달라고 나섰다는 것이 KTNET의 주장이다. 전혀 근거없는 지적이 아니다.

두 업체는 이번 다툼과 관련해 문제해결은 제쳐 놓고 오히려 언론보도에만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런 점도 시정해야 할 점이다.

통산부는 앞으로 KTNET가 자금을 들여 개발한 업무에 대해서는 기득권을 인정하되 데이콤의 시장진입을 허용하는 것이 순리라고 본다. 다음에 데이콤도 지금까지의 소극적이고 의존적인 자세를 벗어나 적극적으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시장개방을 앞두고 국내업체간 다툼은 경쟁력 강화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

관련업체끼리대화를 통해 무역자동화업부와 관련된 이견을 해소하는데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외국업체의 한국진출에 대비해야 할 현 시점에서 좁은 영역을 놓고 벌이는 국내 업체간 다툼은 정말 보기에 좋지 않다.

<정보통신산업부구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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